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 지사가 FPS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미숙한 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다. 12월 15일(현지 시간) 열린 해외 <에이펙스 레전드> '커뮤니티 토너먼트' 대회 ‘삼성 오디세이 인비테이셔널’과 관련해 벌어진 일이다.
삼성 오디세이 모니터 홍보를 위해 기획된 ‘삼성 오디세이 인비테이셔널’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및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열린 온라인 대회다. 총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 규모로, EA의 관여 없이 열리는 비공식 대회를 뜻하는 ‘커뮤니티 토너먼트’ 중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금액이다.
여기에 더해 유명 <에이펙스 레전드> 스트리머들이 참여하면서 적지 않은 시청자가 모였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매우 엉성하게 운영된 탓에, 현지 팬 사이에서 나쁜 의미로 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대회 홍보, 팀 구성, 경기 운영까지 모든 방면에서 비판받고 있다.
‘커뮤니티 토너먼트’는 성격상 비전문가가 주최하는 경우가 많아 미숙한 운영 이슈가 자주 터지고는 한다. 그러나 이번 ‘삼성 오디세이 인비테이셔널’의 경우 그런 커뮤니티 대회 중에서도 유독 더 큰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평소 공격적 태도로 잘 알려진 스트리머 겸 프로게이머 ‘임페리얼할’(ImperialHal)은 아예 “역대 최악의 대회”라고 비판에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번 들여다보았다.
현지 유저들 및 대회 참가자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레딧이나 트위터, 그 외 주요 커뮤니티에서 거의 홍보가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는 상황.
준비 단계에서 미흡했던 점은 홍보뿐만이 아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한 시점까지 참가팀 모집이 완료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아이앰부쉬(iamBush)는 경기 전날 밤이 되어서야 대회 참가를 제안받았지만, 다음 날 일정 문제로 거절해야 했다.
프로팀 클라우드9(Cloud9) 소속 잭 메이저(Zach Mazer)와 프로팀 토렌트(Torrent)의 람보(RamBeau) 등은 경기 직전 초청됐다가, ‘자리 부족’을 이유로 갑자기 초청이 취소됐다. 람보의 경우 경기 시작 1시간 전 참가 제의를 받았으나, 15분 전에 갑자기 참가 불가 통보를 받았다.
더욱더 당혹스러운 것은 정작 실제 경기는 참가자 정원을 못 채운 채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경기 정원은 총 20팀(60명)이다. 이번 대회는 16팀(48명)으로 치러졌다. 경기 직전 참가를 거절당한 프로 및 스트리머들은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직접 소셜미디어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자 및 시청자가 가장 큰 당황을 느낀 점은 따로 있다. 공식 경기 중계 방송이 아예 없었던 것. 이 때문에 대회는 각 스트리머의 개인 방송으로만 볼 수 있었다. 당연히 해설 및 중계는 물론, 경기 횟수, 팀별 득점 상황, 탈락자 현황 등 아무런 실시간 경기 정보가 시청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간부터 방송을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진행 상황을 파악 못 한 채 경기를 봤다. 참가자인 스트리머xQc의 경우 자신의 스코어를 따로 알아낼 방법이 없어 자신의 채널 시청자들에게 물어봐야만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스트리머들에게 방송 ‘지연 송출’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이로 인해 특정 채널 시청자가 다른 팀의 플레이 실시간으로 보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이른바 ‘방플’ 상황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이렇듯 파편화된 운영이었지만 경기의 시청자 수 자체는 절대 적지 않았다. e스포츠 온라인 중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 ‘e스포츠 차트’가 이번 경기를 스트리밍한 각 채널 데이터를 합산한 정보에 따르면, 최고 시청자 수는 16만 8,069명, 평균 시청자도 15만 1,334명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은 비단 이번 대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 토너먼트가 참여팀 간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는 별도 규칙을 정하지 않거나 허술하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참가하는 대회에서는 밸런스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정의가 다소 모호하기 때문.
많은 전·현직 프로선수가 트위치 등 플랫폼에서 자기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도 활동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업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준프로’ 급 실력을 갖춘 최상위권 플레이어에서부터 일반 유저 같은 실력의 스트리머까지 다양한 실력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 팀 구성 방식에 있어 밸런스 문제를 사전 방지할 별도의 룰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해당 게임 플레이 경험을 풍부히 가지고 있거나, 높은 랭크를 기록한 선수들만을 명단에 포함하는 등의 밸런싱이 필요한 것.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에이펙스 레전드> 스트리머가 아닌 xQc, x초코바(xChocoBars) 등이 최상위권 <에이펙스 레전드> 유저들과 맞붙는 상황이 펼쳐졌다.
또한, 룰의 엄격한 적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처음에 팀당 ‘프로 1명, 크리에이터 2명’이라는 룰을 정해두고, 각 팀 주장에게 여기에 맞춰 팀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룰이 모든 팀에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아 팀별 밸런스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경기에 참여한 임페리얼할 등 프로팀 TSM 관계자들이 특히 소셜 미디어상에서 삼성을 향한 공개적 비판과 충고에 나섰다.
임페리얼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대회의 1등 상금이 여느 프로 대회 못지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팀 구성 룰이 허술하게 지켜졌다는 점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룰을 상황에 따라 변경하지 말고 잘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삼성은 <에이펙스 레전드> 출시 이후 지금까지를 통틀어 최악의 대회를 진행했다. 다음번까지 (경기 운영에 관해) 배우지 못한다면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라”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편 임페리얼할과 같은 TSM에서 코치로 일하는 마이너스템포(minustemp)도 트위터에서 주최 측에 충고를 전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런 대회를 여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주최 측은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경기 홍보는 거의 없었고, 팀 구성 규칙도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 프로 씬에 익숙한 사람들 몇 명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TSM에서 코치로 일했던 마틴 스크리드스트럽(Martin Skrydstrup)도 조금 더 거친 어조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10만 달러 규모 대회를 운영할 거면, 최소한 <에이펙스 레전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한테 운영해달라고 부탁해라. 이번 경기는 장난이나 다름없다(This is actually a joke)”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