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위기, 위기, 위기.
업계인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프로 구단은 이런 흐름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20주년을 맞아 e스포츠 업계에서 20년을 활동해 온 DRX의 양선일 각자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몇 달 전 여러 기사를 통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던 주제다. 한 때 정점을 맞이했던 e스포츠는 몇 년 전부터 수익성 문제, 선수 연봉 문제,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를 노출하며 끝없는 위기론을 불러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3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2024 e스포츠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조사에서 연구진은 2023년 기준 e스포츠 산업 규모가 2,5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성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산업의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났기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았다.
위기론이 대두되며 업계에서도 여러 다각화된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e스포츠의 대표 종목인 <LoL>은 최근 '피어리스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해 보는 재미를 다시금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끝없이 논의되던 'e스포츠 지역연고제'는 'e스포츠 지역리그'(가칭)의 출범이 확정되며 2025년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그 외에도 여러 프로 팀과 종목사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DRX 양선일 각자대표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e스포츠 선수에서 시작해, 여러 방송사를 거쳐 현 DRX의 대표까지 오게 된 것으로 안다.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업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A. 양선일 DRX 각자대표: 고민은 군대 전역 후 시작했다. 2001년 경 <스타크래프트>와 PC방 붐이 일던 상황에서 FPS를 즐겨 했었다. <둠>이나 <퀘이크> 같은 게임을 했었고, 주위에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같이 빠져들다 보니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며 클랜에 들어가 여러 대회까지 참가하게 됐다.
당시에는 케스파가 KPGA(한국프로게이머협회)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단체나 한빛소프트가 주관하는 여러 대회를 나갔다. 3~4년 정도 활동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도 생겼는데, 당시 다른 클랜에서 경쟁자로 활동하셨던 분이 MS가 여는 <헤일로> 대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거기서 시작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FPS는 당시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같은 게임에 밀리는 감이 있어 진로 고민이 많았다. 제가 그렇게 게임을 잘 했던 것은 아니기도 하다. 아르바이트를 해 보니 대회를 운영하고 잘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정말 좋더라. 그렇게 여러 대회 운영에 참여하고, 온게임넷에서 주관했던 여러 FPS 대회의 운영 대행에 참여하고, 프로 팀도 운영해 보고, 외국계 방송이나 플랫폼을 거쳤다.
업계에서 이렇게 오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재미다. 제가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FPS를 정말 좋아한다는 점도 있다. 선수로써는 성공하지 못했을지라도, 제가 운영하는 대회나 매니지먼트했던 프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내가 이루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
Q. DRX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A. 이야기가 조금 길다. 2020년 이드림워크코리아를 창업하고, 비전 스트라이커스라는 팀을 운영했다. 당시 코로나 시기라 업계가 움츠러들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강하게 투자하며 <발로란트>에 매진했다. 내가 FPS를 좋아했고, 노하우가 있었다. 팀이 성적이 잘 나오고 분위기도 좋아지다 보니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DRX에 인수됐다.
브랜드는 통합됐지만 두 회사는 별개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2024년 7월 완전히 합병이 이루어지며, 주요 결정권자 측에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셨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를 믿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Q. 그러고 보니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이후 한국이 정통 FPS의 글로벌 무대에서 힘을 못 쓰다가, <발로란트>에서 DRX, 젠지, T1 같은 팀을 배출하며 대성했다. 올드 게이머로써 감회가 남다를 듯 하다.
A.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를 봤을 때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약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퀘이크>에도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당시에는 우승권에 근접한 루나틱 하이나 위메이드폭스 같은 팀들이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 출시 이후 국내에서 <서든어택>과 <스페셜 포스>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며 유저층이 갈라진 것이 컸다. 선수의 능력치와 퀄리티가 글로벌 경쟁력이 없었던 것이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비전 스트라이커즈 팀을 통해 <발로란트>에 적극 투자했다. 이 팀 자체가 제가 몸담았던 'MVP PK' <카운터 스트라이크> 팀을 그대로 인수해 시작했기에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있다.

2020년 경 국내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비전 스트라이커즈 <발로란트> 팀
Q. 경력이 긴데, 지금까지 업계에서 활동해 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A. 굉장히 많다. 팀 운영에서는 두 가지가 있다. MVP에 있을 때 '리치' 이재원 선수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선수로 활동하며 같이 전 세계 무대를 돌아다녔다. 2017년 블리즈컨에서 프나틱을 꺾고 우승했을 때 관중의 열기 속에서 정말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장소가 애너하임 컨벤션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인연이 이어진 것인지, 지금은 리치 선수가 <LoL> 선수로 DRX에 있다. 리치는 <히오스>의 페이커다. 최고의 정점을 찍은 선수가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고, 많이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올해 일을 한 번 낼 것이라 생각한다.
