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인디게임인가요?

우티 (김재석) | 2023-11-21 1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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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브>가 인디게임인가요?

지난 10월,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의 '최고의 인디게임' 후보에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가 올랐다. 영예는 <씨 오브 스타즈>가 안았지만, <데이브>의 노미네이션을 두고 말이 많았다.

주로 '이 게임이 인디게임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넥슨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은 1조 원이 넘는다. <데이브>는 민트로켓 브랜드로 출시됐지만, 그야말로 브랜드에 불과하다. 민트로켓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탄생한 넥슨의 서브브랜드. 서른 명 안 되는 민트로켓 사람들은 넥슨 월급을 받으면서 <데이브>를 만들었다.

유수의 시상식의 인디 분야에 <데이브>가 후보로 등록되자 '<데이브>를 인디게임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과 다르다. 넥슨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넥슨은 작은 게임을 만들 때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앤리틀 전략을 썼다. 그렇게 메타스코어 90점, 스팀 '압도적으로 긍정적'의 <데이브>가 탄생했다.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인디 부문에 노미니된 <데이브>


# TGA도 <데이브>가 '인디'라는데...


같은 문제는 가장 크고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14일, <데이브>는 이번에도 최고의 인디게임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TGA의 후보는 전 세계 여러 매체들의 투표로 지명된다. 그 매체들이 전부 몰랐다 한들 주최측이 <데이브>를 인디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브>는 <산나비>처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임도 아니고, 독립적으로 개발하다가 대형 퍼블리셔에 인수된 회사의 프로젝트도 아니다. 당장 <데이브> 스팀 페이지의 민트로켓을 클릭하면 넥슨의 페이지로 연결된다. 넥슨이 만든 인디게임이라니, 독자 여러분이 평가하기에는 어떤가?

세계 유수의 게임 시상식들은 시상 기준에서 ​인디게임이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TGA의 설명란에는 그저 "전통적인 퍼블리셔 시스템 밖에서 뛰어난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업적을 달성한" 게임을 "최고의 인디게임"이라고 분류하고 있을 뿐이다.

PC게이머의 타일러 와이드 편집장 또한 이 일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그는 "<데이브>는 인디게임이 아니다"라고 쓰면서, 이런 분류 체계에서는 <발더스 게이트 3> 또한 라리안 스튜디오가 스스로 만들었으니 인디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발더스 게이트'는 하드코어 RPG 팬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리 없는 IP인데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인디에 대한 불분명한 기준 때문에 오해가 생겨났다. 당사자가 "우리는 인디가 아닙니다"라고 밖에 나와 설명까지 했지만, <데이브>는 또다시 인디게임으로 분류됐다.


TGA가 뽑은 올해의 인디게임 후보들. 이번에도 <데이브>가 노미니됐다.


# 인디란 무엇인가?


그런데 도대체 인디란 무엇인가? 인디란 애초에 골라서 시상을 할 수 없을 만큼 불분명한 개념 아닐까?

위키피디아는 인디게임을 'AAA 게임과 달리 대형 퍼블리셔의 재정 및 기술 지원 없이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만든 비디오게임'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인디'라는 말 자체가 오염되어 그 범주를 제대로 짚기 어려운 말이 된 듯하다. 자본금 얼마까지 인디인가? 몇 명이 만들어야 인디인가? 특정 액수나 인원을 넘어가면 '인디 졸업'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몇 가지 '이니시'(Initiating, 교전 개시)를 걸어보자.​ ― 작년 TGA의 인디게임상을 받은 <스트레이>는 안나푸르나​의 지원을 받았는데 인디게임인가? 안나푸르나, 니칼리스, 디볼버디지털, 팀17 같은 유통사는 이미 소니(PS)나 밸브(스팀) 등 유통망과 교류하면서 "전통적인 퍼블리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 선택을 받은 게임을 계속 인디라고 불러야 할까? 투자를 받았으면 인디가 아닌가? 그 분류대로면 BIC나 버닝비버에서 자리를 지킬 회사는 얼마나 남을까?

스팀의 '인디' 코너에 이름을 올렸으면 몽땅 인디인가?​ 자신을 인디라고 선언하면 모두 인디가 되는 건가?​ 수년 전 유행했던 인디포칼립스(Indiepocalypse)라는 말이 있다. 인디게임 딱지만 붙여서 게임을 찍어내듯 만들어 시장이 과포화되고 인디게임 스스로 경쟁력을 소실하고 있음을 우려하던 말이다. 우리가 모바일 스토어에서 저질이라고 평가하던 개성 없는 게임들도 인디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

<하스스톤> 개발자들이 새 스튜디오를 차린 뒤 만든 <마블 스냅>은 인디게임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마블' IP와 중국 넷이즈의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indie'라면 'indie' 아닌가? '갓게임의 아버지' 피터 몰리뉴가 개발한 P2E 게임 <레거시>는 소수의 인원이 만들었으니 인디게임인가? 그의 회사 22cans에는 딱 22명이 일하고 있다.​

이제 '인디'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신' 같은 형이상학적 태도 아닐까? <저니>를 만든 제노바 첸은 인터뷰에서 "인디는 해적선 같아야 한다"고 비유했다. 온갖 위험 속에서도 보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인디라는 언명이다.​ 그렇다면 <데이브> 개발팀을 '사략선'에 빗댈 수 있지 않을까? 정작 자신들은 인디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남는 게 모종의 정신뿐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데이브 더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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