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 실체는?
4월 30일, 넥슨 산하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2차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번 2차 테스트의 특징은 게임플레이가 '공개'된다는 점으로, 스크린샷 및 동영상 촬영이 제한됐던 지난 테스트와 다르게 플레이 장면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즉,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게임의 방향성과 콘텐츠를 공개 및 소개하는 것이 이번 테스트의 핵심 중 하나다.
<아크 레이더스>는 지금까지 베일 속에 쌓여 있던 게임이었다. 2023년 첫 트레일러가 공개됐지만 게임의 콘셉트 정도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본래는 PvE 게임이다가 PvPvE 중심의 익스트랙션 게임으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는 루머도 존재했다. 과연, 공개 2년 만에 베일을 벗는 <아크 레이더스>의 실체는 무엇일까? 미디어 사전 플레이를 통해 <아크 레이더스>를 살펴봤다.
먼저 게임의 콘셉트는 기존에 공개됐던 대로 '기계가 지배한 지상' 그리고 '지하 도시로 후퇴해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다루고 있다. 지상은 살인 로봇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인류의 대부분은 지하 도시 '스페란자'에서 살아가며, 플레이어가 되는 '레이더'들이 경계가 약해질 때 지상으로 올라가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수집하고 있다.
<아크 레이더스>를 플레이하며 받은 첫 인상은 이 콘셉트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엠바크의 전작 <더 파이널스>를 플레이 해봤다면 알겠지만, 이 개발사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상당히 뛰어난 회사다.


<아크 레이더스>의 세계는 로봇이 지배하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이 가득한 등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배경 대신 밝은 색감의 자연 풍경을 주로 사용된다. 이 배경의 색감 묘사나 배경이 뛰어난 편이다. 최적화 역시 별도의 옵션을 만지지 않고도 매끄러운 프레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훌륭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나 맵에 따라 날씨가 변화하기도 한다. 어떤 맵은 화사한 색감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맵은 모래 폭풍 속에서 이동해야 한다. 어두운 도시 속에서 불빛에 의지해 움직여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스캔 장치를 장착하고 이곳저곳을 오가는 비행 드론이나,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사족 보행 로봇의 소리는 분위기를 더해준다. 배경이나 광원만 보면 색감이 상당히 따사롭지만,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플레이어를 찾는 살인 로봇은 정 반대의 느낌을 낸다는 점에서 <아크 레이더스>의 콘셉트와 그래픽 구현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고, 게임의 핵심 중 하나를 담당해 준다고 느껴진다.


<아크 레이더스>는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이다. 그렇다면 타 익스트랙션 게임과 비교한 차별점은 무엇일까?
일단 구조 자체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플레이어는 여러 맵 중 하나를 선택해 진입할 수 있으며, 솔로 혹은 최대 3인의 팀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맵의 외각 랜덤한 지역 중 하나에서 스폰되며, 원하는 만큼 맵을 돌아다니며 가방에 가치 있는 물건을 최대한 채운 다음 탈출하면 된다.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주로 하는 농담 중 하나는 플레이어가 '폐지'를 줍는다는 것이다. 여러 잡동사니를 팔기 위해 가방 가득히 주워야 하다 보니 그런데, 이 게임은 "진짜 폐지를 줍는다"고 느껴질 만큼 이 느낌이 심화되어 있다. 게임에서 가치 있는 아이템들은 캐비넷을 열거나 상자를 뒤져 얻을 수 있지만, 고장난 자동차의 앞판을 열거나 장치의 문을 뜯어 파밍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파밍 포인트를 사용하려면 지렛대로 열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주위에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필드를 돌아다니는 살인 로봇 '아크'도 하나의 파밍 수단이 된다. 아크를 파괴하고 시체를 뒤지면, 아크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을 뜯어갈 수 있다. 그 외에도 필드에서 양 손으로 잡고 옮겨야 하는 무거운 아이템을 특정 배송 포인트까지 옮기는 등, 다양한 방식의 파밍 수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 과정에서 모두를 체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다양한 방식의 파밍 활동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크 레이더스>의 특징 중 하나로 추정된다.


그리고 1인칭을 선택한 대다수의 동종 장르 게임과 달리 <아크 레이더스>는 3인칭을 채택했다. 플레이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 <라스트 오브 어스>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생존하기 위해 온갖 곳을 뒤져 잡동사니를 모아야 한다는 콘셉트를 겹쳐서 생각하면,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멀티플레이 스핀오프 게임 개발이 취소돼 아쉬웠던 사람에게는 <아크 레이더스>로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탈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맵에 일정 시간 동안 위치한 철수 지점에서 엘레베이터 혹은 지하철을 호출해 탈출하는 방법과, 비싼 아이템인 '레이더 열쇠'를 사용해서 개인 탈출구를 열어 곧바로 철수하는 것이다. 호출해서 탈출하는 방식의 경우 탈출 지점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리며, 게임 시간이 거의 끝나갈 경우에는 한 두 개의 탈출구를 제외하고 모두 폐쇄되기 때문에 적을 마주칠 확률이 높아진다.
3인칭 시점 덕분에 존재하는 시스템도 있다. 간과할 수 있으나 (테스트에서 이 기능을 잘 쓰는 사람을 못 봤다) <아크 레이더스>에서는 구르기를 통해 스태미나를 크게 소모하는 대신 적의 공격을 확실히 회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크의 공격은 느린 대신 한 대 맞으면 치명적인 경우가 있는데, 따라서 S자로 무빙을 하거나 구르기를 활용해 투사체를 피해 줄 필요가 있다.



