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지스타에서 부스를 가장 열심히 꾸미는 게임사 중 하나입니다. 그 규모나 화려함도 주목할 만하지만 특히 도드라지는 건 충실히 재현된 게임별 테마와 콘셉트인데요. 올해 있었던 국제 게임쇼 '게임스컴'에서도 발휘되었던 이 감각은 올해 지스타에서 또 한 번 좋은 볼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올해 크래프톤은 서로 장르와 테마에서 모두 다른 <인조이>, <하이파이 러시>, <프로젝트 아크>, <딩컴 투게더> 등 네 작품을 내놨습니다. 게임끼리의 차별성이 큰 만큼 각 부스의 느낌도 전혀 다른 점이 재미있습니다.
복층으로 마련된 <인조이> 부스는 이전에도 여러 번 선보였던 신비로운(?) 디자인을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천상의 기업 'AR 컴퍼니' 인턴으로 근무하며 '조이'들의 삶을 조율한다는 콘셉트의 생활 시뮬레이션이죠.
이에 맞춰 평범한 사무공간처럼 보이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예쁘고 산뜻한 부스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크래프톤은 해당 콘셉트를 굿즈 이벤트에도 적용했는데, 게임 체험을 마친 뒤 인증하면 자신의 아바타 사진으로 만든 사원증을 증정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탑뷰 밀리터리 슈터 <프로젝트 아크>의 부스입니다. 아직 개발 중인 <프로젝트 아크>는 핵심 게임플레이 시스템은 정해졌으나, 인게임 유니버스와 캐릭터 설정에선 아직 초기 단계인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서는 서버실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체험 공간을 꾸며두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대신 각종 게임플레이 이벤트로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15일부터 17일까지 <프로젝트 아크> 부스에서는 다누리, 안녕수야가 관람객과 함께하는 '여성 스트리머 대전', 김블루, 블랙워크가 고3 수험생과 팀을 이뤄 대결하는 '엄마, 장학금 벌어왔어', 개발진과 e스포츠 선수들이 맞붙는 'ARC Dev vs PUBG E-Sports Winners' 등 특별 대전 이벤트가 열립니다.
<프로젝트 아크> 시연 대기열에서는 게임의 독창성을 직접 확인하고자 부스를 찾아온 유저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한 유저는 밀리터리 슈터 장르에서 보기 드문 탑뷰 시점을 차용한 데서 호기심을 느꼈으며, 게임의 '타격감'이 좋아 보여 체험하러 오셨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유저는 일반적인 대전 FPS와 달리 팀원들이 모두 시야를 공유하는 <프로젝트 아크>에서는 더 유기적이고 즉각적인 협동 플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 게임을 플레이하러 왔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실제 게임 후의 감상이 궁금해 체험이 끝난 뒤 다시 한번 의견을 물었는데, 두 분 모두 원래의 기대에 잘 부합하는 게임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첫 번째 유저는 '타격감'이 기대보다 더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유저는 시야가 공유되는 게임인데도 제한된 측 후방 시야 때문에 적 기습이 가능했다는 점, 탑뷰 시점인데도 이른바 '사운드 플레이'가 원활했다는 점을 추가적인 장점으로 꼽아 주셨습니다.
독특한 개성의 <프로젝트 아크> 캐릭터들로 분장한 코스어들의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코스어들은 두 개 무대에 번갈아 서면서 유저들과 만나고 함께 촬영도 진행 중입니다.
<하이파이 러시> 부스에서는 IP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베데스다 산하 탱고 게임웍스의 IP이었던 이 작품은 해산된 탱고 게임웍스 인재들과 함께 크래프톤에 흡수되었는데요. 호평받은 작품인데도 명맥이 끊길 뻔했던 위기여서 많은 팬이 기뻐했던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인데도 여러 관람객이 시연을 위해 줄 서있는 모습이 연출되어 감명 깊었습니다.
잘 꾸며진 부스 콘셉트가 여기에 한몫했을 것 같습니다. <하이파이 러시>는 굵은 선의 서양 코믹스 스타일 아트워크로 유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타이틀입니다. <하이파이 러시> 부스는 게임 속에 자주 사용된 화려한 키 컬러, SF 풍의 디자인 뉘앙스를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꾸며져서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들을 빼닮은 코스어들도 같은 역할을 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기자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올해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딩컴 투게더>의 부스입니다. 호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생존과 생활을 함께 꾸려 나가는 내용의 멀티플랫폼 게임인데요. 원작 <딩컴>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아트와 확장된 게임플레이를 적용해 매력을 더하겠다는 포부입니다.
그 콘셉트에 어울리게도 야외처럼 꾸며진 부스가 신선함을 안깁니다. 우거진 식물들 가운데서 <딩컴 투게더>를 플레이할 수 있는데, 식견이 짧아 생태계 재현까지 성공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쪽 특별 시연 공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바닥에는 무려 흙이 깔려 있고 가운데 공간에는 모조 모닥불이 불타고 있습니다. 압권은 호주 자연경관을 비추는 대형 스크린인데, 양쪽 벽면으로 거울을 설치해 호주 대륙의 광막함을 표현했습니다.
<딩컴 투게더>를 플레이하고 퇴장하는 몇몇 유저에게 양해를 구하고 게임의 소감도 물어봤습니다. 게임의 존재를 미리 알고 온 경우보다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딩컴 투게더>의 모습을 보고 궁금증을 느껴 플레이해봤다는 유저가 더 많았는데요. 그만큼 매력적 비주얼을 갖췄다는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래프톤 부스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도 관람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예를 들어 16일에는 옥냥이, 진돌, 철면수심, 단군, 조매력 등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딩컴 x 딩컴 투게더 인플루언서 퀴즈쇼'가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