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코퍼레이션의 CEO 게이브 뉴웰은 미국 PC 게임 산업의 아이콘이자 테크계 거물이다. 그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방성 등 글로벌 IT계의 최근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의 휴대용 PC 스팀 덱 홍보를 위해 게이브 뉴웰이 최근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2월 25일(현지시간) 외신 락페이퍼샷건은 업계 현안에 대한 뉴웰과의 대화를 담은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을 몇 가지 발췌해 정리했다.
스팀 덱 출시의 소감을 묻는 말에 뉴웰은 “매우 만족한다(super happy)”고 답했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개념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PC 게임 업계 몸담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PC 게임 경험을 모바일로 옮겨오는 일에 대해 생각해왔다. 기술 발전을 통해 이것은 비로소 가능한 일이 됐다.
뉴웰은 스팀 덱의 출시를 ‘블랙베리’에서 ‘아이폰’으로의 세대 전환에 비유했다. 블랙베리가 한 가지 기능을 잘 수행하는 기기였던 반면,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탁월한 입력체계, 고성능 스크린과 긴 배터리 수명, GPU/CPU가 모두 합쳐진 하나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유사하게 스팀 덱의 출연 또한 PC 게임 시장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란 설명이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애플리케이션 제작 및 사용 시나리오에서 유저에게 온전한 선택권을 줬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 지점에서 뉴웰은 만족을 느끼는 중이며, 스팀 덱으로 촉발될 휴대용 PC 게임 시장의 향후 발전 방향성에도 기대를 품고 있다. 가격, 성능 등 측면에서 PC 산업이 현재 밟고 있는 전철을 따르게 될 것이며, 각 세대마다 발전을 거듭하리란 전망이다.
뉴웰은 PC 생태계의 ‘슈퍼파워’는 그 개방성이라고 주장했던바 있다. 한편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의한 개발사 인수가 빈번해지면서, 특정 게임이 특정 콘솔이나 서비스에 결부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까?
뉴웰은 “모든 종류의 인수, 합병은 ‘고객들에게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자사의 게임 개발사를 더 나은 개발사로 만들고자 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인수나 합병은 긍정적 결과를 낳지 못하게 된다. 반면 성공한다면 시장 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면에서 뉴웰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측면에서 근래의 인수 트렌드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CEO 관점에서 보면, 인수 합병은 신나는 일이다. “이번 계약으로 내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원한다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하면 QA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인가?” 따위의 재미없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고민이 진정한 성공을 결정짓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기업들의 인수 트렌드가 야기하는 폐쇄적 접근을 시장이 반길 것 같지는 않다고 뉴웰은 말한다. 더 나아가 PC 업계는 이러한 방식을 아예 수용(tolerate)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일각의 바람과는 달리, PC 게임 산업은 지속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다른 폐쇄적 게임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PC 게임 산업은 상대적 성장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PC의 개방적 트렌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밸브는 지난해 10월, 스팀 플랫폼 상에서 NFT나 암호화폐 관련 게임을 금지한 바 있다. 이는 게임계의 전반적 흐름과는 상반되는 방향이다. 이유가 뭘까?
뉴웰은 “기술과,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서로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화약의 재료가 되는 나이트로셀룰로스는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며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총을 사 서로 쏘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비록 화학 기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결과는 부정적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NFT가 총기 범죄와 같다는 말은 아니다. 분산장부 기술, 디지털 오너십과 공유 유니버스라는 개념은 오히려 상당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해당 업계에 연루된 사람 중에는 범죄, 혹은 수상한 활동을 벌이는 사람이 많다고 뉴웰은 지적한다. NFT와 암호화폐에 관한 밸브의 정책은 따라서 기술보다는 이를 이용하는 주체들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실제로 스팀은 한때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었지만, 이는 고객을 매우 화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재화 가치의 크나큰 변동성 이슈 때문이다. 구매한 물품 가격이 497달러에서 47센트로 하루아침에 변하는 상황에는 문제가 있다. 이는 교환가치를 지닌 재화(medium of exchange)에 절대 좋은 특성이 아니다. 결국, 밸브는 암호화폐 허용이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해주기보다는 고통을 유발한다고 판단했다.
밸브가 파악한 또 한가지 심각한 문제는, 스팀 플랫폼에서 이뤄진 암호화폐 거래량의 대부분이 사기에 연루되어있거나(fraudulent), 불법적 자금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뉴웰은 “이렇게 되면 통제할 수가 없지 않나. 보통 그러한 거래의 비율이 1~2% 정도에 불과하길 바라지, 그 중 절반이 사기 거래인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뉴웰이 바라보는 NFT 업계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그는 “현재 NFT계에 몸담은 사람들 중에는 비즈니스 상대로 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기반 기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고객들을 등쳐먹거나(rob customers off) 돈세탁을 하거나, 기타 비슷한 행위를 하려고 기회를 엿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