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런 것까지 특허를 냈다고? 닌텐도의 주요 게임 특허들

홀리스 (정혁진) | 2021-04-26 17: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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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를 통해 닌텐도와 코로프라의 약 3년이 넘는 소송 과정과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평소 점잖던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무섭듯 닌텐도는 돈벌이를 위해 특허를 등록하려다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한 코로프라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했습니다.

 

닌텐도는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특허 수가 많음에도 침해 소송을 한 적이 거의 없죠. 일각에서는 전 세계 게임산업과 게임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 사례가 매우 드물어 충분히 그런 추측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닌텐도의 특허는 건수에 걸맞게 다양한 산업, 게임 플랫폼의 것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콘텐츠와 하드웨어만큼이나 특허 역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닌텐도가 게임 관련 어떤 주요 특허들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관련기사: 이것은 일종의 정의구현? 닌텐도-코로프라 1,000억대 소송


 

 

# 코로프라 소송에서 언급된 5개 특허들

 

주요 특허를 알아보기에 앞서, 지난 기사에서 코로프라와 소송에서 언급된 5개는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01년부터 2000년대 초반, 2011년까지 총 5개입니다. 다시 한번 살펴보죠.

 

1) [2001.11.20 출원] 절전 모드에서 게임에 복귀 할때 확인 화면을 되돌리는 기술

2) [2002.4.3 출원] 장애물을 투과시키는 것으로 그늘에 숨겨진 캐릭터를 표현하는 실루엣 표시

3) [2004.9.4 출원] 터치스크린에서 조이스틱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기술

4) [2005.4.26 출원] 화면을 길게 누른 후 떼면 발동이 되는 차지 공격 시스템

5) [2011.11.20 출원] 친구와 협력 플레이시 나와 메세지를 교환하는 대화시스템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된 특허지만, 머릿속으로 각 특허를 떠올려보면 우리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에 대부분 적용된 기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4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바일에서는 거의 기본 편의기능에 가깝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것을 닌텐도가 특허 침해로 간주했다면 많은 게임이 불편함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3번의 경우에도 모바일 게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초기 모바일 게임은 터치 화면에 가상의 십자키를 고정 배치했습니다만 현재는 일정 영역 안에서 손가락을 누른 채 방향을 이동하는 형태로 발전됐습니다.

 

닌텐도가 등록한 특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회사가 1974년부터 5년 전 2016년까지 출원한 특허만 해도 5,621 건에 달합니다. 전체 특허 중 등록특허는 66%인 3,699 건이랍니다. 닌텐도 스위치도 출시됐고 5년이 흘렀으니 아마 특허 수는 더 늘어났겠죠?

장애물에 가려진 캐릭터 실루엣을 표현하는 기술은 여러 게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 게임 만큼이나 많은 닌텐도의 특허들

 

요즘에는 유저의 플레이 화면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UI를 최소화하는 추세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기능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죠. 닌텐도는 화면 가장자리에 팁을 표시해 유저가 즉각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기능을 특허로 출원했습니다.

 

또, 캐릭터가 각종 상태 이상에 걸렸을 때 이에 대한 캐릭터의 상태를 표현하고, 이를 치료해 적용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로 닌텐도의 특허입니다. 

 

각종 상태이상을 표현, 치료 및 적용하는 기능(이미지 출처: HarYRi 유저)

캐릭터 이동을 표현하는 기법(이미지 출처: HarYRi 유저)

 

흔히 게임 내 레이더가 표시될 때 맵에 표시되는 오브젝트를 속성으로 표시하는 기능 역시 이들의 특허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로 미니맵에 표시돼 기능도 발전됐지만 이를 간결하게 표시해 전략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닌텐도가 등록했다니 놀랍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처럼 한 화면에 여러 유저가 몰려서 플레이를 할 때 원활한 화면을 보여주는 표시도 특허를 냈다고 하네요. 접전을 벌이거나, 혹은 서로 거리를 벌려 타이밍을 잴 때 등 마주하는 거리에 따라 즉각 줌인/줌아웃을 하는 기능이라고 보입니다.

