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게임 <30일>을 만들던 처음부터 완성에 가까워지던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늘 이 게임을 천 명만 플레이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알 수 없었고, 유저 유입 경험이 꽤 쌓인 지금에 와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에게 이 경험은,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뛰어넘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게임 개발도 처음이었지만, 출시와 마케팅 역시 우리 팀 모두에게는 생전 처음이었다. 우리 팀은 이번에도 우리 팀 답게 접근했다. 이번에도 도파민을 잔뜩 분비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아무런 경험도, 충분한 정보도 없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우리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펼친 모든 마케팅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기반이 되었기에 다른 행운들이 따라주었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쌓아온 결과, 게임 <30일>의 50만 이상의 다운로드 중 99.5%는 자연 유입된 오가닉 유저다. 마케팅은 경험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며, 이런 시도는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눠 보려 한다. 작은 게임이 세상을 만났던 과정, 우리만의 방식으로 펼쳐졌던 그 치열하고 짜릿했던 이야기들이다. 게임을 출시하기 전부터 출시 후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이 여기에 담겨 있다.
<30일>의 경험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더브릭스게임즈는 아주 소규모의 인원으로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을 포함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시도한 편이다. 우리 스스로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배웠기에, 게임을 알리고 팬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디 개발팀에게, 이 이야기가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고=더브릭스게임즈 이혜린 대표,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더브릭스게임즈 포스트모템 5부작]
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왜 임팩트 게임인가 (바로가기)
② 자살을 막는 게임 '30일'...현실 담기 위해 발로 뛴 이유는 (바로가기)
③ 50만 다운로드 중 자연유입이 무려 99.5%? 인디의 마케팅은 (현재 기사)
④, ⑤ (주간 연재 중)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게임 업계에서 '출시'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이정표이며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개발팀이 다양한 이유로 출시를 포기하곤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우리 팀은 지원사업 덕에 처음으로 '사무실'이라는 걸 갖게 됐다.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는 계기였다. 한 주의 절반 이상을 대면으로 소통하며 함께 개발을 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그러나 게임이 완성 단계에 다가가며 풀타임 개발자가 된 팀원들의 개발비를 위한 지원사업 신청이나 크라우드 펀딩 이후 작업, 앱스토어 출시 작업 등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적은 멤버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야근을 포함해 시간을 절대적으로 많이 쏟아부었다. 결정적으로 최종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시나리오 설정 오류를 잡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서 약속했던 출시일을 미루고 장장 3일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통해 계속 이야기를 뜯어 고쳤다.
이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책임감, 명확한 목표, 팀원들의 끈끈한 연대감 덕분이었다. 또한 (후술할) 게임 전시회 참가, 개발일지 작성 등의 활동이 개발의 동기를 계속해서 부여해 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저들에게 약속했던 사항들은 커다란 책임감이 되어 우리를 나아가게 했다.

게임 마케팅은 게임을 완성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예비 유저를 확보하고,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일은 여러 모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 우리도 출시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그 방법을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게임쇼 참가
우리는 정말 많은 게임쇼에 참가했다. 앞선 화에서 이야기했듯, 피드백을 소중히 하는 팀이고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기회가 닿는 대로 무조건 참여해서 게임을 선보이고 직접 유저들과 소통했다. 참가한 모든 게임쇼는 하나도 빠짐없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행사 몇 개를 꼽아보자면, 2020년도에 진행된 BIC 온라인 전시였다. 이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었다. 첫째, 내가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BIC에 이제 직접 만든 게임으로 출품을 했다는 자부심이 되었다. 둘째, 첫 데모 공개에서 유익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코로나 시국에도 온라인이었기 때문에만 가능했던 기회였다. 셋째, 소셜 임팩트, 내러티브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첫 전시 참여라서 기대를 전혀 안 했는데 큰 용기가 되었다.

