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주식 취득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의도적으로 SM 주가를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법 리스크'의 영향은 김 위원장 개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SM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는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매각설'까지 제기됐다. 성과가 부진한 일부 서비스를 종료해 온 가운데 계열사 매각을 통해 체급을 줄이려 시도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 5일에는 크래프톤이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공시를 내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계열사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바꾸어 이야기하면 자본 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가 보유한 자회사 중에서 '매각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카카오게임즈는 부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어떤 모멘텀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 2021년 <오딘> 흥행 이후 성장 정체... '포스트 오딘'이 필요하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6월 29일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출시된 해다. <오딘>은 특유의 북유럽 세계관과 (2024년 시점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그래픽 등으로 주목받으며 출시 당일 양대 모바일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오딘>의 흥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7월 23일 기준 <오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5위를 기록 중이다. 유사 장르 게임이 출시되면 곧잘 비교군으로 <오딘>이 제시되곤 한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에 견주는 모바일 MMORPG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는 것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포스트 오딘'의 부재는 아쉽다. 2023년 7월 출시한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이하)는 <오딘> 수준의 장기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3년 4분기 카카오게임즈 IR 자료에는 "전 분기 출시한 <아레스>의 초반 효과 제거로 인해 모바일게임 매출이 감소했다"고 적혔다. <아레스>는 2024년 7월 기준 게임 매출 순위 38위~54위를 오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패스 오브 엑자일>,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등의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사업의 특성상 수익성 면에서 자체 개발에 비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올해 2월 출시한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는 한 달 동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게임즈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인수 기업의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게임즈는 영업 흑자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대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인수한 이후 기업 가치가 하락하여 손상차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손상차손은 자산을 재평가하여 기업 경쟁력 약화, 시장 환경 변화 등의 이유로 인해 회수 가능금액이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차액을 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손상차손은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하며, 당장의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카카오게임즈가 인식한 손상차손은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영업권 관련 약 1,380억 원과 <오딘> IP 관련 PPA(기업인수가격 배분) 손상 약 2,520억 원 등이다. 2022년에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지분인수대가 확정에 따른 비용 처리로 인해 2,118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 실내 매출이 줄었는데, 실외 매출도 줄었다? 속 쓰린 비게임 분야 부진
2023년 기준, 카카오게임즈 매출의 약 29%는 오프라인 사업에서 발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스크린 골프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 VX'와 모터사이클 등 익스트림 스포츠용 무선통신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세나 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카카오 VX는 2017년 인수(당시 '마음골프')하였으며, 세나 테크놀로지는 2021년 인수했다.
카카오 VX는 실내, 세나 테크놀로지는 실외 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2023년, 카카오 VX와 세나 테크놀로지의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카카오 VX는 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중화된 스크린 골프의 인기가 줄어들었는데, 반대로 야외 활동에 기반해 매출이 발생하는 세나 테크놀로지 역시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세나 테크놀로지의 주력 상품은 모터사이클용 무선통신기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중국 업체 제품의 기능이 고도화되고 알리 익스프레스 등 유통 경로의 대중화로 구매 또한 용이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비게임 부문 매출 부진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2024년 1분기 카카오게임즈 '기타' 매출은 6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다. 비게임 매출은 통상 '성수기'에 해당하는 2분기에 가장 높지만, 업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 '게임스컴 2024' 출전하는 카카오게임즈, 모멘텀 마련할 '자체개발' 신작은?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이러한 상황 속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2024' 출전을 발표했다. 개발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제작한 PC 및 콘솔 기반 글로벌 신작 3종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섹션 13>, <갓 세이브 버밍엄>을 선보인다.
<라이브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는 사각형 타일 기반의 턴제 RPG다. 전작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스핀오프 타이틀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전투 콘텐츠를 강화하고 더욱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기존 턴제 RPG와 차별화된 빠른 성장과 전투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섹션13>은 탑뷰 코옵 슈팅게임인 <블랙아웃 프로토콜>을 액션 로그라이트 슈터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대폭 강화된 스토리와 게임플레이를 목표로 신규 게임 제작 수준의 개발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타이틀명을 <섹션 13>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블랙아웃 프로토콜>은 지난해 스팀에 얼리 액세스 출시했으며, 총 412개 평가 중 76%가 호평하며 '대체로 긍정적'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갓 세이브 버밍엄>은 게임스컴 2024에서 최초 공개하는 타이틀로, 중세 잉글랜드 버밍엄을 배경으로 한 좀비 서바이벌 장르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와 <섹션 13>은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타이틀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5월 29일 일본에 출시한 <에버소울>. 관련 지표는 곧 발표하는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북미, 유럽 출시가 이뤄진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자체개발 신작 2종도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는 <오딘> IP 기반 '뱀서라이크' 신작 <발할라 서바이벌>이다. <발할라 서바이벌>은 북유럽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핵앤슬래시 로그라이트로, 공개된 스크린샷에 따르면 세로 화면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할라 서바이벌> 스크린샷
언리얼 엔진 5로 구현한 (<오딘> 수준의) 그래픽이 돋보인다. 다만 유사 장르로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둔 <탕탕특공대>의 경우 하이퍼캐주얼 게임의 접근성을 갖췄다는 점이 성공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만큼, <발할라 서바이벌>의 고퀄리티 그래픽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발할라 서바이벌 개발 총괄 고영준 PD는 스크린샷을 공개하며 "유사 장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한 차원 높은 개발력이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C> 콘셉트 원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또 다른 신작, <프로젝트 C>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프로젝트 C>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서브컬처 게임으로 수집형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다. 카툰 렌더링 그래픽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추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별의 전쟁> 등 올해 출시한 국산 서브컬처 신작들이 연이어 아쉬운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인기 원작 IP를 보유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출시 초기의 돌풍에 비해 세가 크게 감소했다. '쉽지 않은' 장르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