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광고가 화제다. 올드팝 'My Way' 가사에 맞춰 게임 내 상황들을 코믹하게 매치해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2017년에는 <검은사막>이 재치있는 광고로 입소문을 탔다. 신규 캐릭터 ‘란’ 홍보에 배우 오연서를 기용해 스토리가 있는 광고를 만들어 냈다. 유저들은 오랜만에 보는 ‘참신한’ 게임 광고라며 찬사를 보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TV CM ‘My way’편
게임 광고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몇 년 간 모바일게임 광고는 ‘연예인 광고’로 대표돼 왔고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게임 광고가 정작 실 게임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측면으로는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투입해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추측도 있다.
게임업체는 왜 이용자들의 반감을 사는 연예인 광고를 계속 하는 것일까? 연예인 광고를 하는 게임과 아닌 게임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TV를 통해 송출된 모바일게임 광고를 전수조사했다. 그리고 그 유형을 분류해 이유를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 이 기사는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자료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게임이 연예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나오는 게임은 주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은,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며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한 RPG가 대표적이다. 주류 장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수가 출시되고, 마케팅 전쟁도 치열하다.
RPG라는 장르하에 만들어진 게임들은 어느 정도 구조와 UI 측면에서 유사성을 띌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얘기다. 제품 고유의 특성, 장르 고유의 구조와 최적의 UI를 매번 창조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15초에서 30초 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시청자의 뇌리에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하는 TV 광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게임 화면을 쓰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마케터들은 짧은 시간동안 차별점을 보여주기 위해 게임 화면 대신 다른 장치를 이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 광고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집행된 TV 게임 광고는 총 85개다. 연예인을 모델로 쓴 게임 광고는 총 46개였다. 이중 전략, 시뮬레이션 등 14개 게임을 제외한 32개 게임 장르가 RPG다. 비율로 따지면 69.5%. 연예인을 모델로 쓴 광고 중 70%가 RPG 광고인 것이다.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많은 유명인들이 게임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모바일 RPG 광고의 특징
모바일 RPG 광고에는 톱스타급 남성 배우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의 진중한 분위기와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RPG라는 장르의 보편적인 스타일과 세계관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평소 가진 이미지를 바로 가져와 브랜드 이미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 눈에 띄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들 중 ‘연예인’을 활용했을 때의 강점이기도 하다.
<리니지M> 최민식, <뮤오리진> 장동건, <짐의강산> 원빈, <카이저> 유지태, <킹오브아발론> 이정재 등이 모바일 RPG 광고에 출연한 대표적인 남성 배우들이다. 이 중 <짐의강산> 광고에는 2009년 이후 10여 년 간 커피 브랜드 광고 단 하나만 찍었던 배우 원빈이 출연해 큰 화제가 됐다. 매출 순위 역시 10위를 기록했다.
아이돌이나 여성 연예인을 쓴 RPG 광고도 있다. <음양사>의 아이유, <여명>의 설현, <액스>의 김희선, <천녀유혼>의 선미, <마성>의 러블리즈, <로드모바일>의 송지효, <다인>의 한효주/김옥빈 등이다. 여성 스타가 등장한 광고는 두 가지 유형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게임 내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와 광고 모델을 비슷한 이미지로 내세우거나, 다소 캐주얼한 RPG가 아이돌의 발랄한 이미지를 가져다 쓴 경우다.
유명인이 다수 출연하는 광고도 있다. <리니지M>은 TV CM이 여러 편 제작됐고, 편마다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등장했다. <리니지M>이 기용한 광고모델은 배우 최민식, 백윤식, 스포츠 스타 차두리, 차범근, 정문홍, 홍수환, 이흑산 등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도 비슷하다. 가수 지드래곤, 배우 김상중, 김명민, 에릭이 등장했다.
연예인이 ‘많이’ 나오는 두 게임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전사적으로 진행해 꼭 성공시켜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예산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리니지M>은 출시 직후 역대 모바일게임 월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즉시 엔씨소프트의 간판 타이틀이 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 역시 <모두의마블>과 함께 넷마블의 탑 매출원이다.
많이 벌거나, 많이 벌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들은 성공을 위해 투자되는 돈도 많다. 연예인 광고비 몇 억 아껴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형업체들이 출시하는 모바일 RPG는 거의 반드시 연예인 광고를 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소기업은 마케팅 여력이 부족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효율과 데이터 중심으로 마케팅하는 방법)에 집중하는 반면, 대형업체는 효율은 물론 좀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MCN 마케팅이나 웹툰처럼 연예인 광고도 그 선택지 중 하나다.
조사를 진행하며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예인 광고를 진행한 게임은 거의 항상 인게임 화면이 담긴 광고를 함께 제작한다. 해당 광고는 TV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체가 아닌,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다른 채널에 송출될 것으로 짐작된다.
연예인 모델이 없는 광고를 한 곳에 모아두면 그 특징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유명한 IP를 이용해 만든 게임들이 있다.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은 연예인의 이미지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이미 만들어 진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15초의 광고 시간 동안 연예인을 보여주는 것보다 해당 IP의 매력 포인트를 보여줘 팬덤에게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RPG 광고와 같이 실제 게임 화면의 비중이 크지는 않다.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 TV 광고는 <위베어베어스 더 퍼즐>, <마블퓨처파이트>, <어드벤처타임런>, <페이트그랜드오더>, <뱅드림걸즈밴드파티>, <DC언체인드> 등이 있었다.
<어드벤처 타임 런> TV 광고
이중 <마블퓨처파이트>는 마블사와 연계해 국내에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영화의 주인공을 게임에 업데이트한다. ‘지금 바로 블랙팬서를 게임에서 플레이하세요!’ 같은 식이다. IP를 이용한 게임들은 광고 뿐만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도 IP의 강점을 이용하는 케이스가 많다.