출시 이후에 참여한 2022년도 PlayX4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을 동반한 분께서 오셔서 게임이 너무 힘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주고 가셨다. 또 이 전시에서 팀원들과 합심하여 이벤트를 열심히 준비한 덕에 방문객 수가 굉장히 많았다. 이것이 게임 홍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던 행사였다.
게임쇼 참가는 유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동기 부여가 많이 된다.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남겨주는 피드백 중에 날카롭고 가치 있는 피드백이 많고 응원도 많이 받곤 한다. 전시가 끝나면 늘 선물 보따리를 잔뜩 들고 사무실에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개발 팀에게도 가능하다면 참가를 권하고 싶다. 장비 구비, 굿즈 제작, 이벤트 기획 등 품이 많이 들기는 한다. 평상시에 바쁜 다른 팀들도 전시에는 대부분 참가하기 때문에 반가운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 업계 중요 행사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네트워크 성사의 기회이기도 하다.
※ 팁
▶ 수많은 게임 사이 우리 게임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 비중은 적다. 부스가 돋보일 수 있게 굿즈나 영상 등으로 장식하는 준비는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는 게임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굿즈를 플레이 피드백 보상 등으로 활용하여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 피드백의 경우, 우리 게임 말고도 체험할 게임이 워낙 많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상당히 바쁘다. 그런 와중에 양질의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면, 미리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질문들을 준비해두면 좋다. 예를 들면, 어느 구간까지 플레이를 했는지(객관식)/게임에서 매력적으로 느끼는 점(객관식)/아쉬웠던 점(주관식) 등이다.




2.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펀딩은 개발하는 내내 꼭 한 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활동이다. 게임의 존재를 임팩트 있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마침 참여 중인 지원사업에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의 컨설팅을 지원해줘서 막막함을 조금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펀딩을 준비하는 건 예상보다 녹록지 않았다. 리워드로 제공할 굿즈의 발주부터 단가 책정, 프로젝트 홍보 내용 작성, 트레일러 제작, 사진 촬영까지 모든 걸 직접 해야 했다. 작은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는 느낌과도 같았다.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연말,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던 순간에도 축하할 틈 없이 크라우드펀딩 페이지를 만들고 있었다. 프로젝트 오픈이 1월 11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프로젝트 검수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데모 버전 프로그래밍까지 생각하면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페이지를 예정된 날짜에 오픈할 수 있었다.
목표는 50명의 후원자로부터 200만 원의 금액을 모으는 것이었다. 적자를 겨우 면할 정도의 소박한 목표를 잡은 것이었다. 수익보다는 게임을 더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고, 솔직히 큰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펀딩을 준비했고 프로젝트가 오픈된 날, 놀랍게도 목표를 단번에 달성했다. 여기에는 목표치를 처음부터 낮게 잡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 빠른 시간 내에 100%를 달성하고, 초과 모금에도 성공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대외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는데, 이것이 적중했던 것 같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이전 진행했던 사전 알림 이벤트도 도움이 됐다.

