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교복을 입고 다니던 어린 시절 즈음에 게임 잡지 같은 곳에서 '경파하다'라는 단어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대략 '완력이나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불량배' 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인데, 요즘 시대에 상응하는 단어를 찾자면 상남자나 터프가이 혹은 Badass 정도가 있을 것이다. 현대에는 사실상 아예 쓰이지 않는 사어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지닌 상남자 캐릭터가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악당들을 처치하는 광경을 볼 때마다 불현듯 '경파하다' 라는 단어가 생각나고는 한다. 모르긴 몰라도 어릴 적 본인에게 꽤나 인상 깊게 다가왔던 단어였기에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인디 게임 퍼블리셔 디볼버 디지털이야말로 '경파하다'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를 지닌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수많은 인디 게임을 퍼블리싱한 퍼블리셔지만, 그 동안 퍼블리싱을 맡았던 주요 인디 게임을 잘 살펴보면 화끈한 화력을 주력으로 삼는 거친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는 게임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핫라인 마이애미>(Hotline Miami) 시리즈와 <시리어스 샘>(Serious Sam) 시리즈, <엔터 더 건전>(Enter the Gungeon), 그리고 <내 친구 페드로>(My Friend Pedro)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런 인디 게임들이 모이고 모여 디볼버 디지털의 악동과도 같은 이미지 형성에 큰 기여를 했으리라 본다.
그런 디볼버 디지털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다시금 굳건하게 굳힐 또 다른 카드, <샷건 캅 맨>(Shotgun Cop Man)을 꺼냈다. 빠르고 스타일리쉬한 샷건 액션의 경파함을 온몸으로 느껴볼 시간이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작성=쿠타르크(인디게임 블로거), 편집=김승주 기자

누가 뭐라 해도 꿋꿋하게 폭력을 일삼는 상남자의 액션. <마이 프렌드 페드로>(My Friend Pedro)

간지폭풍 샷건점프, 절도 넘치는 지옥 소탕 대작전. <샷건 캅 맨>(Shotgun Cop Man)
샷건 캅 맨(Shotgun Cop Man)
출시일: 2025-05-02
개발사: 데드토스트 엔터테인먼트
유통사: 디볼버 디지털
플랫폼: PC, Switch
장르명: 액션, 슈팅, 플랫포머
리뷰 플랫폼: PC (스팀)
리뷰 빌드: 사전 리뷰 빌드
※ 본 리뷰는 패드 조작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샷건 캅 맨>은 <내 친구 페드로>의 개발사 DeadToast Entertainment 의 신작으로, 악마들을 소탕하고 사탄을 체포하기 위해 지옥으로 뛰어든 샷건 캅 맨의 여정을 담은 트윈 스틱 슈팅 플랫포머 게임이다.
검정과 빨강이 두드러지는 지옥의 분위기를 깔끔하게 묘사한 비주얼과 강렬한 비트와 급박한 박자의 사운드트랙, 단순하기 그지 없어 막나가는 듯한 스토리라인, 그리고 빠르게 돌파하며 앞길을 가로막는 적들을 터뜨리듯이 처치하는 상남자에 가까운 게임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샷건 발사가 점프를 대신하는 조작 시스템 또한 나름 독특한 구석이 있다.
전작인 <내 친구 페드로>와 비교해보면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 극명하게 드러난다. 화끈한 화력과 스타일리시한 액션, 상남자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주인공 등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반면 샷건 캅 맨의 2D 그래픽과 나름 치밀함이 묻어나오는 게임 디자인 그리고 샷건이라는 주무기 채택은 전작과 차별화를 도모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긴 한데, 메뉴와 캐릭터 이름 이외에 대사랄 것이 거의 없어 한국어 번역 이상의 큰 의미를 갖진 못한다. 물론 자신을 체포하러 온 샷건 캅 맨을 마주한 사탄의 거칠고 찰진 반응 하나만큼은 일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한 장의 스크린샷

나 죽네 = 진짜로 죽을 만큼 아프다는 뜻
샷건 캅 맨이라는 게임의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에 걸맞게도 이 게임에서 샷건의 비중은 매우 크다. 샷건의 강력한 화력을 통해 적을 처치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샷건의 반동을 활용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거나 하늘 높이 튀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게임에는 점프 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샷건이 점프마저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게임에서는 샷건이 손과 발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다고 봐도 좋다.
샷건 조작에 익숙해지만 게임을 보다 쾌적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한 쪽에 몰려있는 적 무리를 처치하는 것과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 덩어리나 다수의 적을 한 방에 터뜨리는 파괴의 쾌감과 질주하듯 빠르게 나아가는 속도의 짜릿함을 샷건 하나만으로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샷건 특유의 강렬한 발사음으로 호쾌함을 더한다. 샷건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최대한의 재미를 창출해낸 모습이다.
물론 샷건의 반동으로 움직이니만큼 조작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샷건의 발사 방향과 샷건 캅 맨의 이동 방향이 헷갈릴 수도 있고, (패드 조작을 기준으로) 샷건의 발사 방향이 엇나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샷건을 통해 이동과 처치를 겸하는 게임 플레이는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샷건 한 방으로 악마 처치와 점프를 동시에! 이 게임의 핵심과도 같은 조작이다.

