4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크쇼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의 이름은 '게임, 더불어 썰풀자'로 게임 이용자부터 창작자까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어,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에 대한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건의할 수 있는 행사였다.
등급분류 제도 전면 개편부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대응, e스포츠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 마련, 인디게임 지원 등 다양한 주제가 언급됐다. 특히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강유정 의원, 황희두 게임특위 공동위원장, 이창열 전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사업실장, 방승호 전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남윤승 OGN 대표,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등이 참석해 정치권에 바라는 게임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주제별로 소개하려 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현장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나왔다.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분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과몰입에 취약한 것이 아닌가, 풍선 효과로 또 다른 매체에 과몰입해 AI 채팅으로 일상이 무너진 사례 등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콘텐츠 이용 장애라는 포괄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의 주장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서의 검토가 가능한지 묻는 질의가 나왔다.
이장주 게임특위 부위원장은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논쟁이 있으나, 쟁점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아, 의료계와 게임계의 고민이 있는 상황이다. 의사 결정에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사실 과몰입이 아니라 저몰입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어린 세대들은 게임에 대한 몰입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숏폼 시청처럼 수동적이고 몰입을 덜 요구하는 행동을 더 즐긴다는 취지였다. "(능동적인 선택이 수반되는)몰입과 중독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유정 의원은 강조했다.
강유정 의원은 "제대로 몰입해보신 경험자보다, 게임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가진,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더 그게 전해진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주요 대선 후보들은 K-콘텐츠가 가진 성장 가능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게임의 역량도 부인하지 않는다. 풀어야 할 규제는 풀고, 완화할 건 완화하면서, 필요한 규제는 또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게임특위를 통해 의견을 경청하겠다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017년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게 게임에 대한 질의를 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려 게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집한 경험을 언급했다. 유형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었고, 인디게임 지원 방안 및 소비자 불공정 이슈 등 9가지의 주제로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8년 전에 게임 생태계에 대해 언급된 내용과 오늘 듣는 내용이 단어나 양태가 표면적으론 비슷할 수 있으나, 그 시간 동안 생태계 자체가 바뀐 측면이 있어, 실제로는 또 다른 질문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풀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다른 질문과 숙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게임특위를 통해 함께 듣고 고민하면 과거에 찾지 못한 해답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방승호 전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은, 공부에 열의를 보이지 않던 학생들이 있던 학교에 국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의 PC방을 만들어 게임을 교육에 접목한 사례를 소개했다. "가정사, 학교 폭력, 이성 교제 등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게임에서 위로를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교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이후로 수업 태도와 성적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교실 앞에 <LoL> 영재 센터라는 간판을 달아줄 정도"로, 학생들이 게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을 도왔던 경험을 공유했다. 이후 <LoL> 게임 학교를 온라인으로 만들어, <LoL> 캐릭터로 영어 수업을 했을 때도 꿈을 가지고 매진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노틸러스' 캐릭터를 보고 쥘 베른 프랑스 소설 등을 공부하며 인문학을 배웠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도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창열 전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사업실장 또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1980년대, 1990년대에 오락실은 불량청소년들이 가던 곳 취급을 받았으나, 게임을 좋아하던 자신이 게임 업계에서 건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가족들이 게임을 바라봐주는 시선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수출액 비율이나 게임 이용자 비율 등을 언급하며, 게임 산업이 성장했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핵심적인 미래 성장 동력이 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40년 전 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K-게임이라는 단어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 K라는 접두어가 붙었을 때와 달리 멸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K-게임도 부정적이지 않고 자랑스럽게 될 수 있게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남윤승 OGN 대표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고,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 역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 말했다. "2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e스포츠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e스포츠가 게임 마케팅의 부수적인 역할"에 그치는 것을 가장 큰 문제 의식으로 언급했다.
한승용 게임특위 부위원장 또한 "e스포츠 종주국이고 페이커 보유국이지만 산업의 자생력이 거의 없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LoL> 등 글로벌 히트에 성공한 e스포츠 게임은 한국에서 테스트베드를 거쳐 가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 e스포츠가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지만, 10년 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새로운 생명력을 계속 부여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내재된 경쟁력을 한국 게임사들이 이용을 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용 부위원장은 e스포츠 진흥법의 개선이 필요하며, 산업으로 자생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대율 백주선 변호사는 게임 등급 분류 자율화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등급 분류는 정보 제공의 기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제 작동할 때는 사전검열처럼 게임 내용을 검토하고, 유통 자체를 막기도 하면서, 게임 창작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게임 이용권 등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행성 규제와 청소년 보호에 대한 과제가 등급 분류에 함께 묶여 있는 현황을 지적했다. 사행성 규제와 청소년 보호 모두 별도의 감독 체계와 기구가 있기 때문에, 두 영역을 떼어내고 등급 분류 본연의 정보 제공 역할은 민간 분류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좌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현재 기관(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은 폐지에 준하는 혁신, 이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고, 등급 분류 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동시에 게임 등급 분류에 몸담고 계신 분들의 의견도 청취 중"이라 설명했다.
또한 "영상 등급 분류 분야도 역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얼마나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속도 풀어드릴 만한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 드릴 수 있을지 심사숙고 중"이라 말했다.
이 외에도 게임특위 토크쇼 현장에서는 인디게임 개발 지원, 게임 내 사이버불링 피해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 교육 현장에서의 게임 적용, 컨트롤러 접근성 개선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황희두 게임특위 위원장은 게임특위의 일을 해보며 "나이가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게임에 대한 인식 및 이해가 다름을 느꼈다"고 말했고, "불신이 쌓이면 외면하게 된다. 게임 유저들의 목소리,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흩어져 있는데, 이번 자리가 첫 시작이라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설명하며, "이런 자리를 앞으로도 계속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