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메타 머스트 플레이" 게임사에 남을 작품 '블루 프린스'

음주도치 (김승준) | 2025-04-14 18:40:18

2025년 상반기, 기대작 공급 과잉 속에서 메타크리틱 최고 평점을 받은 게임은 정말 의외의 신작이었다. 오늘 소개할 인디 추리 퍼즐 게임 <블루 프린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메타크리틱 평균 93점이라는 역대급 점수를 기록한 동시에, 90점 이상의 평론가 평점을 15개 이상 획득해야 주어지는 "머스트 플레이" 또한 획득했다. 


업계에서 유명한 게임 기자 제이슨 슈라이어도 "<블루 프린스>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아우터 와일즈>의 사이에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임으로, 2025년 최고의 게임에 그치지 않고, 역대(all time) 최고의 게임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고 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청개구리 심보가 들기도 한다. 도대체 뭘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다들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그러나 청개구리도 금세 이 게임에 반해버렸다. 웬만한 퍼즐게임은 다 해본 퍼즐게임 마니아인 기자조차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입장이라면 안 해보면 인생 손해 볼 게임이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게임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이즈게임 또한 메타크리틱 등재 매체이기 때문에, 이 역사적 게임의 평균 점수 상승에 작은 기여를 하려 한다. "45개의 방이 있는 건물에서 46번째 방을 찾는" 단순한 목표로 시작해, 퍼즐 플레이에 로그라이크를 더해 선보인 참신한 플레이, 입이 떡 벌어지는 트릭들까지. 순수한 재미와 경탄의 경험만 생각하면 100점을 주고 싶지만, 최종적으로는 95점을 주기로 결정했다. 


<블루 프린스>는 도대체 어떤 게임이었길래 이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기자는 왜 5점을 덜어낸 것일까. 기사에서 함께 보도록 하자.


▲ 트레일러만 보고 절대 속단하면 안 되는 게임이다. 

인게임 플레이에서도 "이게 이런 요소였다고?"라는 말을 저절로 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블루 프린스(Blue Prince)
출시일: 2025-04-10
개발사: Dogubomb
유통사: Raw Fury
플랫폼: PC(Steam, Windows), PS5, Xbox Series X·S
가격: 32,000원 (스팀 정가)
장르명: 미스터리, 추리, 퍼즐, 어드벤처, 로그라이트
리뷰 버전: PC
리뷰 빌드: Steam 정식 출시 버전 (영어 버전)

※ 현재 <블루 프린스>의 공식 지원 언어는 영어만 있는 상태입니다. 기사에서는 한국어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일부 용어를 의역하였습니다.

※ 리뷰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랜덤 생성되는 방 속에서 46번째 방을 찾아라 

<블루 프린스>에서 플레이어는, 거대한 저택을 상속 받은 소년이 되어 건물에 숨겨진 여러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첫 목표로 마주하게 된다. 가로 5칸, 세로 9칸 총 45개 방으로 구성된 청사진을 쥔 채, 건물 입구에서부터 최심부까지 도달하며 숨겨진 46번째 방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 게임의 근간은 길 찾기(정확히는 길 만들기)에 있다. 문을 열 때마다 3개의 방 종류가 선택지로 주어지는데, 방마다 입구가 뚫린 방향이 달라 진행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겨진 아이템 및 퍼즐 기믹, 방의 특징에 따른 특수한 상호작용 등이 모두 달라, 탐색과 모험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다.


경로만 잘 생성하면 될 것 같지만, 게임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문을 지날 때마다 차감되는 '발자국', 저택 깊은 곳으로 진입할수록 문을 열 때 더 자주 요구하게 되는 '열쇠', 특정 방에서 아이템을 사고 파는 '동전',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한) 높은 등급의 방을 열 때 요구하는 '보석' 등 여러 재화를 수급하고 조절하는 것부터가 꽤나 어렵다. 발자국을 포함한 여러 재화가 소진되어 진행이 막히면, 밤을 보내고 입구에서부터 다시​ 도전하는 로그라이크 플레이가 이어진다.


주인공의 모습이다. 게임 자체는 3D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고, 특정 방에 도달하거나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컷씬이 나온다.


빨간 동그라미 표시를 한 입구에서부터 빨간 네모 표시를 한 최심부까지 도달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상단의 인터페이스처럼 방 선택지가 3개씩 주어진다.


탭을 눌러 지도를 보며 다니는 게 익숙해지면, 길 잃을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후술하겠지만 길을 만드는 게 오히려 문제다)
방 종류가 워낙 많아서 이걸 탐색하는 것만 해도 굉장한 재미를 준다.


