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마비노기 모바일'은 왜 '평가 역주행'하고 있을까?

사랑해요4 (김승주) | 2025-04-02 14:49:07

"1,000억 원."

출시 직전까지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한 관심은 저 숫자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첫 공개돼 8년이 넘는 개발 기간 끝에 출시됐으니 말이다. 
일단 세간의 인식 속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은 개발비 1,000억 원이 투입된 초 대작 게임이라는 밈(meme)으로 통용됐다.(정확히는 개발사인 데브캣의 8년간 운영자금이 1,000억 원이지만)


발표 초반에는 원작을 추억하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8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추억보다는 밈으로 소모하는 사람이 많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출시 전 흐름에도 불구하고 <마비노기 모바일>의 출시 직후의 초반 지표는 분명 긍정적이다.

단순히 애플 스토어에서 매출 1위, 양대 마켓에서 인기 1위를 기록했다는 통계적인 수치를 넘어 "생각보다 할 만하다", "이런 게임을 찾고 있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반응 자체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게임의 민심은 급격하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에 추후 또다시 뒤집어질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나, 몇몇 게이머는 갤럭시 게이머 그래프 추이를 보며 "<마비노기 모바일>은 요즘 보기 드문 '역주행'을 한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던컨 등 인기 서버의 피크 타임 대기열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순수한 '입소문'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사람을 끌어모은 것이다.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확실하게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절묘하게 국내 게임 시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선보인 게임이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애정을 쏟아가며 플레이할 수 있는, 생활 콘텐츠가 결합된 MMORPG는 요즘 의외로 많지 않았다.


<마비노기 모바일>


#1 - 생각해 보니, 요즘 이런 게임이 별로 없었다.


<원신>이 거대한 성공을 이룬 이후, 대부분의 모바일 애니메이션 게임은 '정해진 주인공'과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수집형 게임의 주된 BM은 캐릭터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비슷비슷한 게임이 수도 없이 나오며 사람들은 오픈 월드의 게임 구조와 캐릭터 판매를 유도하는 BM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볍게 즐길 만한 MMORPG가 그동안 많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MMORPG는 지금도 여러 국내 개발사가 만들고 있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MMORPG는 대부분 '대규모 전투'(쟁 혹은 공성전)를 핵심 콘텐츠로 삼은 '리니지라이크'였다.

알다시피 이러한 대규모 전투는 마니아들이 선호할 뿐, 라이트 게이머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엔드 콘텐츠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미리 길드에 가입해 길드원들과 소통하며 인간 관계를 반드시 맺어야 한다. 엔드 콘텐츠를 위한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자신이 원할 때 즐기기 어렵고, 긴 시간 동안 치열한 전투를 플레이할 필요도 있다. 덕분에 MMORPG는 좋아하지만 "공성전 있으면 안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시장에 이런 니즈(쟁 없는 MMORPG의 즐거움과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를 채워줄 수 있는 신작 게임이 최근에 의외로 많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오히려 기대작이 출시됐다가 실패하고 빠르게 서비스 종료를 하는 일이 있었다. 모바일 게임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반다이 남코의 <블루 프로토콜>이 있다.

<블루 프로토콜> (출처: 반다이 남코)

<블루 프로토콜>은 반다이 남코가 신규 IP 창출을 목적으로 많은 개발비와 시간을 투자한 게임으로, 캐릭터를 직접 커스터마이징해 즐길 수 있는 PC MMORPG로 개발됐다. 최근 잘 보기 힘든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MMORPG였던 만큼 국내에도 기다리는 유저들이 있었고, 이를 알아본 스마일게이트가 일찍이 퍼블리싱을 낙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서버의 흥행 부진으로 글로벌 출시는 무산됐다. 일본 서버 역시 서비스 종료된 상태다. 중국의 텐센트가 IP에 대한 권리를 취득해 모바일 버전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긴 했지만, 언제 출시될  지 알 수 없으며, 국내 출시는 더욱 불투명하다.

