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오브 미드나잇>은 미국 남부 지방의 강렬한 풍경과 거칠고도 따뜻한 인간 군상, 그리고 그들의 애환 속에서 탄생한 전설과 민담을 게임으로 옮긴 게임입니다.
단순히 줄거리만 따라간다면 10시간 남짓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길지 않은 게임이지만, 수집할 수 있는 모든 문서와 체력 및 스킬 업그레이드를 전부 챙겨가며 15시간을 들여 게임을 마쳤습니다. 음미하듯 즐긴 플레이 경험을 토대로 이 게임의 서사와 캐릭터, 전투와 플랫폼 액션, 그리고 그래픽과 사운드 등 여러 측면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사우스 오브 미드나이트 (South of Midnight)
출시일: 2025-04-09
개발사: 컴펄션 게임즈
유통사: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PC, Xbox Series X|S
가격: 58,800원
장르명: 3인칭 액션 어드벤처
리뷰 버전: PC (스팀)
리뷰 빌드: 사전 플레이 버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지점은 미국 남부의 분위기가 세심하게 재현되었다는 점입니다. 길을 잃을 것만 같은 울창한 숲과 끈적하고 습한 늪지대의 정경부터 타들어갈 듯한 태양 아래의 외딴 교회와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낡은 오두막이 힘겹게 자리한 모습 등 실존하는 곳들을 누비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이런 배경 묘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미국 남부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신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자적인 판타지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루가루(Rougarou)'나 '허긴 몰리(Huggin’ Molly)'와 같은 전승 속 괴물들이 트라우마의 형상화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갖추고 등장합니다.
각 존재의 기원에는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 차별과 방치 등 여러 현실적 문제들이 서려 있습니다. 이러한 아픔이 마법적 실체로 변모해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설정을 풀어내고요. 이런 점에서 <사우스 오브 미드나잇>은 단순히 공포나 미신적 분위기에만 기대지 않고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며 구체화 해 독자적인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봉제 인형은 살아 움직이고

거대한 메기와 만담을 나누는 마법 같은 게임
플레이어가 맡게 되는 헤이즐 플러드의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허리케인으로 집과 어머니를 잃게 되면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하룻밤의 여행길에 오릅니다. 주변 이웃과 마을에 깃든 재앙도 해결하면서요.
헤이즐은 ‘위버’라는 마법적인 재능으로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세상을 이루는 원천인 실타래들을 눈으로 보고 다룰 수 있는 일종의 직공이죠. 헤이즐의 능력은 전투에도 쓰이지만 무엇보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고통을 풀어내고 치유하는 열쇠로 작동하게 됩니다.
초반의 헤이즐은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지만, 점차 사람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위버'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후반부에는 과거 남부 지역에 흐르는 긴 역사와 그 어두운 그림자가 자기 가족에게도 드리웠음을 깨닫고 스스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성장이 돋보이더라고요.

허리케인으로 엄마가 있는 트레일러 집은 떠내려가 버리고

마법의 실을 엮을 수 있는 전설의 직공이 된 헤이즐
전투는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적을 밀거나 끌어당기는 단순한 조작 위주의 전투에 몇 가지 스킬을 해금해도 전투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웨이브를 처리하다 보면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무엇보다 전투 구간이 별도의 아레나로 분절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이어가기보다는 흐름을 방해하며 일정한 루틴을 강제한다는 점이 거슬리더라고요. 또 적들의 기본 공격력 자체가 꽤 강한 데다 공격 타이밍을 가늠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며, 피격 후 모션 딜레이가 매우 길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추격전이나 보스전을 포함해 모든 전투를 전부 건너뛸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스토리와 분위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정말 반가운 옵션이죠. 역으로 전투가 전체적인 게임 흐름에서 그다지 큰 재미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요. 아무런 불이익 없이 스킵할 수 있으니 전투 중에만 달성할 수 있는 도전 과제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단조롭고 반복적인 전투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는 솔직히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투도 실을 활용하지만 깊이 있게 활용하기는 어렵다.