재밌는 점은, 이 과정에서 게임이 '끊임없이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건물 안쪽이 아닌, 입구 반대편 건물 바깥에 있는 여러 공간들이다.(게임 시작부터 밖으로도 나갈 수 있다) 자물쇠가 있는 과수원, 어두운 동굴, 잠긴 정원, 차단기가 내려진 갱도 등 척 봐도 "매우 수상한" 공간들이 잔뜩 있다. 


일례로, 건물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분수대'는 처음엔 "동전을 던질 수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소원을 비는 용도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드물게 생성되는 방 중에 '특정 방과 공간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각 탱크의 레버를 어렵사리 잘 조절하면 야외 분수대의 밑바닥을 볼 수 있다. 그 아래엔 '지하실'로 이어지는 숨겨진 문이 있었다. 


이대로 46번째 방을 찾은 엔딩인 걸까? 천만에... 건물 안에서 구할 수 있던 상위 등급의 열쇠 '은 열쇠'를 가져와도 열리지 않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이보다 더 높은 등급의 열쇠가 건물 안에 또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된 동시에, "분수대 말고도 수상한 공간들에 모두 이런 숨겨진 기믹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입맛을 다시며 다음 도전을 이어가게 되면, 이런 경탄의 순간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건물 밖에도 수상한 공간들이 정말 많다.

처음엔 너무 평범하게 있어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분수대도

건물 안에서 드물게 생성되는 방 중 수위를 조절하는 방을 만나고 나면

바닥을 드러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내려간 분수대 밑 지하실 문 또한 쉽사리 열리지 않는데...



# '로그라이트'와 퍼즐의 기묘한 만남


궁금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역시나 랜덤 생성되는 방 중에선, 특정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들이 있는데 '차량 열쇠'를 습득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동차'가 있는 공간이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고,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차고' 또한 어렵지 않게 만난다. 문제는 '차 키' 획득과 '차고'를 생성하는 확률이 겹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로그라이크 진행 특성상 매번 의도된 플레이를 완벽하게 할 순 없다. 


건물 서쪽 외곽 방에서만 생성되는, 이 '차고'엔 서쪽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다는 점도 재밌는데, 차고의 출구를 열기 위해선 또 다른 특정 방에서 전원을 공급해줘야 한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든다. 의도된 플레이가 좌절되는 경우가 적잖게 있는데, 짜증만 나진 않을까? 이 지점에서 사람들마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 기자의 플레이 경험으로는 '좌절의 경험'보다 '새로운 궁금함이 생기는 순간'이 훨씬 더 많다고 느꼈다. (후반 플레이로 갈수록 '주사위' 아이템 등을 활용해 방 선택지를 다시 뜨게 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조건부' 랜덤으로 뜨는 방 출현 '조건'을 어느 정도 알아채게 된다.)


'차 키'를 습득한 순간이다.
이 물음표의 연쇄적인 작용이 참 영리하다 느낀 것은,
'차 키'를 먼저 습득해도, '차고'를 먼저 만나도, 결국 연결된 방과 아이템을 모두 추론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블루 프린스> 인터페이스에 퀘스트 창 따위는 없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도전 의식을 던져줄 뿐이다.

청사진에 처음부터 입구와 함께 그려진 최심부의 앤터챔버(Antechamber, 곁방, 대기실)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설명했듯, 게임의 1차적인 목표는 최심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46번째 방"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이 앤터챔버에 도달만 하면 엔딩이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인게임에서 10회차 안팎의 도전(Day 10) 정도면 앤터챔버까지 길을 터보는 플레이까진 할 수 있는데, 막상 도달한 앤터챔버의 사면(四面)이 막혀 있는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방법을 특정해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 또한 가는 길목에 생성할 수 있는 특정 방들에서 해결할 수 있고, 적잖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이렇게 가면 되는구나"를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꽤 여러 회차 동안 "이런 다른 플레이와 기믹도 숨겨져 있구나"를 많이 경험하다가, "해법"에 도달하게 된다. 빠른 '엔딩'에 대한 욕심을 너무 급하게 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숨겨진 게 워낙 많다 보니, 엔딩 이후에도 콘텐츠가 적잖게 있다)


다른 어떤 말보다 설득력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닐까 싶다. 인디 팀 Dogubomb의 디렉터 톤다 로스(Tonda Ros)는 8년이 넘는 개발 끝에 <블루 프린스>를 세상에 내놨다. 스팀 리뷰를 살펴봐도 '랜덤하게 생성되는 경로'에서 펼쳐지는 게임임에도, 유저들의 평균 플레이타임은 10~20시간까지 꽤나 긴 편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이 여정의 길이를 수긍할 수 있으려나. 


