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칼럼] '문화강국'을 말하면서 왜 K-게임은 빠졌나

음마교주 (정우철) | 2025-04-18 17:26:4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문화정책 비전, 이른바 '문화강국 청사진'은 야심차다.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을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 5'로 정의하고, 이들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작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매년 수십조 원의 수출을 올리고 있는 'K-게임'이다. 관련 공약이나 정책을 게임부문만 독자적으로 발표할 것이 아니라면 제외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욱 의아한 것은 이 후보가 과거에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강조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7일, 민주당이 게임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을 당시 그는 직접 현장을 찾았다. 당시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분당 판교의 게임 기업 매출이 전국의 30%를 차지했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게임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여가 문화 확장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민주당 역시 '유저들에게 희망이 되는 산업'으로 게임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7일 민주당 게임특위 발족식에 참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더구나 이재명 후보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올라오기 하루 전인 4월 17일, 민주당 게임특위는 게임 산업과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토크쇼까지 개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가 직접 내세운 문화정책 비전에서 게임이 완전히 빠졌다는 점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실수였을까? 아니면 정치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 인정하지 않는 구시대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까?

우리는 지금, 게임이 단순 오락이 아닌 종합 예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토리텔링, 음악, 미술,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현대 게임은 이미 하나의 복합 문화 콘텐츠다. 넷플릭스 <아케인>, <더 위쳐>나 HBO의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게임 IP가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4년 3월에 발간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83억 9,400만 달러(한화 약 10조 9,576억 원)를 기록했다
. 이는 K-팝을 포함한 음악 산업 전체보다도 높은 수치다.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스텔라 블레이드>, <데이브 더 다이버>, <블루아카이브>, <니케>, <라그나로크>, <미르의 전설>, <인조이>, <P의 거짓>, <카잔> 등 대표 게임들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시프트업, 넷마블,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은 이미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수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혁신적인 콘텐츠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국내 대형게임사들도 글로벌에서 고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 게임 개발사들은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보다 더 절실한 국가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콘솔게임 개발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예산을 편성했다(그 예산이 게임하나 만들기도 빠듯한 155억 원이라는 점은 일단 넘어가자).

그럼에도 다음 정부의 수반이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의 문화정책 비전에서 게임이 제외됐다. 단순히 후보자 개인만이 아닌 게임 산업의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성과를 여전히 '오락'이나 '중독'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정치권의 전반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설마 게임은 문화가 아닌 산업이라서? 생각해보니 앞선 발언에서도 게임을 문화가 아닌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2년 9월 7일 국회 본 회의에서 통과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안에 따라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은 문화예술의 범주로 인정을 받았다. 법적으로도 게임은 문화의 범주에 들어갔다. 하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진정한 '문화강국'을 꿈꾼다면,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콘텐츠인 게임을 단순한 유흥이나 놀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 예술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인식 전환은 단순히 당 차원의 특위에 맡기는 게 아닌 후보자의 본인의 인식 전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게임은 정신의 아편"이라고 보도한 바 있던 중국 '신화통신'은
 <오공> 출시 이후 중국 게임의 문화적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조한 에세이를 보도했다.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논할 때 K-게임을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인정하고,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논할 때 당당히 포함시키는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글로벌 진출까지 전 단계의 지원"이라는 공약이 K-게임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의 문화정책 비전이 말하는 '소프트파워 BIG 5'를 넘어서는, 더 균형 잡힌 문화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지금 정치권은 K-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다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게임특위의 활동과 문화정책 비전 사이에 놓인 이 간극은, 더 늦기 전에 메워져야 한다.

다음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5로 거듭나겠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마침내 한강 작가는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난한 시절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우리 드라마에 

세계인이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대한민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도 통합니다. 

대한국민의 안목이 세계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강국이라는 미래가

지금 바로 우리 눈앞 가까이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산업계 종사자들이 일궈낸 K-콘텐츠 열풍, 

국가가 날개를 달아드리겠습니다. 

소프트파워 BIG 5, 확고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우리 문화재정은 올해 기준 국가 총지출의 1.33%에 불과합니다. 

문화강국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습니다.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전폭 지원하겠습니다

2030년까지 시장 규모 300조 원, 

문화수출 50조 원 시대를 열겠습니다.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K-컬처 플랫폼을 육성해 

콘텐츠 제작부터 글로벌시장 진출, 콘텐츠 유통까지 

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영상 제작에 필요한 버츄얼 스튜디오 등 

공공이 제작 인프라를 적극 확충해가겠습니다.

문화예술 R&D, 정책금융, 세제 혜택 등 

전방위적 인센티브를 확대해 

K-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웹툰산업도 K-컬처의 핵심축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영상 콘텐츠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웹툰 분야까지 확대하고, 

번역과 배급, 해외마케팅을 아울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문화예술인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문화예술 인재 양성과 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조직 설립도 추진하겠습니다. 

콘텐츠 불법유통을 단호히 차단하고, 

해외 불법 사이트는 국제공조로 대응해 지식재산권을 단단히 보호하겠습니다.

문화예술인에게 창작비와 창작 공간 등을 제공해 

창작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인문학 지원을 강화해 문화강국의 토대를 견고히 하겠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은 창작의 원천이며, 

그 자체로도 문화예술의 중요한 자원입니다. 

인문학 창작·출판 지원 범위와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인문학 교육을 활성화하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문화산업은 21세기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대들은 늘 문화강국의 꿈을 꾸셨고,

지금 우리에게 그 꿈을 현실로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 

진짜 대한민국 그 꿈에 날개를 달겠습니다.

문화강국,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입니다, 

지금은 이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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