<LoL>에 대한 추억도 있다. 2017년 리프트 라이벌즈가 대만에서 열렸다. 삼성 갤럭시, kt, SKT T1 그리고 저희 MVP가 나갔었다. 당시 경기를 준비하며 SKT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저희 매니저 님이, SKT의 직원 분들에게 미니 게임을 제안했었다. 대기실에서 의자로 멀리 가기 같은 간단한 게임이었지만 이겼었는데, 당시 선수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드디어 SKT를 이겼다!"고 했다.
그런 추억이 있고, 아직도 e스포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 좋다.

2017 <히오스>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리치 (출처: 블리자드)
Q. '지속 가능한 e스포츠'라는 단어가 여러 곳에서 사용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진 지 오래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가?
A. 지속 가능한 생태계는 결국에는 경제 구조와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하나를 꼽는다면 '엔터테인먼트'다. e스포츠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많은 사람이 보고, 뷰어십이 늘어야 투자와 광고가 늘어나고, 선순환이 생겨 산업의 모두에게 결과가 분배된다. 그리고 탄탄한 BM을 통한 경제 가치 창출이 있어야 한다.
Q. 그러고 보니 코로나19 직전과 유행 당시 e스포츠는 뷰어십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e스포츠가 미래 유망 사업이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많은 투자자가 들어왔다. ‘오버워치 리그’라는 새로운 종목의 거대한 프랜차이즈 대회가 생겨나며 엄청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선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세가 크게 꺾였다. 연봉과 운영비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투자금이 떨어지자 e스포츠 구단들은 재정 적자로 신음하게 됐고, 이제는 심심하면 'e스포츠의 위기'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몇 년 만에 급격히 분위기가 변화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직자로써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A. 두 가지 정도다. 첫째로 모든 산업에서 투자를 할 때는 미래의 그림을 예측하고 들어온다. 그런데 코로나는 정말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대형 사고였다. 전 세계의 많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투자의 규모를 늘릴 때 약간 보수적일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나 그 크기가 커진 것이 고통의 크기를 키우지 않았나 싶다. 여러 관점을 배제하고 이해를 위해 단순한 예시를 들자면, 구단 운영비를 2배 쓴다면 매출도 2배 늘어야 한다. 몇 년 버티다 보면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기를 했던 것이 돌고 돌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닐까? 운영을 축소한 팀이 늘어났고, 사라진 팀도 많다.
- 하지만 코로나 덕분에 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뷰어십이 늘기도 했다.
A. 게임을 하는 것 자체는 호황이었고,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전성기를 맞이하긴 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덕분에 그것을 만들어내는 오프라인 생산 활동에 큰 제약이 생겼다. 기업이 광고와 스폰을 위해 들어오려면 단순한 온라인 노출이 다가 아니다.
투자를 하는 회사조차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이전보다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지 못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 모두가 움츠러들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말로 생명의 위협이 크지 않았나. 제 주변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오프라인 관객을 동원할 수 없는 등, 코로나는 많은 상처를 남겼다.
Q. 한때는 e스포츠의 생존을 위해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진입’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현재는 대통령 공약까지 갔었던 ‘e스포츠 지역연고제’가 거의 공식화되며 리그까지 출범했다. 이런 산업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A. 결국은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을 하는 것인데 당연히 매우 긍정적이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베네핏을 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시도되고 있기에, 어떤 좋은 모습이 만들어지는지를 아직 체험하지 못해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큰 그림을 바라보고 지원책을 마련해 주시는 것은 저로써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본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벌려고 그런 것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원을 위해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만들어져 가는 정책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저희도 그 흐름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e스포츠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구단과 팬, 게임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제가 확실히 답변드리긴 어려운 문제다. 당장 5년 뒤의 미래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화두가 되는 AI가 몇 년 뒤 우리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현실적인 단에서 생각을 해 보자면 어찌 되었건 게임은 누군가가 가진 명확한 지적 재산권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 형성된 '엘리트 스포츠'의 영역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연기자라고 보고 있다. 우리가 보여주는 경기의 내용과 스토리, 콘텐츠가 즐거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 유저가 늘어나고 개발사의 수익이 증대되면 선순환 과정이 생긴다.
본연의 자세를 생각하려 한다. 저희가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아니다. 만들어진 게임의 정해진 규칙 속에서 상대방을 멋지게 이기는 것이 저희 프로 구단의 일이다. 팬서비스도 당연히 중요하다.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고, 재미있는 경기가 계속해서 보이면 자연스레 우상향하지 않을까.