길만 만들면 되는 게임 아닐까 싶겠지만, 개별적인 공간이 품고 있는 비밀이 정말 많다. 가령 기자가 '분수대' 아래에서 먼저 만난 지하실로 통하는 문은, 청사진 중앙 공간을 지나다 보면 영구적으로 생성되는 '토대'(파운데이션) 방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지하로 어떻게 내려가는지 모르겠는가? 문이 없는 벽면의 반대편도 잘 살펴보시라.


플레이어는 목표를 순차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46번째 방을 찾기. 그러기 위해 앤터챔버에 먼저 가보기. 벽이 막혔네? 벽을 여는 방법을 찾아 보자.
생각이 이쯤 오게 되면, 지금까지 마주한 꽤 많은 비밀보다
저택 안에서 앞으로 마주할 비밀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탐색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다.


<블루 프린스>는 플레이 초반, 중반, 후반의 재미가 크게 다르다. 초반엔 새로운 비밀을 마주하는 것 자체로 즐겁고, 중반엔 어려운 퍼즐과 경로 만들기에서 성공이 누적되는 과정이 큰 재미로 다가오며, 후반엔 어느새 누적된 '성장 요소'로 초반과는 굉장히 달라진 플레이에 놀라게 된다. 일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후반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흡사하기도 하다.


시프트(Shift) 키를 누르고 이동해도, 엄청난 고속 이동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의도된 게임 디자인이다. 퍼즐인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모든 요소들이, 나중에 이런 숨겨진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을 때, 그 길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만든 제작자의 의도를 느낄 수 있으리라.



# 알기 어려워야 '비밀'인 건 좋은데...
 

참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블루 프린스>가 한국어에 맞춰 현지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시스템 번역 자체는 요즘 기술이 워낙 좋으니 빠르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곳곳에 숨겨진 퍼즐 난도 자체가 꽤나 높다. 일부 퍼즐은 '영어'를 잘 알아야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거나, 퍼즐의 시작 자체가 '영어' 단어 및 문장인 경우도 적잖게 있다.(정확히는 <블루 프린스>에 웬만한 퍼즐 기믹은 다 있기 때문에, 언어를 활용한 퍼즐도 포함된 쪽에 가깝다.)


<블루 프린스>를 처음 플레이하면 "각 방 안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 생각보다 적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입수하는 아이템 및 재화, 특정 기믹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종의 '장식'처럼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이 비밀이 많은 게임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물은 결과적으로 언젠가 '퍼즐'로 이어지게 된다.(이 퍼즐에 대한 인식 및 풀이 또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가령, 대부분의 방 안엔 2개 이상의 그림 액자가 있다. 푸딩과 모래 사막을 그려 놓고, 디저트(Dessert)와 데저트(Desert) 사이에 'S' 하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채야 하는 식이다. 이 중엔 같은 그림을 다른 단어로 읽어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10이 적힌 꼬리표를 TAG, TEN, COST로 읽는 식이다. COST(가격)로 읽을 때의 비교 대상은 COAST(연안)라서 'A'를 찾는 방식이었다. 


게임 곳곳에 숨겨진 힌트를 잘 찾았거나, 눈치가 정말 빠른 사람이라면, 방은 랜덤하게 생성되는데, 벽의 그림은 청사진 위에서 고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청사진 위 45개 칸에 알파벳을 배치하면 특정 문장이 나온다는 것까지만 언급하겠다.


실험실(Laboratory) 방에는 화학 주기율표와 함께 숫자가 표시된 빈 주기율표가 있다. 이 또한 순서대로 조합하면 문장을 유추할 수 있는 퍼즐 중 하나다.


또한 몇몇 방에는 금고가 숨겨진 곳들이 있다. 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과정도, 크리스마스에서 1225를 연상하는 매우 쉬운 것에서부터, 방 안의 기물 및 문장들에서 의미를 유추해내 특정 숫자를 추론해내야 하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디저트, 데저트 예시

'당구장' 방의 다트 퍼즐을 풀 때, 사칙연산을 활용하게 된다.
(하늘색은 더하기, 노란색은 빼기, 분홍색은 곱하기, 보라색은 나누기)
안에서부터 밖으로 연산을 진행하면 되는데,
다트 중앙에 스크린샷처럼 특정 색상과 함께 '네모'가 있으면 'Square'를 의미해 그 연산 순서에 '제곱'을 해야 하는 식이다.
스크린샷의 예시라면  5의 제곱에서 15를 빼, 10을 누르면 된다.
제곱은 Square라는 점... 쉽다면 쉬운 단어지만 영어 기반의 직관성이다.