‘삼국지’ IP를 이용한 게임들도 눈에 띄었다. 삼국지 배경의 게임도 즐기는 유저층이 다소 뚜렷하기에 연예인을 이용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게임이 ‘삼국지’ 세계관을 이용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눈에 띄는 케이스는 <삼국지M>이다. ‘이문열’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문열의 삼국지’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이문열을 기용한 <삼국지M> TV 광고
게임 자체 IP를 이용한 광고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광고 시장을 연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이다. 슈퍼셀의 광고는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스토리에 게임의 특성을 잘 녹여내 매번 화제가 된다. 세계적인 배우 리암 니슨을 캐스팅 해 만든 광고 역시 배우의 이미지와 게임의 특징을 잘 매치해 호평을 받았으며 그 외에도 기발한 광고들로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의 콘셉트나 인게임 화면을 보여주는 광고도 있다. 주로 게임의 콘셉트가 독특하거나, 인게임 화면만 보고도 시청자들이 어떤 게임인지 알아챌 수 있는 유명 게임의 경우다. 게임의 콘셉트가 독특한 경우에는 <야생의 땅 듀랑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터닝메카드고> 등이 해당된다. 해당 광고는 게임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기에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의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콘셉트를 실사 화면을 통해 보여준 <야생의 땅: 듀랑고> TV 광고
이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전/후자 모두에 해당될 수 있다. ‘배틀로얄’ 장르는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고 있을 뿐이지 한국 게임 시장의 주류 장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독특한 콘셉트를 어필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은 <배틀그라운드>과 흡사하게 제작해 게임 화면만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다.
후자인 ‘유명 게임’ 광고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혼>, <리니지M> 총사 업데이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던전앤파이터 혼>이나 <리니지M> 모두 PC 원작과 흡사한 모습이며 PC 원작은 서비스 한 지 오래된 유명 게임들이다. 역시 연예인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게임들이다.
이중 <리니지M> 총사 업데이트 광고는 게임 내 업데이트 내용을 충실하게 알리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게임을 하다가 그만 둔 유저나 게임을 이미 아는 유저들에게 업데이트를 알릴 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경우다.
<<<리니지M> 총사 업데이트 TV 광고 30초 버전
또다른 케이스로 얼마 전 출시된 <뮤오리진2>를 꼽을 수 있다. <뮤오리진2>는 PC MMORPG ‘뮤’ IP를 이용해 만든 모바일게임 <뮤오리진>의 후속작으로, IP 자체가 PC와 모바일을 통해 국내에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
<뮤오리진2>의 최초 TV 광고는 전작 <뮤오리진> 유저들을 타깃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후속 게임들은 전작 유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작의 익숙한 매력과 후속작의 업그레이드 된 매력을 함께 어필하는 방식이 많이 선택된다. <뮤오리진2> 광고도 기존 유저들에게 후속작 출시 소식 자체를 알리는데 집중한 모양새다. 높은 그래픽으로 구현된 게임의 주요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몬스터와의 전투씬이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뮤오리진2>는 출시 후 2개월 가량 지난 시점인 지난 6월 13일부터 배우 정상훈이 등장하는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굳건하게 매출 1위를 지키는 <리니지M>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게임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어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뮤오리진2> TV 광고
<컴투스 프로야구>등의 스포츠게임 광고들도 연예인 모델을 사용하지 않은 케이스가 많았다. 스포츠게임도 즐기는 주요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당 타깃에게 게임의 특징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눈에 띄는 케이스는 <다크어벤저3>다. <다크어벤저3>는 기존의 ‘다크어벤저’ 시리즈 후속작이긴 하나 전작이 크게 흥행하거나 IP가 많이 알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크어벤저3>는 연예인을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콘셉트 영상을 광고로 내보냈다. 광고는 짧은 스토리를 담아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했고, 다소 잔인한 연출을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암시했다.
<다크어벤저3> TV 광고 풀 버전
<검은사막M>은 아예 인게임 화면만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것은 실제 플레이 상황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높은 그래픽 수준과 화려한 전투 연출을 선보였다. 실제 게임 화면 비중이 높지 않던 당시 모바일 RPG 광고 트렌드와 맞물려 역발상을 통해 참신함을 보여준 경우다. 펄어비스의 높은 개발력이 뒷받침 돼 가능했던 광고다.
<검은사막M> TV 광고 30초 버전
조사를 마치고 나니 막상 연예인 광고의 수 자체는 체감했던 것보다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광고 85개 중 46개) 물론 ‘연예인 게임 광고가 많다’라고 느끼는 것에는 보다 많은 요인이 개입할 것이다. 어느 시간대에, 어디에 송출됐는지, 얼마나 자주 송출됐는지 등도 중요한 요인이다. 익숙한 얼굴이기에 더 강렬하게 인식했을 수도 있다.
광고는 채널과 타깃의 특성에 맞춰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되는 전략에 따라 제작된다. 거액의 출연료와 제작비를 소모하기에 당연한 일이다. ‘브랜드 이미지 확립과 확산’이라는 광고의 본질적 목적에 의거하면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 것은 상식적으로, 또 브랜딩 효율 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연예인 광고로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의 현실을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유저들이 뱉어내는 조롱의 함의도 이 지점을 겨냥했을 것이다. 20%의 RPG가 70% 매출을 독식하는 실태. 그렇기에 과열될 수 밖에 없는 마케팅 전쟁. 누가 정해주거나 합의를 한 적도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정할 수 없게 된 ‘한국 모바일 RPG’의 정의. 생략된 행간에는 유저들의 질책과 갈망이 함께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