모바일에서는 비슷한 게임으로 X.D 글로벌의 MMORPG <고! 고! 머핀>이 2024년 국내 정식 출시되기도 했다. <고! 고! 머핀>은 라이트 유저를 타겟팅한 콘텐츠, 아기자기한 그래픽, 화면 가로-세로 모드 지원 등에서 <마비노기 모바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며, 중국에서 출시 1달 만에 약 1억 위안(2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한 상태였다.

그러나 <고! 고! 머핀>은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상세한 이유는 알기 어려우나, 신생 IP기에 자연스런 바이럴로 이름을 알리기 힘들었다는 점, 유저 풀이 중요한 MMORPG의 특성상 초기 흥행에 실패하며 유저 이탈이 더욱 가속화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고! 고! 머핀> (출처: X.D 글로벌)

결론적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이 내세운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다양한 꾸미기 아이템의 존재, 라이트한 게임성, 가로 화면 지원을 통한 간편한 게임플레이와 같은 요소는 <마비노기 모바일>을 유니크한 게임으로 만들었다. 원작에서부터 강조해 오던 '원하는 대로 느긋한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확실한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대체재가 없는, 참으로 시기적절한 시기에 게임이 나온 셈이다.

이외로 <마비노기>가 추구한 게임성이 '희소'하다는 점도 있다. MMORPG, 생활 콘텐츠의 존재, 애니메이션 스타일 풍의 캐릭터 꾸미기라는 요소는 따로 놓고 보면 여러 게임에서 흔하게 보이지만, 이것을 모두 합친 게임은 적다.

여기에 원작 <마비노기>의 이름값이 흥행에 날개를 달아 줬다. 좋건 나쁘건, 출시 전부터 커뮤니티에서 게임에 대한 여러 이슈가 퍼져나가며 게임의 출시 소식이 바이럴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덕분에 <마비노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응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기왕 출시됐으니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충분했다.

원작이 가진 이름값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찍먹이라도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쉬운 세상이 아니니 말이다. (출처: 넥슨)


#2 -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기 좋은 게임

평가 반전의 이유에는 G1 스토리가 시작되는 34레벨부터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는 것도 있다. 많은 유저들이 초반부 몇 시간 단위의 튜토리얼 구간은 참고 게임을 하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초반부 스토리는 다소 평면적이고, 여러 단순한 퀘스트와 전투를 진행해야 하지만 튜토리얼이 완료된 순간부터는 자유롭게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것'을 즐기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이 OST를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옛 온라인 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호평 요인이다. 원작에서도 강조된 '캠프파이어'나 개발진이 사전 플레이 동영상에서 강조했던 '우연한 만남'은 공개 당시만 하더라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실제 인 게임에서는 체감될 만큼 게임의 재미 요소 중 하나라는 평가다. 출시 초기 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어 '우연한 만남'으로 즉석에서 4인 파티가 결성돼 보스까지 손쉽게 클리어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개발진이 강조했던 '낭만' 있는 모습도 자연스레 연출되고 있다. 대형 서버에서는 '은화'(게임 내 던전 진입에 사용되는 재화)를 모두 사용한 유저들이 모여 음악회를 즐기거나, 쓸쓸한 지역처럼 보여도 캐릭터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이 찾아와 같이 앉아 있다가 떠나는 등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게임의 많은 부분에서 '라이트함'을 신경 썼다는 점도 강점이다.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한 만큼 조작 체계나 튜토리얼 등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려 했다는 점이 크게 느껴진다. 국내 게임이기에 번역 이슈도 없으며, 게임 내 설명문이나 텍스트를 보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UI 곳곳에서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를 추구했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느껴진다.

그 외에도 원작과 비교해 간편화된 부분이 많다. 전투, 스킬, 장비 아이템 등은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클래스와 스킬 세트가 바뀌도록 했고, 스킬 성장 절차가 간소화됐다. 생활계 스킬은 전투 스킬과 구분되도록 정리됐으며, 합주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옆에서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

쉬운 재료 찾기, 튜토리얼 동영상, 설명 문구 등 많은 부분에서 '편의성'을 신경썼음이 느껴진다

게임의 분위기나 아트워크가 '가볍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 리니지라이크 MMORPG는 '대규모 전쟁' 콘텐츠를 위해 '밥 먹고 싸움만 하는' 세계관을 그린 경우가 대다수다. 애니메이션 게임 쪽에서도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꿈도 희망도 없는' 비정한 세계관이나 어두운 채색의 아트를 위주로 삼은 게임이 많다. 이런 와중, '느긋한 판타지 라이프'를 추구하며 화사한 색채를 내세운 <마비노기 모바일>은 라이트 게이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좋다.

