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아무튼 부활'한 전설의 게임 '코만도스 오리진'

깐kkan (김가은) | 2025-04-10 18:18:53

<코만도스> 시리즈를 해 본 적이 없다 해도, 실시간 잠입 전술 게임에 늘 따라붙는 ‘코만도스류’라는 설명 덕에 <코만도스>는 요즈음에도 익숙한 게임입니다. 실시간 전술 장르 중에서도 잠입에 중점을 둔 코만도스류 게임들은 <섀도우 택틱스>와 <데스페라도스 3>로 재미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 미미미 게임즈 덕에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미미미 게임즈마저 마이너한 장르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문을 닫은 상황이죠.


이런 와중에 장르의 시초인 <코만도스>가 직접 돌아온다는 소식은 꽤 반가운 이야기였습니다. 본래 개발사는 진작에 파산했고, 신생 개발사가 <코만도스>의 부활을 꿈꾸며 프리퀄을 내놓은 게임이 바로 <코만도스: 오리진>입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코만도스: 오리진
출시일: 2025-04-10
개발사: 클레이모어 게임 스튜디오
유통사: 칼립소 미디어
플랫폼: PC, Xbox Series X|S, PS5
장르명: 실시간 잠입 전술
리뷰 버전: PS5
리뷰 빌드: 사전 플레이 버전

#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전설

<코만도스: 오리진>은 시리즈의 기원을 다룹니다. 주인공 격인 그린베레를 구출하는 장면이나 스파이를 마주하게 되는 장면 등 각 임무의 시작과 진행 과정의 컷씬을 통해, 여러 전장을 함께 누볐던 코만도들이 어떻게 처음 모였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는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죠.

첫 임무에서는 그린베레와 사퍼(공병)만 조작할 수 있지만, 임무를 진행해 가면서 스나이퍼(저격수), 스파이, 마린(해병), 드라이버(운전병)까지 총 여섯 명의 동료가 해금되며 임무에 따라 고정된 소수의 멤버로 함께하게 됩니다. 시리즈 전통 그대로 각각의 고유한 능력과 장비를 활용해 소수 정예의 잠입 작전을 펼치면서요.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지만 처음 입문하는 플레이어가 보더라도 몰입이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대화가 그리 깊지 않고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몰아치며 등장하지는 않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캐릭터들은 순차적으로 해금되기도 하고 튜토리얼이 차근차근 제공됩니다. 한 번에 모든 캐릭터를 숙지할 필요가 없기에 특수 능력을 하나씩 써 보며 진행 루트를 개척해나가기 좋습니다.

돌아온 그린베레!

한 번에 두 명까지 처치할 수 있어 유용한 저격수

임무마다 새로운 배울거리가 있어 차근차근 익혀 나갈 수 있다.


# 임무를 진행하는 방식과 난이도

배경은 2차 세계대전으로 매번 색다른 전장을 보여줍니다. 북극부터 아프리카, 유럽 각 지역까지 다양한 장소를 오가는 임무를 플레이할 수 있는데요. 시각적 변화의 폭이 크고 각각의 맵과 임무 내용도 판이하게 달라 "이번엔 어떤 장소에서 어떤 임무를 맡게 될까?"하며 임무에 돌입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진행 방식에서도 처음 제시한 임무만으로 완료될 때가 있고, 예상치 못한 후속 임무로 전환이 될 때도 있어 흥미롭습니다. 이제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템을 마구 사용하다가는,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임무로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죠. 각 임무마다 고유한 부가 임무와 몇 가지 수집 요소도 있어 꼼꼼히 살피는 묘미도 있습니다.

임무는 총 열 네 개로 꽤 넓은 규모와 촘촘한 구성을 지닙니다. 다양한 루트를 개척할 수 있어 무척 매력적이고요. 

