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들과는 다르게 인디의 개별 부스는 시연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제일 작은 부스를 기준으로 시연 기기가 평균 2~3개 정도니, 스팀덱으로 더 많은 참관객이 게임을 즐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기자 또한 이번 지스타 기간 동안 너무 이른 아침이라 부스 시연이 아직 준비가 안 됐을 때, 또는 사람이 많아서 부스에서 즐기기 어려울 때, 중앙에 놓인 스팀덱을 적극 활용했다.
자, 이제 본론이다. 기자는 이번 지스타 기간 동안 현장에 비치된 스팀덱 덕분에 '여러' 인디게임을 부스 대기열 없이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체험해볼 수 있었다. 이미 PC로 해본 게임을 취재를 위해 다시 한 경우도 있었고, 언제 한 번 해봐야지-하고 벼르고 있었거나 이번에 처음 만난 게임도 있었다. 공통점은 '스팀덱으로는' 모두 처음 해봤다는 것.
그 결과 (굳이 타이틀을 밝히진 않겠지만) 일부 게임들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PC 위주로만 개발해서 패드 지원, 콘솔 경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라고 이해할 만한 게임도 있었고, 아직 한창 개발 중이라서 PC로 플레이 했어도 완성도가 아쉽겠구나 싶거나, 사양 최적화가 덜 된 것 같은 게임도 있었다. 스팀덱이나 개발자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몇몇 타이틀에 대해) 누군가는 기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는 안타까움일 뿐이다.
그런 중에 스팀덱이라서 더 잘 어울리고 좋게 느껴진 게임들도 있었다.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타이틀 <안녕서울: 이태원편>이 특히 그랬다. 그리고 이건 '우연'이나 '운'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지스타 현장에서 스팀덱으로 즐길 수 있던 인디 출품작 중 단연 압도적 1등은 <안녕서울>이었다. 이건 기자 개인의 경험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다른 부스의 개발자들에게도 좋았던 게임을 물어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안녕서울>을 손에 꼽았기 때문이다.
PC에서 즐길 때도 좋았지만, 스팀덱으로 플레이하는 동안에도 굉장히 쾌적했던 게 특징이다. 패드 지원 준비가 안 된 게임을 스팀덱에서 플레이하게 되면, F키, E키를 누르라는 느낌으로 튜토리얼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안녕서울>은 스팀덱에서의 버튼 조작 배치까지도 잘 어울리게 준비되어 있었다. (참고로, 스팀덱이 인디 쇼케이스 현장에 이렇게 다수 배치될 것이라는 소식은 참여 개발사들에게도 꽤 늦게 알려졌다)
지노게임즈 김진호 대표는 "평소 걱정이 많은 편이라 여러 요소에 대해 준비를 항상 꼼꼼히 하는 편인데, 패드 및 콘솔 지원 가능성 또한 많이 생각해왔던 부분"이라 설명했다.
스토리나 연출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입 아픈 작품이 아닌가. 스팀덱으로 플레이하는 동안에도 대사 가시성도 좋았고, <안녕서울>만의 종말을 앞둔 세계 속 서울의 풍경 그 안의 디테일도 눈에 잘 들어왔다.
현장에서 스팀덱으로 재밌게 즐긴 게임이 또 있었는데, 감정을 테마로 한 퍼즐 어드벤처 게임 <모노웨이브>였다.