이렇게 게임에 접근하기 쉽다는 점은 누군가에게 권하기도 좋다는 것을 뜻한다. 출시 직후 <마비노기 모바일>을 즐기며 게임에 호감을 느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권유할 때 이런 부분이 설득을 더욱 쉽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동건 데브캣 대표는 "같이 하자"고 말하기 쉬운 게임을 만들길 원했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리고 MMORPG는 '대세감'이 중요하다. 사람이 많아야 더욱 즐거운 장르기 때문이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마비노기 모바일>을 서로 권하며 플레이한다는 사실은 대세감 조성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데브캣 김동건 대표는 "같이 하자"고 권하기 쉬운 게임을 목표로 했다고 출시 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정말로 그런 것이, 기자도 누군가 "같이 하자"고 권하지 않았다면 이 기사를 쓸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출처: 넥슨)


#3 - 핵심은 '룩덕'질 


그래픽에 대해서는 사전 공개 단계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깔끔하게 나왔다는 평가다. 특히, 아기자기한 그래픽 속에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고 만족도게 높게 나와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꾸미기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다. 원작의 꾸미기 요소를 잘 계승한 셈이다.

엔드 콘텐츠까지 도달하는 것에 '과금'의 영향이 적다는 점도 호평받고 있다. 콘솔 게임 위주로 게임을 하는 사람, 모바일 MMORPG 위주로 즐기는 사람 등 게이머마다 겪어 온 BM이 다르기에 과금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긴 하나, 출시 초기 <마비노기 모바일>의 과금 체계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엔드 콘텐츠 플레이나 전투력 상승을 위해 필연적인 과금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을 넘어서야 하는 에픽 아바타, 전설 아바타 그리고 펫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 제공하는 스텟의 차이가 드라마틱하게까지는 차이 나지 않아 '개인의 만족' 영역에서 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우절 이벤트로 지급한 안경 스킨
결국 <마비노기 모바일>의 핵심은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에 있다. (출처: 넥슨)


#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어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최근 게임 세상의 민심이라는 것은 하루 혹은 시간 단위로 지옥과 천국을 오가곤 한다.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현재의 분위기는 괜찮더라도 어느 순간 핵폭탄처럼 터질 수 있는 문제점이 몇 가지 선적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적화다. 모바일, PC 양면으로 심각하다. PC는 게임을 켜 놓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프레임 드롭이 가시적으로 눈에 보여 플레이 중간에 메인 화면으로 나가거나 환생 화면에 들어간 후 돌아와 줘야 한다. 모바일은 렌더링 수준을 낮추면 할 만은 하나, 발열 및 배터리 소모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최적화는 업데이트가 이뤄질 때마다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 것이기에, 라이브 게임의 최적화를 완벽히 이루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그러나 라이트함을 추구한 게임치고는 프레임 문제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에 밟혀 즐기기 불편한 측면이 있다.


최적화는 정말 큰 문제다.


# 정리 - 수요와 니즈가 만들어낸 '입소문의 힘'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플레이하느라 바빴던 기자에게 <마비노기 모바일>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마비노기 모바일> 출시 직후 주변의 수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친구의 권유를 받아 길드를 설립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게임임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꾸밀 수 있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 최근 그다지 많지 않았고, 은연중에 잠재적 수요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에 시간과 재화를 투자해 가며 스토리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그리워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기자도 이렇게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꾸미는 게임은 오래간만이었다.

이제 <마비노가 모바일>은 사전 공개된 업데이트 로드맵에 따라 4월과 6월 그리고 9월에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쇼케이스에서 김동건 대표가 "<마비노기 모바일>을 통해 유저와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만큼, 거듭된 좋은 모습을 통해 초기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앞날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이 기사도 한 달이 지나면 게임 평가가 뒤집히며 '잘못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현재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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