그런데 맵이 유난히 더 넓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습니다. 미니맵의 대략적인 위치 표시 외에는 별도의 목표 안내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러니 처음 브리핑을 하면서 맵을 훑어가며 보여줄 때, 위치와 대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무는 처음부터 공개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전환되는 국면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맵을 샅샅이 뒤지며 초토화를 시키겠다는 생각이라면 크게 문제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렵기로 유명했던 1편 생각이 날 만큼, 보통 난도인 '병사' 모드는 고사하고 쉬운 난도인 '신병' 모드에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임입니다. 비효율적인 루트로 맵을 정리하다 보면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지죠. "내가 지난 자리에 나치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꿈은 생각보다 이루기 어렵습니다.

저장 시스템도 어려움을 체감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저장은 빠른 저장으로만 지원하며, 임무마다 세 개까지만 남길 수 있습니다. 한 발짝마다 빠른 저장을 하다가는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되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PS5의 듀얼센스로는 저장은 터치패드를 한 번 누르고, 불러오기는 길게 누르는 방식인데 다급해서 누르다가 덮어 씌워버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결국 임무 재시작만이 선택지로 남게 되죠. 아무리 수동 저장만이 근본이었다고는 해도 플레이를 진 빠지게 느끼게 만드는 주역이기도 합니다. 그 혹독함이 재미를 주는 부분이이기도 하지만요.

네 번째 미션부터는 쉬운 난이도로 낮춰봤는데 인식은 확실히 느려서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다른 캐주얼한 게임에 비하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 잠입과 전술에서 달라진 것들

기본 시스템에서 낯선 부분은 없습니다. 소수 인원으로 적들의 시야에 주의하며, 순찰 경로와 맵 지형을 꼼꼼히 살펴 임무를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동일합니다. 캐릭터별로 유인기나 공격 방식이 저마다 있고, 특수한 능력이 한 두 가지씩 있고요. 이런 특성을 상황에 따라 전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장르 공식은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들의 특수 능력들은 기존 시리즈들의 디테일을 살려둬 추억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린베레의 사운드 디코이나 운전병의 담배 연기로 시야 범위로 유인한다든지, 스파이로 옷을 갈아입고 위장한다든지 하는 것에서 말이죠. 

일부러 발각된 후 다가오는 적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얍삽한 플레이도 그대로 가능했습니다. 대신 최근 작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적을 바로 파밍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 지역에 놓인 아이템만 얻을 수 있어, 탄약과 구급상자 등 아이템의 사용은 제약이 더 많아졌더라고요. 게임을 1편 시절만큼 어렵게 느끼게 한 부분이었습니다.

기존 작들에서 등장했던 전통적인 유인 방법이 많이 등장해 반갑다.

게임을 수월하게 하는 스파이의 옷 갈아입기도 그대로


약이 넉넉할 땐, 일부러 발각된 후 숨어서 하나씩 처치하는 것도 익숙한 편법

경보와 경계 시스템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발각되자마자 전역 경보가 울리지 않고 예비 단계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적을 처치하다가 실수로 발각되었다고 해도, 곧바로 저장 파일을 불러오는 피곤함은 줄었습니다. 

쉬워졌냐고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작은 실수로도 발각되기 때문에 기회는 여러 번이지만 더 주의해야 하는 거죠.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건 소리인데, 액션이 일으키는 소리의 범위도 푸른색 원으로 미리 보여줘 세밀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계획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명령 모드'로 코만도들의 행동을 한 가지씩 예약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혹은 원하는 시점에 순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는 손이 꼬여 쩔쩔매곤 했는데, 명령 모드로 한 번에 여러 액션을 취할 수 있으니 유용하더라고요.

소리가 발생하는 범위는 파란색 원으로 표시된다.