기자의 플레이 감상을 한 줄 요약하면 <커비>와 <마리오>를 <인사이드 아웃> 색깔 놀이 버전으로 바꾼다면-에 가까웠다. 행복, 슬픔, 분노, 불안의 감정을 상징하는 색상을 가진 오브젝트 또는 몬스터와 닿거나 상호작용하면 높이 뛰어오르거나, 녹아내려 벽 사이로 지나가고, 벽차기를 활용해 장애물을 넘어서고, 가시덤불 위에서도 버티는 등 여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이런 퍼즐 플레이가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웨이브'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들어간 것처럼, 색상 이상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게 '노래'라는 매개체인데,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먹먹한 공간도 있어 머리를 잘 써야 했고, 노래로 몬스터의 감정 상태(색상)를 바꿔 연쇄적인 퍼즐을 풀어야 하는 구간도 많았다. 개성 있는 아트와 사운드도 이런 색상, 노래 연출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아주 약간의 피지컬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몰입감이 뛰어났던 편이다. 기자는 <모노웨이브>를 만든 BBB 부스에 찾아가 팀원들의 사진도 찍어오긴 했으나, 부끄러움이 많아 인물 사진 없이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게임을 플레이해보시면 아마 이 또한 느끼시리라. BBB 팀원들의 반응도 <모노웨이브>의 섬세한 감정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
아마 기자가 그간 써왔던 기사를 많이 봐왔던 독자라면, 추리게임, 내러티브 중심 게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아시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쇼에 올 때마다 더더욱 많이 드는 생각. 세계와 서사에 빠져들어가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스토리게임은 현장 시연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는 게 아닐까?
<킬라>는 그런 걱정을 불식시킨 게임이었다. '라'를 죽여라-라는 말 하나를 따라 주인공 '발할라'가 여러 인물을 만나며 겪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미카엘라, 안젤라, 라라 등 '라'자 돌림을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킬라>라는 제목은 얼마나 간결하고, 직관적인가. (게임을 개발한 검귤단 멤버들은 게임이 '에프킬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스토리나 퍼즐, 추리 과정도 눈에 띄지만,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종이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비주얼 연출이다.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주며, 낯설지만 아름다운 세계로 플레이어를 불러들이는 듯한 사운드까지 더해져 <킬라>만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기에 플레이 경험의 디테일에선 아쉬운 측면도 조금 있었으나, 충분히 큰 가능성을 품은 작품이라 느껴졌다.
일반 참관객 입장 시간 전, 이른 아침부터 검귤단 팀원들이 부스 준비에 한창이었던 덕에, 낮 시간엔 다른 취재 일정으로 빠듯했던 기자 또한 <킬라>의 이야기를 즐겨볼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부지런함'과 '친절함'이 게임에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녹아들 것이라 기대해보며, 출시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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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사이 이 비유를 참 많이 쓰곤 하는데, <흑백요리사> 팀 미션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사람을 다루는 자리란 얼마나 어려운 직책인지. 한 쪽이 잘 되고 있나-싶으면 다른 쪽을 또 신경 써야 하는 게 팀 매니징의 본질에 가깝다. 전체를 볼 줄 알아야 구성원을 하나의 목표로 인도할 수 있다.
개척 시뮬레이션 게임 <픽미업>도 그랬다. 사과 따고, 나무 베고, 돌 캐며 정착민들에게 '업무'를 줘야 한다. 새로운 건물을 짓고, 제작 또는 행동의 범위를 점차 늘려가며 이 땅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는 동시에, 한 가지 일이 익숙해지면 새로운 일에 또 도전해야 한다. 기존에 있던 도시 건설, 자원 관리 게임들의 핵심 재미는 잘 계승하면서, 꽤 빠른 몰입을 제공하는 게임이라 현장에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조작 방법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RTS의 방식을 많이 차용해온 게 특징이었다. 드래그로 여러 유닛(정착민)을 선택하고 이동 및 업무 지시를 하거나, 일명 광클로 자원을 캐는 플레이 등 손이 바빠지려면 얼마든지 바빠질 수 있다는 게 눈에 띈다. 물론 낮과 밤의 시간 등으로 쉬어가는 템포도 적절히 챙기고 있으며, 배속 기능으로 지루할 수 있는 틈을 줄인 것도 좋았다.
필드 위의 야만인을 공격하고, 감옥에 잡아 와 정착민으로 교화시키는 등의 행위는, 이 게임 안에서 세력을 늘려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추후 어떤 완성도와 밀도 있는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다.