또 전략적 가격 책정도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많은 구매가 이뤄진 후원 상품은 793명의 후원자 중 614명, 77%가 선택한 9,100원짜리 디지털 에디션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흔히 판매되는 다른 상품 가격대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으며,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9월 10일을 겨냥해 가격을 9,100원으로 맞추어 의미도 챙겼다. 덕분에 많은 구매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펀딩이 진행되는 두 달 간, 여러 스트리머들이 게임 데모를 플레이해주면서 게임이 알려졌으며, 이는 <30일> 최초의 개발팀 인터뷰의 기회로도 이어졌다. 또한 프로젝트 창작자 업데이트 포스트를 꾸준히 작성해 소통했는데 그 결과로 연말에 텀블벅에서 주는 ‘소통왕상’을 받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유저들이 작성한 유용한 피드백도 수집할 수 있었다. 이 피드백을 통해 빌드를 수십차례 업데이트하며 개선했고, 게임의 완성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은 인디 게임계에서 자주 활용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그 시장이 매우 크지는 않지만, 개발 과정 중 한 번쯤은 진행하는 추세다. 출시 전에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는 페이지가 히스토리로 남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임 플레이에 관심있는 유저, 스트리머뿐만 아니라 언론,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공간이기도 하기에 크라우드펀딩을 잘 활용하면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3. 개발일지 작성과 SNS 활용
개발일지를 만들게 된 첫 계기는 단순했다. 우리가 참여했던 지원사업에서 요구하던 단 하나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개발일지에는 줄글 포맷으로 개발적 측면만을 다루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인 개발 과정 뿐만 아니라, 그 밖의 행사 참가 소식이나 자료조사 활동 등 개발일지에 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모두가 게임 개발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SNS를 통해서 전달할 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등에 업로드 했다. 요즘은 다른 팀들도 이 방식을 꽤 많이 사용한다. 별도로 블로그도 만들었고,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 계기가 됐다.
개발일지 작성이 대외적인 홍보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성원 결속에는 도움이 되었다. 우선 개발일지를 팀원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작성하면서, 매달의 개발 과정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 받는 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원사업이 종료된 뒤에도 개발일지 작성을 멈추지 않았고, 2년 정도 계속했다.
나아가 개발일지 공유를 계기로 SNS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최대한 여러 채널로 노출하고 싶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게임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유저 접촉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해소가 됐다. 개발일지, 전시소식 등을 업로드하고 홍보할 내용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리를 열심히 하게 됐다. 나중에는 공식 카페 개설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유저가 우리 팀과 우리 게임을 알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대표적 예로 그 당시 업로드한 블로그 포스트는 아직도 조회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언론을 통해 몇 번 알려진 게임/팀이다보니, 검색했을 때 우리가 스스로 정리해 둔 정보가 나온다는 것은 중요한 플러스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경우엔 웬만한 소통 채널을 모두 개설했는데 관리 공수가 상당히 커서 후회한 적이 있다. 게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성격의 SNS만 운영해도 충분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8월 26일, 필자의 자취방에서 프로그래머 두 명이 일주일 넘게 합숙하며 하루 16시간씩 코딩을 한 결과, <30일>이 드디어 스토어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출시 직후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고, 첫 달 다운로드 수는 300 내외였다. 사실은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플레이해주었다는 사실에 그저 신기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릴 생각을 따로 하지도 못했다. 어차피 홍보를 할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게임이 나름 오랫동안 별점 5.0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도 홍보를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리뷰어가 많아지면 점수가 낮아질 것 같았다. 욕 먹을 각오를 잔뜩 했던 것에 비해 감동적인 리뷰들이 달리기도 했다.

■ 첫 번째 스파이크: 스브스뉴스 인터뷰
게임 출시 후, 처음 폭발적인 관심이 찾아온 것은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 공개 이후였다.
스브스뉴스 PD님은 게임을 다루고 싶던 차에, 한 게임 매체에서 읽은 <30일> 인터뷰 기사를 통해 우리 게임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첫 영상 인터뷰였기 때문에, 엄청난 긴장이 됐다. 원래 게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날은 달랐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함께 인터뷰에 출연한 팀원들도 바짝 긴장했었다고 한다. 댓글에는 감사한 칭찬들 사이에 내 어색한 말투가 ‘졸업반이 된 주기자’(<SNL> 방송 캐릭터) 같다는 농담이 많이 눈에 띄었다.
스브스뉴스 팀에서는 어마어마한 편집으로 내 어수선한 답변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고, 다양한 시청각자료로 게임 설명을 생생하게 뒷받침해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 게임의 취지와 플레이 방식, 제작 과정 등이 흥미롭게 전달될 수 있었고, 이 인터뷰 영상은 크나큰 관심을 받게 됐다.
이 관심은 우리 게임의 첫 번째 스파이크로 이어졌다.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갑자기 유저 수가 전 주 대비 7000% 이상 상승했고, SNS 팔로워도 급성장했다. 연쇄 작용도 일어났다. 이 영상을 통해 다른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고, 스트리머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생겼으며, 이전에 올려뒀던 콘텐츠의 조회수가 늘어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났다.