여러 코만도를 동시에 혹은 한 명씩 움직이도록 예약할 수 있는 '명령 모드'


# 조작은 쾌적하지만 구현은 미흡한

저는 콘솔 컨트롤러로 플레이를 했는데요. 특별히 불편한 점 없이 꽤 현대적인 조작감이라고 느꼈습니다. 전 대원을 선택하거나 특정 대원의 아이템을 변경하는 등의 조작은 키보드만큼 편하진 않아도, 매우 간결한 편입니다. 대원의 이동도 스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요. 빠르게 은폐하는 동작도 액션 게임하듯 조작할 수 있어 편했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조작은 수월한 데 비해 입력한 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사다리나 통로를 오가지 못해 캐릭터가 제자리에서 헤매거나, 문을 닫으려 했는데 갑자기 건물 밖으로 순간이동을 해 적진으로 떨어진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캐릭터 선택은 왼쪽 범퍼로, 아이템 선택은 오른쪽 범퍼로
한 번 누르면 다음으로 전환되며 길게 누르면 휠이 열리는 방식

조준을 하거나 배를 조종하는 등의 상황에서 좌우 스틱을 동시에 움직이면 화면이 심각하게 덜컥거리며 깨져 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전환해도 시점이 바로 바뀌지 않는 부분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캐릭터가 화면 밖에 있을 땐 조금씩 움직여야만 그 캐릭터의 화면으로 이동되는데, 덕분에 적에게 노출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같은 화면에 있을 때에도 캐릭터가 구석에 있을 땐 미니맵에 가려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가야 할 길이 가려진다거나, 캐릭터들이 장애물이 없는 곳인데 끼이거나,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상황들도 잦다 보니, 전장을 능숙하게 누비려면 인내심과 숙련이 필요했습니다.

최신 기종이 아닌 PS5 노멀에서 플레이 해서 더욱 그렇겠지만, 최적화도 그래픽에 비해 좋지 않았습니다. 향상된 성능이든 향상된 그래픽이든, 어느 모드에서든지 게임이 잔렉이 발생하고 너무 무겁게 움직입니다. 적들이 몰려오거나 맵의 복잡도가 높을 때면 빈번하게 크래시가 일어났고요. 이와 같은 기술적 결함들은 세밀하게 조작해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유난히 매력을 덜어내는 부분이었습니다.


막혀 있는 벽이지만 벽을 뚫고 사다리를 타는 식의 버그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런 경우엔 이동의 효율을 봤으니 다행이지만 만약 적진으로 떨어지면...


# 결론 - 부활을 하기는 했는데...

<코만도스: 오리진>은 오랜 침묵 끝에 되살아난 실시간 잠입 전술 장르의 의미 있는 부활작입니다. 확실히 시리즈 전통인 잠입과 전술은 제대로 되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구간 없이, 정교하게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 한땀 한땀 진행해야 하니까요. 과정은 힘들지만 짜릿한 성취감을 주며 시리즈의 정통을 계승했다는 면에서 오랜 팬들을 만족시킬 만합니다.

하지만 완성도를 해치는 버그들과 어설픈 최적화,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그래픽 표현은 시리즈가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게 합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수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르를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에게는 튜토리얼 이상의 가이드 옵션이 제공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쉬움은 남지만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고 지금으로도 전설에 걸맞은 잠재력을 지닌 게임이니, 패치와 업데이트를 통해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코만도스: 오리진
7 / 10 점
한줄평
부활은 확실하게 했지만, 숨이 계속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장점
- 근본을 정통성 있게 계승한 잠입과 전술 
- 각양각색 여섯 명의 코만도를 활용하는 재미 
- 명령 모드를 통한 동시 행동 설계 
- 여러 전술이 가능한, 큰 규모의 다양한 맵 
- 직관적인 컨트롤러 조작 방식
단점
- 전술의 정교함을 해치는 물리 엔진 버그
- 종종 발생하는 게임 크래시
- 즉각적인 반응을 어렵게 하는 렉과 불안정한 최적화
- 불친절하고 제한적인 목표 안내 
- 퀵 세이브 세 개만 제공하는 너무 고전적인 저장 시스템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