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은 그만?" 새 길 찾아 나선 상장 기업들

우티 (김재석) | 2024-07-23 16: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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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시장에는 약 35개의 게임사들이 상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들어 '빅 4'가 언급되곤 하는데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그리고 시프트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각 기업은 투자자와 기관에게 자신의 사업 목적을 안내하게 되어있는데요. 모두가 게임사업만을 전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링크드(옛 와이제이엠게임즈​)는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초소형 코인 진동모터를 생산 판매"하는 것을 주력 사업 분야로 꼽고 있습니다.


여러 상장 게임사 중에는 이제 더이상 게임사업을 전개하지 않거나 게임사업의 비중을 축소한 곳들도 있습니다. 2022년 매출 0원 미만을 기록한 게임사가 40% 이상이라니, 일면 이해가 가는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게임 대신 어떤 사업을 선택했을까요?


국내 증권시장에는 약 35개의 게임사들이 상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네이버 증권)



# 룽투코리아, "신개념 건축기술" 회사 되다?


<도탑전기>로 유명한 중국의 룽투게임즈는 2015년 온라인 교육 업체 아이넷스쿨을 인수한 뒤 한국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등록명을 '룽투코리아'로 바꾸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후 룽투코리아는 <블레스 이터널>, <카이로스>, 그리고 <열혈강호 for kakao>를 서비스해왔습니다.


그러던 룽투코리아는 2023년 M&A 매물로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IB업계에 투자의향서가 돌았는데, 홍콩 지사를 통해 룽투코리아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던 룽투게임HK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룽투코리아는 2021년에는 87억 원, 2022년에는 29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룽투코리아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주인을 SH투자조합1호로, 그리고 조합의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커머스로 바꾸었습니다. 2024년 6월 회사는 사명을 '스타코링크'로 바꾸고 홈페이지에 기존의 사업을 계속 전개하는 한편 "IP비지니스, 웹툰, 크리에이터 에이젼시, IT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미래 건축을 이끌어가는 신개념 건축기술 및 자재 그리고 내륙 뿐만 아니라 해양의 숙박 설비, 각종 인테리어, 플랜트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글과는 달리, 당장 스타코링크는 외형적으로 게임을 주력 사업으로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회사는 아이톡시(<프리스톤테일>과 <오디션>을 서비스했던 옛 와이디온라인. 현재 대주주는 헬스케어 기업 케어마일)와 베트남 모바일게임 진출을 위한 MOU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경기게임마이스터고와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스타코링크로 이름을 바꾼 이들은 MOU를 통해 게임산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들의 사업계획에는 '신개념 건축기술' 등이 추가됐습니다.


# 게임 접고 로봇회사가 된 옛 게임회사

엔터메이트는 2001년 설립된 게임사입니다. 원래는 웹게임 포털을 운영하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천하를 탐하다>, <드래곤스피어>, <FOX> 등 다종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한 이력이 있는 회사입니다. 엔터메이트는 2015년 스팩상장의 형태로 코스닥에 입성했고, 중화권의 게임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을 회사의 주력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엔터메이트의 주인은 2018년 바뀝니다. 광통신 부품 개발업체 우리로의 자회사로 흡수된 엔터메이트는 2020년 9월 베노홀딩스로 이름을 교체했고, 2021년에는 건축자재 기업 씨엠코와 합병했습니다. 베노홀딩스의 회사의 최대주주는 제이제이인베스트먼트로, 라미쿠스로 바뀌었습니다. 2022년 5월 베노홀딩스, 옛 엔터메이트는 게임사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합니다. 스펙상장으로 이름을 올린 게임사 엔터메이트가 ​다른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것입니다.


2020년 이들은 베노바이오에 투자하며 바이오 산업을 시작합니다. 2021년에는 건축자재 기업 씨엠코를 합병하며 기업목적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2023년 5월, 베노홀딩스는 캐나다의 이족보행 로봇 기업 '휴먼인모션로보틱스' 지분 45.1%를 약 78억 3,100만 원에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진출합니다. 베노홀딩스의 지금 이름은 '베노티엔알'입니다. 그간 M&A 포트폴리오의 결과로 이들은 건축, 바이오, 그리고 로봇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엔터메이트 시절 간판 게임은 웹게임 <신선도>였습니다.​ 중국 내에서 인기 웹게임이었던 <신선도>는 한국에 2012년 들어와 2020년까지 살아남으며 장수한 웹게임으로 남았습니다. 


횡스크롤 MORPG <신선도>를 서비스하던 엔터메이트는 웨어러블 로봇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 '드래곤라자2' 만든 스카이문스... 이차전지로 간다?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는 판타지소설 <드래곤라자>와 <퓨처 워커>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드래곤라자 2>를 만든 곳입니다. 중국 스카이문스의 한국 지사로 활동했던 이들은 이밖에 <방치함대>, <페어리 테일> 등을 서비스했습니다. 


이 기업은 꽤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화정밀은 1990년 통신장비 제조를 위해 설립됐고, 이후 와이파이 기기, 통신 중계기 등을 제작하는 활동 등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2001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 2017년 중국 쓰촨성의 스카이문스의 해외법인에 인수하면서 오늘날의 이름을 가지게 됐습니다.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지사처럼 활동하며 앞서 언급한 일련의 모바일게임들을 출시했던 것입니다.


사업을 확장했지만, 이들 게임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기업은 5년 연속 손실을 내면서 거래 정지를 맞게 됩니다. 이들은 가까스로 2021년과 2022년 흑자를 내는 데 성공하면서 2023년 코스닥에서 거래를 재개하게 되었지만, 게임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회사의 주인이 바뀌게 되니 중국 전구체 기업 CNGR의 자회사 '줌웨홍콩에너지'가 그 이름입니다. 줌웨는 2대 주주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한편,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가 발행하는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를 모두 받아 안으며 회사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이들은 바로 이번달 800억의 실탄을 마련하는 한편, 2차전지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2차전지 테마주'로 등극했습니다.


그렇게 한때 '동전주' 취급을 받던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는 주가 13,240원, 시총 3,022억의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2차전지 사업은 일장춘몽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이들의 사명처럼 투자자들과 함께 '달'까지 가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될까요?


<드래곤라자 2>를 만들던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테마' 기업이 되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증권)



# 3가지 사례의 공통점


지금까지 알아본 3가지 기업 사례에는 아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투자, 또는 게임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기존의 상장사를 중국 게임사가 인수 (또는 스팩 상장을 통해 증권시장에 진입)

2. 상장된 상태로 모바일게임 사업을 영위

3. 사업성이 나오지 않자, 새로운 이들에게 매각

4. 새 기업에 투자한 이들은 비게임 분야로 사업 다각화

5. 게임 분야는 언급되지 않거나, 여러 사업 분야 중 하나로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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