지난 2월 17일, 'e스포츠 지역리그'(가칭)이 공식 발표됐다. 사진은 관련 없음 (출처: Kespa)
Q. e스포츠의 위기를 말하는 보고서가 있고 기사도 많이 나왔다. 혹시 현업자로써 세간의 인식과 실제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A. 저도 그런 기사들을 많이 보고 나름 조사한다. 세간의 인식과 실제 산업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래를 예측하며 자연스럽게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조금 세게 밟아 어려운 상황이 생기며 위기라고 인지하시는 것 같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다. 오랜 기간 e스포츠 업계에서 일을 하며 느낀 점은 오래 살아남은 집단이 강자라는 것이다. 너무나 공격적으로 확장하다가 구단이 존폐 위기까지 가고 결국 사라져 버린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다디단 열매를 먹을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DRX는 현재 9개 종목을 운영하고 있기에 충분히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에 있어서 조금 더 좋은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DRX가 운영하는 팀들 (출처: DRX)
Q. 그러고 보니 2011년 경에도 'e스포츠의 위기'라는 기사와 이야기가 많았다.
A. 당시 저는 유럽에 있긴 했지만 핵심은 e스포츠의 지적재산권 문제였다. 이것이 인정되느냐 아니냐가 한창 논의됐던 것이 당시다. 현재는 15년이 흘렀기에 누가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해졌다. LCK, MSI, 월즈를 주최하고 운영하는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조금 모호했다.
그리고 저는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가 98%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2%는 지적 재산권과 오너십의 차이다. 2%이기에 적은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결국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 e스포츠는 게임 산업에 조금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게임 산업이 잘 되어야 e스포츠가 잘 되고, e스포츠는 게임 산업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인 것 같다. 상생 구조다.
Q.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EWC을 진행하고 있고, 올림픽까지 확정했다. 현직자로써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당연히 매우 긍정한다. 저희는 선수를 매니지먼트하는 팀이다. 저희 소속의 선수가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무대가 생겨나고 상금을 획득할 기회가 있다면 환영할 수밖에 없다.
Q. 단순히 e스포츠를 잘하는 것을 넘어, 좋은 선수를 만들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해외의 관계자나 선수가 한국에 시스템을 배우러 유학오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한국의 e스포츠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게이머들의 게임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e스포츠 시스템을 통해 그 재능을 꽃피우고 성적을 내는 체계를 타 지역보다 효율적으로 잘 구축했다는 것이다.
다른 프로 구단들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저희도 같다. 이것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것 같다. 현재 DRX 아카데미의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게임을 배우는 것이 현실 도피나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무언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에 이뤄야 할 지향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 게임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걸까? 꼭 아카데미를 통해 프로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관련한 활동을 함으로써 진로를 찾거나 인간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것 말이다.
A. e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지만 게임은 콘텐츠 비즈니스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저도 이걸 군대 전역 후 느껴 업계에 뛰어들었다. 일이 재미도 있긴 했지만 더욱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상한 놈 취급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게임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잘 하면 본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게임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리라 본다. 그리고 프로 구단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주체로써 좋은 영향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RX 아카데미 (출처: DRX)
Q. 글로벌화도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 축구를 좋아하면, 영국의 EPL를 보면서 해외의 구단을 응원하지 않나. 한국 선수가 뛰기라도 하는 날에는 엄청난 관심이 모인다.
반대로, e스포츠에서 한국의 리그에 전 세계 게이머가 관심을 가지게 하고, 해외 선수가 한국에서 뛰면 그 나라의 젊은 층이 다 같이 관심을 가지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A. 한국 선수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이기는 능력 자체는 이미 세계적으로 탑 티어임이 검증됐다. LCK 선수들이 여러 리그에 용병으로 나아가 활약하고, <오버워치> 리그는 과반수가 한국인이다. 그래서 저희는 제 2의, 제 3의 한국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LoL> 팀의 '레이지필' 쩐바오민을 3년 전 DRX로 영입해 육성하는 이유도 같다. 아직 100%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기쁘다. 레이지필 한 선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많은 지역과 선수를 발굴하는 길을 열려 한다. e스포츠의 도구는 게임이고, 게임은 언어적으로 이야기하기 쉬운 주제다. 국경을 뛰어넘는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이야기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실력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먼저 깃발을 꽂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 그러고 보니 레이지필이 LCK 컵에 데뷔해 여러 기록을 세웠다.
A. '테디' 박진성 선수가 당시 건강 문제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돼서 결정된 일이었지만, 4경기에 출전해 3경기를 이겨서 저도 정말 좋은 의미로 "어 뭐지?" 싶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활약해 줬기에 고맙고 감사하다. 레이지필이 제 자녀와 동갑이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항상 잘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관계자의 칭찬이 많았던 베트남 유망주 '레이지필' 갑작스러운 1군 데뷔에도 3번이나 승리했다.
