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한밤중에 대한민국 절반이 먹혔다! '인그레스'의 현실을 넘나든 대작전

리스키 (이승운) | 2016-08-05 16:45:53

하룻밤 사이에 대한민국의 절반이 점령됐다. 현실 기반 모바일게임 <인그레스>에서 펼쳐진 전국 단위 작전의 이야기다. 

 

<인그레스>는 GPS를 기반으로 현실 곳곳의 포인트를 점령해 영역을 넓혀가는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이다. <포켓몬 GO>로 유명한 나이언틱에서 2013년 오픈한 게임으로, <포켓몬 GO>의 영역 구분이나 포케스탑/체육관 등 위치 정보 등도 <인그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인그레스> 홍보 영상. 지도에 표시되는 '포탈'을 찾아가 해킹으로 점령하는 게임이다.

 

<인그레스>는 플레이어가 2개 진영(인라이튼드, 레지스탕스)으로 나뉘어 현실 곳곳에 위치한 '포탈'을 해킹해 점령하는 게임이다. 포탈은 현실의 조형물이나 시설물 등에 배치되는 점령 요소다. <포켓몬 GO>의 ‘체육관’과 비슷한 개념이다. 

 

포탈을 점령하기 위해선 유저가 해당 포탈의 40m 반경 내에 '실제로' 들어가야 한다. 점령한 포탈은 아군의 다른 포탈과 연결할 수 있고, 3개의 포탈을 연결해 삼각형을 만들면 해당 영역이 아군의 필드가 된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실제로 포탈을 연결시키기는 까다롭다.


포탈을 연결하려면 각 포탈이 다른 필드 안에 있어서도 안되고, 연결하려는 포탈 사이에 다른 링크가 가로막고 있어서도 안 된다. 쉽게 말해 먼저 선을 그은 곳이 있다면 이걸 X자로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로막고 있는 것이 상대 진영이라면, 해킹을 통해 연결을 끊는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게임은 상대 진영이 차지한 포탈을 해킹으로 무력화시키고, 자신이 포탈을 새로 점령하며 선을 그어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까다로운 링크 조건 때문에 땅따먹기 경쟁 대부분은 다른 링크의 영향을 덜 받도록 소규모로 진행된다.

 

잘 보면 '선이 겹치지 않는 삼각형'들로 구역이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8월 2일, <인그레스> 유저들의 상식을 깨는 대작전이 펼쳐졌다. 화제가 된 작전은 8월 2일 새벽에 이뤄졌다. 인라이튼드 세력(녹색)의 유저들은 백령도, 속초, 완도의 포탈을 삼각형으로 연결해 대한민국 영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영역을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민국의 끝에서 끝으로 진행된 초대형 작전이다.

작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국 각지에 연결되어 있는 레지스탕스 세력(파란색)의 링크들이었다. 백령도와 속초, 완도를 삼각형으로 연결하려면 각 꼭짓점 사이 직선 구간에 어떠한 링크도 있어선 안 되었다. 이에 인라이튼드 유저들은 며칠 전부터 지도상에서 상대 세력의 포탈을 하나씩 철거하며 작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8월 1일 밤, 작전이 시작되자 전국 각지의 인라이튼드 유저들이 일제히 점령 활동을 개시했다. 강원도 양양의 레지스탕스 거점이 점령돼  양양-원주 링크가 끊겼고, 경기도 포천 거점이 무너져 북한 지역을 뒤덮은 대규모 레지스탕스 필드가 사라졌다. 

이후 충북 청주-충북 옥천-경북 칠곡으로 연결된 링크와 충북 옥천-전북 순창 링크, 강원 양구-강원 인제 링크 등이 차례로 무력화됐다. 어떤 유저는 이를 위해 한밤중에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사태를 파악한 레지스탕스 유저들도 강원도 지역의 거점을 끊임없이 공격하며 삼각형 완성을 저지하려 했지만, 전국 규모로 벌어진 이 작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작전과 동시에 방해되는 아군 링크도 함께 철거되면서, 최종적으로 백령도-속초-완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삼각형 필드가 완성됐다. 게임 속 채팅창은 밤을 잊었다. 완성된 삼각형 필드는 이튿날인 2일 오전 10시, 레지스탕스 유저들이 대반격을 하기 직전까지 유지됐다.
 
이 소식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개되며 <인그레스>를 모르던 유저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해당 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힌 유저들은 댓글을 통해 "밤늦게 서로 연락을 취해가며 전국에서 작전이 진행돼 즐거웠다", "멀리까지 운전하고 다닌 보람이 있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한편, <인그레스>는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등을 통해 다운받아 플레이할 수 있다. 한글 인터페이스도 지원되지만, 국내에서는 <포켓몬 GO>와 마찬가지로 이유로 지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전국에 퍼져 있는 유저들이 힘을 합쳐 길을 막고 있던 링크를 점령한 결과,

강원도 속초에서 전라남도 완도까지 일직선으로 길이 만들어졌다.

(이미지 출처 : 오늘의 유머 [☞바로가기])

 

그렇게 백령도-완도-속초를 잇는 거대한 삼각형 필드가 완성됐다. 

(이미지 출처 : 오늘의 유머 [☞바로가기])

 

<인그레스>의 국내(왼쪽)와 해외(오른쪽) 상황. 국내에선 게임 내 지도가 지원되지 않는다.

본문의 자료화면 지도는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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