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우리는 GTA 6가 너무, 너무나도 무섭다"

음주도치 (김승준) | 2025-04-17 13:02:57

2025년 가을. 락스타 게임즈가 예고한 <GTA 6>의 출시 예정 시기이자, 많은 게임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준비를 하는 때이기도 하다. 확실히 <GTA 6>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게임이라면, 장르 불문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출시일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타이틀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AAA 게임의 출시를 앞둔 회사들은 비상사태다. <GTA 6>와의 정면 승부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테이크투와 락스타 게임즈는 이미 몇 차례 "<GTA 6>는 예정대로 가을에 출시될 것이며 발매 연기는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한 플랜 B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GTA 6>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폴리싱 단계에서 아쉬움이 생겼을 때, 락스타 게임즈가 기존 출시 일정을 고집하는 것보다 완성도를 선택하는 쪽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가을은 피하자", "<GTA 6> 출시가 2026년으로 연기되어주는 게 차라리 우리에겐 호재다", "출시일이 공개되어야 피하든 말든 할 텐데"​와 같은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그렇다고 2025년 가을을 통째로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GTA 6>가 출시되면 그 열기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걸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발 <GTA 6> 출시가 연기되길 바라며 기도 메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다른 AAA 게임들이 정면 승부를 피해서 자리 잡은 2025년 겨울이나 2026년 봄으로 <GTA 6>가 옮겨오기라도 하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실크송>, <슬더스 2>, <리듬 천국>


인디 개발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관심사는 <GTA 6>와 같은 대형 타이틀이 아닌, 장르를 대표하는 기대작들이다.


2D 횡스크롤 메트로배니아 액션 게임을 제작 중인 국내 인디 개발사 A는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의 2025년 연내 출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크송>이 해당 장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높여 놓았을 때, 일명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실크송> 출시 한 달 뒤 정도로 출시 일정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예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후일을 도모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을 제작 중인 국내 인디 개발사 B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 2>가 해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낙수 효과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참고로 <슬더스 2>는 2025년 연내 얼리 액세스 출시 예정이다.


귀여운 2D 아트 기반의 캐주얼 리듬게임을 제작 중인 국내 인디 개발사 C는, 최근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2026년 출시가 예고된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를 언급했다. "무려 11년 만에 나오는 <리듬 천국> 시리즈의 신작이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플레이 세션의 호흡이 짧은 리듬게임 특성상 여러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것에 대한 시간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들도 "낙수 효과가 유효할 것"이라 전망했다.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2025년 연내 출시 예정

<슬레이 더 스파이어 2> 2025년 연내 얼리 액세스 출시 예정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 2026년 닌텐도 스위치 출시 예정

이 이야기엔 재밌는 공통점이 있다. <GTA 6>, <실크송>, <슬더스 2>, <리듬 천국> 시리즈의 신작 모두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작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급한 인디 개발사 A, B, C의 게임 데모 빌드를 모두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장르 대표작을 뛰어넘긴 어려울지 몰라도 쉽게 묻힐 타이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흐름에 대한 적절한 파악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 시기와 동시에 가격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실크송>이나 <슬더스 2>의 경우, 가격에 대한 부담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전작인 <할로우 나이트>는 스팀 정가 16,500원에 그쳤고, <슬더스>는 스팀 정가 27,000원이지만 워낙 할인을 많이 하는 타이틀로 유명하다. 기사를 쓰는 지금도 스팀에서 66% 할인된 9,180원에 <슬더스>를 구매할 수 있고, 과거에는 <슬더스> 모바일 버전이 단돈 800원에 판매된 이력도 있다.(기자도 이때 구매했었다)


그러나 <GTA 6>와 <리듬 천국>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최근 닌텐도가 스위치 2 주요 타이틀 가격을 공개하며 큰 화제가 된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이야기다. <마리오 카트 월드> 패키지 버전 가격은 98,000원으로 약 10만 원이고, <동키콩 바난자>도 패키지 버전 가격이 88,000원으로 약 9만 원이다. 게임 하나 사면 다른 게임을 함께 살 마음이 쉽게 안 드는 수준의 가격대다.


게이머들은 <GTA 6>가 100달러 이상, 국내 가격으로 10~12만 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으로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닌텐도에서 "타이틀마다 볼륨과 콘텐츠를 고려해 가격을 다르게 책정 중"이라 밝혔어도, 다른 스위치 독점작의 가격대를 보면 <리듬 천국> 신작의 가격도 저렴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치 2 독점작인 <마리오 카트 월드>와

<동키콩 바난자>의 가격 공개도 파급력이 컸는데 <GTA 6>는 어떨까.
<GTA 6>가 패키지 게임의 가격선을 한 번 끌어올리면
다른 AAA 게임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러분은 한 달에 게임을 몇 개 구매하시는가. 한 달에 10~20만 원(혹은 그 이상)을 게임에 쓰는 코어 게이머라 하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비싼 게임들이 연달아 나오면 구매를 망설이기 마련이다. 일주일에 게임 플레이에 쏟을 수 있는 여가 시간은 얼마나 있으신가. <GTA 6>를 100시간 이상 즐길 심산이라면, 몇 주 몇 달에 걸쳐 플레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다른 게임이 끼어들 여지가 쉽게 생길까.


비용, 플레이타임, 장르 팬들의 성향까지 모두 다르지만, 국내 인디 개발사 A, B, C는 공통적인 답변을 줬다. "게임의 볼륨을 조금 더 보강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출시 일정보다 몇 달을 더 투자할 각오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PC, 콘솔 시장에서도 경쟁이 전보다 더 치열해지면서, 개별 게임의 '재미와 독창성 그리고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점이다. 


시장 상황을 잘 아는 개발사들일수록 칼을 더 열심히 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시일이라는 변수까지도 꼼꼼히 챙기는 것이다. 잘 만든 게임이 유저들의 제한된 시간과 지갑 사정, 관심의 총량 때문에 묻히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출시일을 두고 벌어지는 소위 '눈치 싸움'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최근의 예시는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플레이 경험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공식적인 성명이 있었지만, 기존 2025년 2월 14일 출시를 3월 20일로 연기하면서, 2월 출시작 <문명 7>, <용과 같이 8 외전>, <몬헌 와일즈>와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특히 <몬헌 와일즈>의 열기가 3월 중순까지도 뜨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어크 섀도우스>가 기존 예정대로 2월 출시 됐을 때의 결과가 더더욱 아찔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어크 섀도우스>가 출시 이후 "막상 플레이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유저들이 '플레이'에 시간과 돈을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여론 반전의 순간이었다. 2025년과 2026년에도 예고된 기대작이 많은 만큼, 이런 '눈치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모습을 또 몇 차례 더 목격하지 않을까 싶다.


<어크 섀도우스> 스팀 페이지. 
기사 작성일 기준 16,649개 리뷰 중 80%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유비소프트가 출시일을 3월 20일로 연기한 것도 그 배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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