성장 시스템은 어떨까? 익스트랙션 게임은 주로 자신의 얻은 아이템의 성능에 따라 강함이 좌우된다. <아크 레이더스>에는 플레이어의 개인 성장 그리고 장비의 두 가지로 강력함이 결정된다. 먼저, 장비의 경우에는 여러 등급이 있으며, 고등급의 무기를 착용할 수록 강해진다. 장비에 최대 4가지의 부착물을 만들어 붙일 수도 있고 당연히 부착물에도 등급이 있다.
방탄복 시스템은 '쉴드'라는 개념으로 존재한다. <아크 레이더스>에서 플레이어의 내구력은 쉴드와 체력 두 가지로 나뉜다. 쉴드는 고등급을 착용할 수록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쉴드의 총량과 대미지 감쇄율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가방 역시 고등급을 착용할수록 인벤토리의 용량과 최대 무게가 늘어난다. 다만, 이 시스템은 캐릭터의 외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쉴드는 투명하니 당연하고, 배낭 역시 하나의 치장 요소기 때문에 별도의 아이템(레이더 증강물)을 사용해 무게를 늘린다.


크래프팅 요소도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거점에는 '닭'이 있어 일정 시간마다 기본적인 자원을 보급해 주고, 플레이가 지상에서 직접 가져온 자원과 합쳐 여러 가지 시설을 마련하고 등급을 강화할 수 있다. 등급을 강화할 수록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템도 늘어난다. 퀘스트와 아이템을 제공하는 상인도 존재하며, 당연히 많은 퀘스트를 완료할수록 고등급의 아이템을 판매한다.
여기서도 앞서 말한 '폐지' 혹은 '고철'을 줍는다는 콘셉트와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 인류는 지하에서 살고 있기에 자원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재활용'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고등급의 아이템을 얻더라도 단순히 팔거나 쓸 데가 없어 관상용으로 두는 대신, 분해해 자원을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개별의 성장 시스템이 있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도전 과제를 완수하고 많은 임무를 수행할수록 캐릭터 포인트를 얻어 다양한 스킬을 장착시켜줄 수 있다. 탐색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스태미나를 강화시키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쉴드가 파괴되는 순간 이동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유용한 것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특정한 단련의 마지막 퍽을 개방하면 상대 시체의 '안전 물품 보관함'(보안 컨테이너)을 강제로 열고 훔쳐갈 수 있다.

테스트에서는 게임의 향후 BM 방향성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아크 레이더스>는 <더 파이널스> 처럼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며, 구매한 배틀 패스로 다양한 치장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 핵심 BM으로 추정된다.
플레이어의 외관(전투복)과 가방을 시즌 패스 등의 활동을 통해 해금하고 장착할 수 있다. 직전 문단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래 플레이를 해야 스킬을 해금해 캐릭터가 더욱 강해지기에, 이런 요소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게임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즌제로 운영될 확률이 높다.



<아크 레이더스>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훌륭하고, 그래픽과 최적화도 좋다. 살인 로봇으로부터 도망다니며 고물을 캔다는 콘셉트도 흥미롭다. 기자는 분명히 이 게임을 이번 테스트 내내 즐겁게 플레이했다. 이 게임의 강점이라 한다면 "기본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게임의 끝난 이후의 리플레이나 세세한 지도 및 튜토리얼 등 요즘 익스트랙션 게임에 요구되는 편의성도 잘 챙긴 편이다.
익스트랙션 게임인 만큼 타인과의 교전도 발생하며, 여기에 따른 재미도 충분하다. 이 게임에서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집라인을 이용하거나 별도로 설치해 높은 곳에 올라설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정말 <더 파이널스>의 개발사가 확실히 맞다고 느껴진다), 이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적을 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정 지점에서는 저격으로 탈출하는 상대방을 괴롭힐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남의 가방을 털어먹고 탈출할 때는 그 어떤 게임보다 즐겁다.




기계 덕분에 상대방의 위치에 대한 정보 획득도 쉬운 편이다. 지상에 돌아다니는 기계가 상당히 많고, 저등급 무기로는 기계를 파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기계와 싸우는 사람들의 총성이 울려퍼지곤 한다. 처치하기 어려운 거대한 사족보행 살인 기계를 피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고철을 줍는 스릴도 큰 편이다.
그러나 경쟁작 대신 이 게임을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있다.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반적인 퀄리티가 훌륭하기에 출시 초기에는 좋은 흥행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 이후의 흥행 지속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된다.
<타르코프>의 '미궁'과 같은 이벤트처럼, 게임에 잘 구현된 콘셉트와 합쳐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의 업데이트가 지속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이룰 수 있는 관건으로 보인다. 미디어 사전 플레이에서는 3인이 팀을 이루어 거대한 로봇에게 도전하는 콘텐츠도 존재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이 맞지 않아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콘텐츠의 존재 및 재미 여부가 흥행의 키를 쥐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2차 테스트인 만큼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보다 많은 마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와 로드맵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기자의 의견은 단순한 개인의 의견인 만큼, 이번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후의 유저 의견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