지스타 2024에 찾아온 많은 참관객 중 특정 '인디게임'에 기대를 안고 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런 타이틀 중 하나가 바로 썬게임즈의 <라이트 오디세이>였다. 수많은 대형 타이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관객의 입에서 먼저 이름이 거론된다는 건 굉장히 좋은 징조다. 기자도 그 대기열 인터뷰에서의 언급을 보고 부스를 찾아가 봐야겠다 결심한 것이니 말이다.
[거상에게 도전하는 보스러시 액션게임]이라는 스팀 페이지 소개처럼, (긍정적인 의미에서) <완다와 거상>의 이미지도 일부 겹쳐 보이는 소울라이크 게임 <라이트 오디세이>였다. 일단, 그래픽과 비주얼 연출, 보스 디자인의 완성도가 먼저 눈길을 끈다. '빛'이라는 테마에 맞게 빛과 어둠을 공격 패턴, 퍼즐 구성 안에서 적극 활용해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작은 몸집의 캐릭터가 큰 거상에 맞서야 하기에, 여타 소울라이크에 비해 대시의 이동 길이도 길고, 스태미나 대비 대시 활용 빈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공격 또한 빠른 편이라, 빠르게 이동하고 치고 빠지는 시원한 플레이가 중심에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해 동종 장르 게임에서 적잖게 볼 수 있는 '불쾌한 정도의 난도'는 없어서, 기자 같이 피지컬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부스 현장에서도 플레이의 디테일에 대해 여러 피드백을 남겨주는 유저들이 자주 보였다. 그만큼 괜찮은 소울라이크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지스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인디 부스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이브 장원영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토요일이 아니더라도, 항상 긴 줄이 이어진 부스가 굉장히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트라이펄게임즈의 <V.E.D.A>(베다) 플레이 시연이었다.
<베다>는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특유의 매운맛과 적정 수준의 난도는 차용하되, 초심자도 소울의 맛에 발을 담가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캐릭터 디자인도 날렵해지고 멋있어져서 그런지,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도 더 높아 보였다.
플레이엑스포, BIC, 게임스컴, TGS 등 지스타에 앞서 많은 현장을 누비며 피드백을 수집했던 덕분인지, 게임의 완성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트라이펄게임즈의 주요 멤버들이 20년 차 이상의 경력직인 것도 이런 디테일을 챙길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최근엔 스마일게이트와 PC 버전 퍼블리싱 계약도 마치지 않았는가. 참고로, 콘솔 버전은 자체 퍼블리싱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담 없이 입문해볼 수 있는 멋진 3D 소울라이크 게임을 찾고 계신다면, <베다>의 출시를 함께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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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무엇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시는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기자는 게임을 끈 후에 남는 '여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지는가, 그 세계가 계속 머릿속에 아련히 남는가. 그런 요소를 더 자주 언급하고, 더 자주 강조하는 개발사에 눈길이 한 번 더 갈 수밖에 없다.
토끼들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잘 풀어낸 플랫포머 게임 <라핀>에서도 이미 그런 증명을 해냈던 스튜디오 두달은 <솔라테리아>에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도전적인 난도로 손맛과 긴장감을 챙기는 동시에, '매력적인 세계와 캐릭터'를 강조하는 2D 횡스크롤 소울라이크 게임을 만드는 중이다.
이번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는 이전 버전들보다 난도를 조금 더 올려보았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1관에서 스튜디오 두달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연 공간이 적잖게 있었음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게임을 즐겼고, 이들이 PC 앞에 앉아 몰입하는 동안에는 등 뒤에서 "나 완전히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말풍선이 보이는 듯했다.(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기자는 피지컬 게임에 능한 게이머가 아니기 때문에, 시연 현장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유저들을 만나면 매번 감탄을 하곤 한다. <솔라테리아>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모습도 그랬다. 이런 뜨거운 인기가 정식 출시 이후의 풍경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보며, 스튜디오 두달의 다음 행보를 또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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