■ 두 번째 스파이크: 네이버웹툰 광고 효과
두 번째 스파이크는 네이버웹툰 <반드시 해피엔딩>을 통한 광고였다. <반드시 해피엔딩>은 남편을 잃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남편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의 회귀물이다. 과거로 돌아가 누군가의 죽음을 막으려 하는 줄거리가 우리 게임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해 광고를 실을 작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마케팅 지원사업 수행 중에 UA(유저 획득) 외 방법 중, 웹툰 광고를 떠올린 계기는 이렇다. 우리 게임은 스토리 게임이기 때문에, 게이머뿐만 아니라 웹툰 독자들의 성향에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30일>의 리뷰 중에는 원래 게이머가 아니지만 재미있게 즐겼다는 반응이 존재했다. 그래서 게이머 외의 소비자층 타게팅에 노력하던 와중 웹툰을 그 방법으로 찾아내게 된 것이다.
해당 광고가 설연휴와 게재 기간이 겹치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유저들이 꾸준히 오가닉(자연 유입) 유저들을 불러오면서, 마켓 차트인을 할 수 있었고 실제 광고 기간보다 더 장기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광고비 회수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ROAS(광고 수익률)는 200%로,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보았다.
웹툰 광고는 인디 개발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광고 수단은 아니다. 전형적인 방식을 탈피해 작품의 성격에 보다 잘 부합하는 잠재 타깃을 겨냥할 수 있도록 창의적 방법을 떠올려 보는 것은 때로 이렇듯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


■ 세 번째 스파이크: <30일 어나더> PC버전 출시와 스트리밍 열풍
세 번째 스파이크는 모바일 게임인 <30일>의 PC 확장판 버전인 <30일 어나더>의 출시였다. 게임쇼에 PC 버전도 같이 준비해 참가해왔는데, 유저들의 피드백 상으로나 우리의 생각으로나 PC에서의 플레이 경험이 긍정적이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스트레치 골 중 500%에 걸린 리워드가 PC 버전 출시였다. <30일> 펀딩은 500%를 초과 달성했고 확장 버전에서 추가로 하고 싶은 게임 속 이야기도 남아 있었기에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포팅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모바일 버전보다 PC에서 구현하기가 더 용이한 점이 많았다. PC 환경에서의 플레이 편의성 개선뿐만 아니라, 더욱 풍성한 플레이 경험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였다. 반년 정도의 추가 작업 끝에 PC 버전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출시 플랫폼은 스토브 인디였다.
<30일 어나더> 출시가 이뤄지자 PC 게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게임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기회가 새롭게 생겨났다. 그렇게 유명 유튜버들의 스트리밍도 이뤄졌고, 이것이 <30일>에게는 또 한 번의 스파이크로 연결될 수 있었다.
나아가 PC 버전을 만들면서 확장 콘텐츠를 더하고 일부 기존 콘텐츠를 보강하면서 팀원들도 게임을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시기는 더브릭스게임즈에도 분기점이 되었던 시기다. 하나의 게임이 비로소 마무리되었고, 팀원들은 각자 거취를 결정했다. 일부는 작별을 고했고 일부는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 네 번째 스파이크: 트위터 콘텐츠 200만 뷰 돌파
<30일>을 출시한지 2년이 훌쩍 넘은 어느 날, 나는 지인들에게 갑자기 많은 연락을 받게 되었다. 우연히 X(구 트위터)에서 한 유저가 업로드한 트윗이 ‘알티(RT/리트윗)을 탔다’는 소식이었다. 리트윗 문화를 잘 몰랐던 내가 보기에도 뭔가 대단한 일 같았다. 왜냐하면 출시 이래로 그 어떤 때보다 <30일>에 가파르게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윗에서 해당 유저분은 <30일>의 정곡을 꿰뚫는 게임 평을 남겨 주었다. 주변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징조들을 포착하고 행동하는 것이 각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얼마나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체험하며 게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만든 게임이라는 점까지 함께 언급해 주었다.
감사한 그 트윗의 내용은 이전에 상상 못해봤던 큰 영향력이 되어 우리의 작은 게임을 화제 중심에 올려주었다. 해당 트윗은 결국 200만 뷰를 넘어버리는 엄청난 바이럴을 기록하며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지금 회사에 합류한 팀원분들 역시 이 글 덕분에 더브릭스게임즈를 알고 지원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었을 정도다.
현실에서 정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들였던 정성과 노력을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가 닿았고, 그것이 다시 다른 게이머들의 마음에 도달하면서 거대하게 증폭되었던 그 순간의 감격을 지금까지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의미 때문에, 유저들과의 소통에서도 다른 게임사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방식을 취했던 바 있다. 우리는 <30일> 출시 이후 매해 9월 마다 특별한 유저 대상 행사를 진행했다. WHO가 지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 9월 1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30일>의 인게임 배경도 9월 한 달로 설정되어 있어서 유저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좋은 시간이라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다.
■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
그중 첫 번째는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 수기 공모전 이벤트다.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는 원래 공식 카페 내의 게시판 명칭으로, 유저들이 자신만의 ‘설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곳이다. 설아는 인게임 주인공일 수도, 살면서 만났던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이 게시판을 활성화해 유저들이 뜻깊은 경험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목적까지 겸하여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꽤 많은 유저들이 깊이 있는 글을 나눠주었고, 그중 일부 유저를 추첨해 선물을 전달했다.
마케팅적 효과를 바란 행사는 아니었다. 행사를 통해서 게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는 유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깊이 기뻤다. 뿐만 아니라 ‘나만의 설아’를 다름 아닌 자기 자신으로 두고 편지를 적어 주신 여러 유저들이 이 행사를 통해 스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도 감동을 느꼈다.