모든 스킬을 찍어도 여전히 단조로운 전투

전투는 보스전, 추격전과 더불어 아예 건너뛸 수 있다
게임의 구조는 선형적인 스테이지를 차례로 방문하는 식이지만, 곳곳에 배치된 많은 갈래길에서 업그레이드 재료와 텍스트 수집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요 진행 방향을 언제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길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을 뿐더러 탐색이 필요한 옆길을 파악하기도 쉽습니다.
헤이즐은 점프, 대시, 벽을 달리는 능력에 더해 위버의 스킬을 플랫폼 액션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밀치는 스킬로 장애물을 치우거나,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을 좁은 틈새로 보내 숨겨진 길을 열 수도 있죠.
게임 전반의 플랫폼 구간은 난도가 높지 않아, 스토리에 집중하며 아름답고 기묘한 남부 지역의 풍광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적절한 자동 저장과 관대한 판정 덕에 큰 스트레스 없이 넘어갈 수 있고요. 특히 허리케인이 지나간 폐허가 된 산책로나 마법이 깃든 숲 속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를 달리는 매 순간들은 남부 고딕 특유의 음침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가 강조돼 탐험 자체가 보상의 느낌을 주는 듯했습니다.

언제든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편리한 안내 시스템

봉제 인형 '크루톤'으로 좁은 구역을 이동할 수도 있다.


탐험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실타래
특별히 찬사를 보낼 만한 부분 중 하나는 사운드 디자인입니다. 늪지대를 감싸도는 곤충 소리나 습기를 머금은 바람 소리, 낡은 마룻바닥이 삐걱이는 소리 등은 현실감 있는 배경을 만들어냅니다. 더 인상적인 건 각 챕터별로 삽입되는 블루그래스, 재즈, 가스펠 등 남부 지역의 음악에서 파생된 다채로운 음악과 보컬 트랙들입니다.
전투나 주요 스토리 전개 구간마다 악기가 하나씩 추가되거나 보컬이 서서히 겹쳐 들어오며, 이야기의 흐름을 노래로 전해주는 듯하죠. 특정 보스전에서는 전설 속 이름을 담은 가사가 울려 퍼져, 그 전설이 상징하는 고통이나 두려움을 선명히 드러내기도 합니다. 덕분에 전투나 추격전에서 감정적인 몰입도가 높아져, 마치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던 설화 한 편을 구전으로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풍부하고 섬세한 사운드로 공간의 실재감이 더해진다.

보스전에서는 보스의 이름이 들어간 가사가 나오기도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2~3장 이후부터는 챕터별 전개 패턴이 다소 반복적이기는 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해서 낙인을 정화하며 사연을 알아내고 전설적 존재와 대면한다는 골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구조적 단조로움을 보완하는 섬세한 서사로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헤이즐이 만나는 전설과 주민들의 사연은 결코 한 줄로 정리되는 상처가 아니며, 게임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인물 관계와 트라우마의 배경이 한데 모여 의미를 더합니다. 헤이즐의 가족이 얽힌 어두운 내막과 공동체가 겪어온 폭력과 차별, 극복하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흔이 드러나면서, 고통을 서로 헤아릴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합니다.

사람들의 슬픔은 병에 담겨진다

사연을 확인하고 상흔을 병에 옮겨담는 과정은
반복적이기는 하지만 메시지의 전달은 효과적이다
<사우스 오브 미드나잇>은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인 헤이즐이 외로운 여정에서 스스로를 보듬고 다시 일어설 길을 찾아내는 것처럼, 이 게임은 아픔과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해 음악과 전설로 엮은 치유를 선사합니다.
전투와 플랫폼 액션은 전혀 새롭거나 혁신적이지 않고 반복되는 구조와 장면들은 다소 아쉽지만, 뛰어난 캐릭터성과 연출, 정교한 음향 그리고 고유의 지역 문화를 진심으로 담아낸 스토리가 게임의 플레이 가치를 높입니다. 남부 고딕 장르와 전승 문화의 매력에 이끌린다면 <사우스 오브 미드나잇>은 여름 밤처럼 다정한 추억이 될 만한 마법 같은 게임입니다.
사우스 오브 미드나이트
7.5
점
한줄평
전투와 구조의 반복에도 빛나는 남부 고딕의 매력
장점
- 풍부하게 구현한 남부 고딕의 풍경
- 전설과 애환을 정교하게 엮어낸 서사
- 스톱모션과 동화풍으로 풀어낸 연출
- 다채로운 지역 음악으로 고조되는 몰입감
- 편리한 길 안내와 세세한 접근성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