그렇다, 이 게임 진짜 '퍼즐' 덕후가 만든 게임이다. 아주 쉬운 퍼즐부터 매우 어려운 퍼즐까지 종류도 많다. 여기에 이런 게 있을까 싶으면 무조건 있고,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도 뭔가가 계속 이어진다. 이런 아이템이 있어? 하며 놀랐는가. 그 아이템들을 합성해 기존에 없던 기능을 하게 하는 '아이템 합성' 방도 있고, 굉장히 많은 재화를 소진해 '최고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방도 있다. 허를 찌르는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방 안에 꽤 커다란 체스 말이 상호작용할 수 없는 대상임에도 있지 않은가? 어딘가에서 당신이 체스판을 마주치리라는 것 정도만 언급해두겠다. 그 뒤엔 그 체스 말이 그냥 장식품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


또 하나의 예시로, 전원 장치를 조작하는 방 중엔 '암실'의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운 좋게 그 판에 '암실'이 선택지로 주어지고 당신이 그것을 골랐다면, 이전엔 '암실'에서 볼 수 없던 각종 사진들을 보게 된다. 또 운 좋게 당신이 '돋보기' 아이템을 획득한 상태라면, 사진 속에 숨겨진 특정 '비밀번호'도 알아낼 수 있다.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지시는가? 처음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구조에 익숙해지면, 약간의 '운'에 대한 짜증 외에는, 떨어진 방과 공간들 사이에 이어지는 기믹의 연결도, 그렇게 어렵사리 운 좋게 찾아낸 정답에서 오는 쾌감도 모두 납득하게 된다. 저절로 공책이나 종이를 꺼내 들고, 각종 비밀번호와 숨겨진 알파벳 및 단어를 옮겨 적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블루 프린스>를 플레이하며, 두 게임이 떠올랐다. 2024년 GOTY 후보에도 오르며 많은 팬덤을 생성한 1인 개발 게임 <발라트로>와 ARG(대체현실게임, 게임 안팎의 퍼즐을 현실과 연결지어 푸는 게임) 요소의 깊이로 극찬을 받은 <애니멀 웰>이 그 두 작품이다.(참고로, <블루 프린스>도 1인 개발 기간이 길었다) 제이슨 슈라이어의 예측처럼, 기자 또한 <블루 프린스>가 2025년 한 해에 그치지 않고, 올타임 레전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끝으로, 이 게임의 제목에 숨겨진 의미를 풀이하며 기사를 마치려 한다. 블루 프린트(청사진) 위에서 펼쳐지는 게임플레이는 우울한(Blue) 소년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지만, 인게임 서사에 초반부터 나오는 '레드 프린스'(붉은 왕자) 동화와 대조되며, 주인공이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의 재미는 '숨겨진 진실'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진실을 찾는 과정' 전체에서 온다. 그 짜릿함을 당신도 꼭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스포일러 아님!) 방식만 보여줄 용도로 찍은 사진이다. 
'암실'에서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는 사진은 이 스크린샷의 사진과는 다른 사진이다.
 

인게임에 등장하는 '레드 프린스'(붉은 왕자) 동화.
청사진(블루 프린트)까지도 <블루 프린스>라는 제목과 연결된 말장난들이다.
'영어'를 몰라도 게임을 플레이할 순 있으나, 재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영어'를 잘 아는 편이 큰 도움이 된다.


블루 프린스(Blue Prince)
9.5  /10
한줄평
개발자 천재인가? 소리가 몇십 번은 나오는 게임. <인스크립션>, <애니멀 웰>, <발라트로>에 견줄 만한, 어쩌면 그 이상의 충격이다.
장점
-상상을 뛰어넘는 게임을 찾는가? 이 게임이다. 
-퍼즐을 이렇게 긴 시간 풀면서 계속 설렐 수 있다니 
-모든 걸 다 알아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46번째 방을 찾는 게 목표다, 부담을 덜고 접근해도 좋다는 뜻 
-이 재미에 이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다
단점
-한국어 지원이 어려운 게임이다(중학교 영어 수준으로도 진행은 가능) 
-'운'에 울고 웃는다, 쾌감도 큰 만큼 가끔은 화도 난다 
-난도가 높은 퍼즐이 꽤 있다, 해외에 팁과 공략도 많으니 막힐 땐 스트레스 받지 말고 꼭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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