■ 주인공 설아 생일카페
두 번째 해에는 팀원의 제안으로 주인공 설아의 생일 카페를 진행했다. 마포의 한 카페를 빌려 내부를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설아의 생일인 9월 28일을 기념했다. 생일 카페에서는 설아 캐릭터를 본뜬 한정판 쿠키를 판매했고, 팬들이 제공해준 팬아트와 축전으로 공간을 장식했다. 또한, 그동안의 기록을 모은 영상도 제작해 상영하기도 했다.
큰 홍보 효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동료 개발자들과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카페를 찾아오고 또 따뜻한 후기를 남겨주었다. 이 경험은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유대감과 특별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었다.




■ 유저 밋업데이
마지막 유저 밋업데이는 개발자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유저들과 함께 게임 <30일>의 비하인드를 공유하고, 자유로운 Q&A를 진행했으며 차기작에 대한 소식도 전하는 본격적인 자리였다. 정원 8명의 소규모 행사였으며, 참가 유저들은 인게임과 SNS 등을 통해 모집했다.
행사 당일 스토브인디에서 준비한 컵케이크와 더불어 <30일> 굿즈 풀패키지로 유저들을 맞이했다. 정성스러운 리뷰를 남겨준 유저부터 생일카페에 방문했던 유저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우리도 성심껏 답변했다.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헤어질 때는 유저들의 요청으로 개발자의 사인회까지 펼쳐져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더브릭스게임즈의 마케팅에는 독특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첫째는, 우리의 직접적인 마케팅 노력과 관련 없는 외부의 기회로부터 의외의 마케팅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점이다. 스브스뉴스가 그랬고, 한 유저의 게임 리뷰 트윗이 그랬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진정성 있는, 실제 효과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고, 그런 시도는 많지 않아 눈에 띄는 것이기에 주목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좋아서 진행한 마케팅이 여러 가지 있었다는 점이다. 정작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 게임을 즐겨주는 유저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고, 그 자체로서 뿌듯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개발자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작은 게임 하나가 세상과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면서도 때로는 놀랍도록 단순한 과정이었다. 우리의 수많은 노력 중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룬 것도 있었고, 기대만큼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우리는 모든 게 처음이라서,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었고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즐거웠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경험들을 기반으로, 다음 게임에서는 제한된 리소스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는 단지 '해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하기보다는, 우리 게임에 가장 잘 맞고 효율적인 방법을 더 신중히 선택할 계획이다. 특히, ‘유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콘텐츠를 통해 우리 게임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지’를 먼저 고민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비용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되, 우리 팀의 진심과 열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진심을 담아 만든 게임이 세상에 닿을 때, 유저들은 우리의 마음을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해진 진심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다음 게임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임팩트 게임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30일>의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경험한 더브릭스게임즈가 그 이후의 걸음을 어떻게 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