 


 

캐릭터가 갑자기 어두운 데로 갔을 때 손전등 하나로 일부 영역만 볼 수 있게 하는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된 시야를 제공해 긴장감을 높이는 측면에서 호러 게임을 비롯해 많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죠.

 


 

게임의 필수 기능인 '점프'에도 닌텐도의 특허가 다수 숨어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1) 캐릭터가 점프했을 때 점프 상태에서 방향키를 누르면 누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조작법, 그리고 2) 점프 버튼을 누른 시간에 따라 점프 높이가 달라지는 것도 이들의 원천특허입니다.

 

이 특허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출시한 1985년에 맞춰서 회사가 등록했습니다. 둘 모두 게임의 필수 기능이자, 요즘 많이 출시되는 플랫포머 게임에도 영감을 준 조작법이기도 하죠. 

 

점프 후 이동, 점프 버튼 누름에 따라 점프 높이가 달라지는 건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2018년 9월 출원 받은 특허 중에는 닌텐도의 휴대용기기 '게임보이'의 디자인을 한 스마트폰 케이스도 있습니다. 수첩형으로 설계, 케이스 버튼 아랫면이 스마트폰 터치 화면과 연결됩니다. 

 

이를 두고 닌텐도가 휴대용기기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기대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특허를 등록하는 것은 제품 출시 외에 자신들의 기술,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도 있습니다. 위 특허로 인해 스마트폰에서 게임보이와 같은 조작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 진정한 콘텐츠 왕국, 닌텐도

 

요즘에는 내장 배터리로 충전을 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AA 배터리를 컨트롤러 혹은 게임기에 넣어서 이용을 하고는 했습니다. 특히, 다른 회사보다 휴대용 게임기를 많이 출시한 닌텐도는 이런 부분에서도 특허를 출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됐던 기술로는 건전기 음극 부분을 고정해 튀어나온 스프링을 막아 파손을 방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또, 음극/양극이 모양이 유사한 배터리일 경우 삽입구 바닥 부분에 홈을 넣어 이에 맞춰 배터리를 넣게 해 혼동을 막는 기능도 있습니다. 정말 엄청나네요.

 

(이미지 출처: HarYRi 유저)
(이미지 출처: HarYRi 유저)


 

게임기기라면 으레 있는 조작 방식인 십자키도 있습니다. 부도 위기였던 닌텐도를 살려낸 요코이 군페이 디자이너가 만든 기능입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십자키는 특허로 출원한 것이 아니라 구조, 형태를 실용신안으로 낸 것이라고 합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설정등록 후 출원일로부터 20년이지만 실용신안권의 경우에는 설정등록 후 출원일로부터 10년이어서 닌텐도의 실용신안권은 소멸된 상태입니다. 지금도 여러 플랫폼에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조작을 사용하고 있죠. 콘솔의 경우에는 아날로그 컨트롤러와 함께 없어서는 안 될 조작 기능입니다.

 

또, 실용신안으로 등록돼 있지만 '십자키'라는 명칭은 닌텐도의 게임기에만 쓸 수 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방향키', '방향 패드' 등 각각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네요.

 

특히 닌텐도는 2004년 11월 닌텐도 DS를 출시하며 터치 디바이스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듀얼 화면, 그리고 십자키와 터치 화면, 터치펜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은 지금도 닌텐도의 고유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3년 전에는 통신이 가능한 터치 기기를 연결해 연이어 터치를 할 수 있는 특허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닌텐도는 십자키 조작과 함께 터치펜으로 터치 화면의 휠을 돌리는 기술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에는 닌텐도의 특허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위 나열한 특허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특허만 가지고도 딴지를 건다면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닌텐도에 특허 라이선스 로열티를 내야 합니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닌텐도가 마음만 먹는다면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를 뒤엎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유난히 코로프라의 소송이 세간에 이슈가 되는 이유라고 봅니다.  이런 특허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과거 코나미의 기술 특허권 남용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 닌텐도가 강경하게 나오는 모습은 보기 힘든 것이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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