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변화가 시리즈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수십 시간에 걸친 플레이 끝에 기자가 내린 결론은 “Yes”다.

<유미아의 아틀리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가장 이질적인 아틀리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아틀리에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비교하자면 좀 더 JRPG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스토리와 전투, 콘텐츠 같은 여러 부분에서 기존 시리즈와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스토리부터 살펴보면, <유미아의 아틀리에> 이전 아틀리에 시리즈의 서사는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이고 가벼웠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연금술 아카데미의 졸업을 목표로 연구를 열심히 한다거나, 어엿한 연금술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식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밝고 명랑한 10대 소녀들이고, 이들이 겪는 갈등은 소박하고 또 명료했다.
반면 <유미아의 아틀리에>의 서사는 이에 비하면 한없이 진지하고 무겁다. 이야기의 배경부터 연금술과 관련된 모종의 사건으로 멸망한 제국의 폐허이며,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과거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유미아는 연금술을 통해 대지를 덮은 마나를 정화하고 그 안에 담긴 기억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한다.
재미있게도 이번 작품에선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연금술이 금기시된다. 앞서 말했듯 과거 연금술 때문에 한 나라가 완전히 멸망하는 재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따라 연금술사가 된 주인공 유미아는 이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위험 분자 내지는 마녀 취급을 받는다. 일종의 원죄(冤罪)를 짊어진 주인공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진실을 밝힌다는 사뭇 진지한 전개가 이어진다.
크게 보면 기존 작품들과 유사한 주인공과 동료들의 성장 서사이지만, 베일에 싸인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성장의 동기가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더해 각자의 사연을 가진 동료들과 악역들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는 기존 아틀리에 시리즈에선 볼 수 없는 <유미아의 아틀리에>가 가진 분명한 매력이다.



전투와 콘텐츠 측면에서도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기존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전 아틀리에 시리즈의 전투가 연금에 필요한 재료를 획득하거나 연금술로 만든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연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임의 주요 콘텐츠로 부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전투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전작인 <라이자의 아틀리에>에서 시도했던 실시간 전투 요소를 한층 더 발전시켜 완전한 실시간 액션 전투를 선보였다. 덕분에 다른 JRPG의 전투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캐릭터의 위치를 근거리 혹은 원거리로 조정할 수 있는데,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사용하는 무기와 스킬도 달라진다. 거리를 조절해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약점 속성을 가진 스킬이 있는 위치에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주된 전투 방식이다.
여기에 실시간 전투의 특징을 살린 회피와 가드 시스템도 존재하고, 추가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프렌드 액션’, ‘저스트 카운터’ 같은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해금할 수도 있다. 또한 조작하는 캐릭터를 변경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펼치는 것도 가능하며, 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는 AI에 의해 조작된다. 필요하다면 캐릭터별로 AI의 행동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도 마련되어 있다.
처음 시도한 것치곤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개발진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전작의 심리스 오픈 월드를 채용하되, 월드의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다. 횡적인 확장도 있지만, 특히 종적인 확장이 눈에 띈다. 맵의 고저차가 훨씬 커지고 점프를 통해 이를 오를 수 있어 탐험 가능한 영역도 훨씬 다양해졌다.
여기에 더해 탐험에 필요한 아이템을 어디서든 바로 제작할 수 있는 약식 조합 기능의 추가와 기존 아틀리에 꾸미기에 한정됐던 하우징 시스템을 월드 전반으로 확장한 점도 이번 작품만의 돋보이는 변화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좋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토리 부분에선 딱히 아쉬운 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다룬 부분에선 군데군데서 아쉬운 점이 보였다.
우선 조작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아이템 탭에서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고 나면 자동으로 스킬 탭으로 전환되지 않고 아이템 탭에 머무르기 때문에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탭 전환을 두 번 해야 하는 번거로운 조작이 필요하다. 캐릭터 태그 시에도 버튼 하나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대신 굳이 태그 탭을 열어서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전투 상황의 가시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스킬 이펙트가 지나치게 화려해서 적들의 공격을 알리는 워닝 싸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공격 직전에 나오는 소리를 듣고 방어나 회피를 사용할 수 있지만, 바닥에 깔리는 워닝 싸인은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주시해야 한다.

문제는 비슷한 색상의 이펙트가 너무 많아서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타격감이 좋으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전 아틀리에 시리즈에 비해 액션이 매우 화려하지만, 막상 눈과 귀로 느껴지는 타격감은 약하다. 전투가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아쉬운 점들이 맞물리면서 액션의 손맛은 그리 크지 않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그렇다. 월드가 종적으로 높게 확장된 것에 반해, 게임 내 지도에는 높이가 표시되지 않아 목표 지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높이 솟은 나무나 건물의 위층처럼 고저차를 활용한 숨겨진 요소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찾을 때 어려움을 자주 겪곤 했다. 게임 내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정확도가 높지도 않고 가시성도 떨어진다.
필드 위 NPC에게 말을 걸 때도 조작이 묘하게 뻣뻣하다.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지 않은 않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바이크(게임 내 명칭은 프로셀라)에 탑승한 상태에선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 바이크를 해제한 뒤 다시 말을 걸어야 하는 번거로운 조작이 필요하다.


참고로 여기는 우측 아래 게이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탐색을 마쳐야 하는 구간이다.
여러 변화가 있긴 했지만,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여전히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장선 위에 놓인 작품이다.
아틀리에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연금술 시스템은 건실하게 이어졌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맞는 결과가 나오도록 재료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자동 조합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여전히 숙달되기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콘텐츠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장비와 아이템의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아서 소홀히 했다가는 게임의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대신 시간을 들이는 만큼 얻는 효과도 확실하기에 일종의 ‘내실’처럼 꾸준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메인 스토리 못지않은 분량을 자랑하는 시리즈 특유의 방대한 서브 퀘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스토리를 통해 등장인물의 서사와 관계를 보여주면서 이에 관련된 서브 퀘스트의 비중은 줄었으나 지역별로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개척 임무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특정 몬스터를 일정 수 이상 처치하거나 특정 위치에 가구를 배치하는 등의 단순한 임무들이지만 요구하는 임무의 수가 제법 많은 편이다. 이 역시 연금술 레시피나 재료 획득에 필요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지급하므로 진행 과정에서 꾸준하게 수행해야 한다.



대충 하고 넘기기엔 보상으로 나오는 레시피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유미아의 아틀리에>가 추구한 변화는 아틀리에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새로운 유저층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에 매니악하다고 평가받던 아틀리에 시리즈와 비교해본다면 이번 작품은 스토리나 시스템 면에서 훨씬 대중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아틀리에 시리즈의 정체성으로서 남아 있는 연금술과 서브 콘텐츠의 상당한 비중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영역이다.
앞서 <유미아의 아틀리에>를 기존 아틀리에 시리즈보다 다른 JRPG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아틀리에 시리즈와 JRPG를 양 끝에 놓고 보면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기존 작품들에 비해서 JRPG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 뿐, 여전히 아틀리에 시리즈의 영역에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JRPG적인 요소가 강해지면서 플레이어가 서사에 몰입하는 과정을 연금술이 방해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술한 연금술과 서브 퀘스트가 스토리와 함께 나란히 발을 맞춰서 진행돼야 하는데, 관련 가이드가 부족해 둘의 진행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리즈에 입문한 이들에게 이들의 중요성을 충분히 숙지시키는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