1군 무대 LCK에서 외국 선수가 한국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기에 많은 화제가 됐다. (출처: LCK)
Q. 다만, 국제표준 문제 등 국내 e스포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 보는가.
A. 사람마다 답변이 다를 만한 질문 같다. e스포츠는 여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사가 있고, 게임 고수 집단이 있고, 업계를 지원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있고, 대회와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 등이 있다. 한국의 선수 매니지먼트 능력과 경쟁을 만드는 능력은 아직 세계적이라 본다.
다만,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임은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진다. 이를 무조건적인 문제라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감이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게임이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을 만들어 낸다면 산업이 발전하는 스노우볼이 확실히 커지지 않을까.
Q. 이전에 기자를 모아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구단 내부 시스템를 정비하는 데 집중하느라 소통을 잘 하지 못했다가, 정비 이후 본격적으로 팬 및 미디어와 소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A. 두 개의 법인이 모회사 자회사의 관계라 하더라도 전까지는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회사를 합치고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조를 완전히 변경하면서, 이것을 잘 마무리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아무래도 대외 활동 면에서 소홀했다. 이제 내부가 확실히 정비됐기에 본격적으로 다시 잘 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Q. 위에서 언급한 산업의 흐름에서 DRX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을 공략해 다시 DRX의 전성기를 만드려 하는지 궁금하다.
A. DRX는 킹존 드래곤X가 재창단되며 만들어졌다. <LoL> 종목만을 놓고 이야기하면 2019년 경에도 성적이 좋았고 화제를 많이 모았다. 그리고 2022년의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내려왔다.
프로 팀이라면 결국 이겨야 한다. 이기고 성적을 내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잊혀진다.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승리에 집중하고, 지켜보는 사람이 재미있고 응원할 수 있는 주연이 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회사 내부의 모든 직원이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기간에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노력과 절실함이 모여야 성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여러 종목에서 DRX의 선수가 가장 먼저 생각났으면 한다.

DRX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선수 중 하나인 '무릎'
최근 폼이 다시 급상승하고 있다고
Q. e스포츠 위기론이 대두되며 많은 구단이 운영 종목을 상당히 축소했다. 그러나 DRX는 <LoL>, <발로란트>, <워크 3>, 대전 격투 게임, <배그 모바일>, <FC 온라인> 등 여러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 <e풋볼>과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종목은 일본 선수가 주축이다. 여러 종목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주식과 코인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분산 투자다. 팬 베이스를 확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종목이던지 e스포츠 시스템이 있고, 거기서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면 의미가 크다.
그렇다고, 저희가 '찍먹'을 하듯이 다른 종목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많은 고민과 확실한 판단을 한 후 진입한다. 진입은 쉽겠지만 팀이 성적이 안 나온다고 빠르게 철수해 버리면 구단에게 있어 엄청난 리스크가 된다.
이드림워크코리아에서 여러 도전을 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목에 제약은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끝없이 두드릴 것이고, 지금도 어떤 게임이 미래 종목이 될 수 있을지 적극 조사하고 있다.
Q. 다른 인터뷰에서 2024년 DRX가 흑자를 냈다고 언급했다. 흑자의 규모도 본격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 했다. 어떻게 가능했고, 키워나갈 예정인가?
A. 두 회사가 완전히 합쳐지며 분산됐던 것들이 일원화되며 세이브되는 부분이 있었다. 운영 종목 전체로 보면 성적이 괜찮아 그것에 따른 경제적 이윤이 잘 창출된 것 같다. 이후로도 종목을 늘렸는데, 전체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팬들에게 만족도를 줘서 팔로워를 늘려야 스노우볼이 생겨 스폰서십과 MD의 매출이 증대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결국 흑자를 만들고 커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Q. 대부분의 프로구단이 아카데미 사업을 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된 만큼 차별화가 중요할 것 같은데, DRX는 어떤 점에 집중하고 있는가?
A. 현재는 아카데미 사업 자체의 크기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강생과 다루는 게임의 분야를 늘리려 한다. 요즘 아카데미를 수강하러 오는 학생의 학부모와 상담하면 게임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고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프로게이머는 거의 연예인과 동급이다.
다만,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재능이나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케이스가 있으면 솔직히 말씀드리고 있다. 내 자녀라고 생각하고 진심을 다하는 것이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2025년부터 DRX는 어떤 구단이 되어가고자 하는가?
A. 프로 팀의 존재 목적은 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이뤄내야 하는데 DRX가 그동안 좋은 소식이 없었다. 올해부터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팬들의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된다. 응원해주시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DRX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출처: L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