다만 조준 방향과 이동 방향이 정반대라 이게 다소 헷갈릴 수는 있다.
물론 샷건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항상 두 자루의 총을 들고 다니는 샷건 캅 맨이니만큼 샷건 이외에 보조 무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보조 무기는 기본적으로 들고 나오는 것 이외에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것을 획득해 들고 다닐 있으며 일부 보조 무기는 후술할 고유 매커니즘을 위해 반쯤 강제될 때도 있다.
보조 무기 역시 샷건 만큼은 아니라도 짧은 반동이 존재하는데, 지면에서 살짝 튀어오르거나 공중에서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러있어야 할 때 종종 사용된다. 보조 무기라고는 해도 일정 수준의 화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 장애물 덩어리와 악마 무리를 처치하는 데에는 충분해 반동 없이 나아가는 데에는 이 쪽이 더 효율적이다. 샷건이라는 주무기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보조 무기로 화끈하면서도 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를 추구한 모습이다.
한편 샷건 캅 맨의 레벨 디자인은 특유의 화끈하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한 판을 잘 깔아두고 있다. 대부분의 레벨은 샷건과 주무기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의 배치, 악마 무리의 간격 등 나름의 치밀한 구성을 띄고 있어 한눈에 레벨의 구조와 돌파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챕터에 진입할 때마다 추가되는 다양한 매커니즘을 지닌 장치가 새로움을 더한다.
그런가하면 넓직한 구간에서 정해진 수 만큼의 악마를 처치하는 구간, 약간의 두뇌 회전을 요구하는 퍼즐성 구간, 정교한 샷건 점프 조작을 유도하는 플랫포밍 구간 등, 기믹 배분 및 완급 조절도 훌륭하다. 그래서 화끈한 화력을 추구하는 게임으로써는 이색적이게도 절도있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어디까지나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 정도면 단테나 베요네타도 부럽지 않을 스타일리쉬한 아킴보 액션

은근 재밌는 매커니즘이 많이 존재한다. 이에 따른 보조무기의 강제는 보너스
각 레벨마다 '전원 사살', '스피드런', '무피해'의 세 가지 목표가 존재하며 세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면 '올인원' 목표가 추가로 달성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레벨 디자인이 치밀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짜여져있어 어느 정도 견적이 보이기도 하고, 대체로 각 레벨의 길이가 20초에서 1분 남짓으로 짧은 편이라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에 큰 부담이 없다.
전원 사살과 무피해는 그렇다쳐도 스피드런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데, 다행히 스피드런 목표를 위한 제한 시간이 넉넉하게 잡혀 있어 너무 급하지 않게 침착하게만 플레이하면 충분히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에 각 챕터의 말미에 있는 보스전은 대체로 허무하게 풀리는 편이다. 대체로 각 보스의 패턴이 단순한 편이라 금방 파해가 가능한데다가 이전 레벨에서 가져온 보조 무기의 화력이 좋다면 한번에 화력을 퍼부어 순식간에 보스전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최후의 전투인 사탄과의 보스전은 한눈에 파해가 힘든 강력한 패턴과 월등하게 높은 체력, 그리고 이전 보스들의 총동원으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만큼 이전의 다른 레벨들에 비해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최종 보스전의 재미만큼은 그에 걸맞는 위상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것보다도 스피드런 제한 시간이 넉넉하게 책정돼있는 편. 덕분에 올인원도 생각보다 할만하다.

사탄은 나름 최종 보스라는 위상에 걸맞는 패턴과 강함을 자랑한다.
다만, 게임의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가 최대한 빠른 클리어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짧게 느껴질 수는 있다. 약 150개 가량의 레벨이 존재해 레벨의 수가 적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종보스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벨은 1분 내외로 클리어할 수 있어 어느 정도 피지컬만 받쳐준다면 빠르게 게임을 끝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목표를 모든 레벨에서 달성한다 하더라도 플레이 타임이 크게 길어지진 않는다. 이는 짧은 스테이지 구성과 빠른 속도의 게임에서 마땅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태생적인 한계라 할 수 있고,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여지가 있다.
나름 치명적인 오류도 하나 존재하는데, 일부 레벨을 그대로 넘겨버린다는 게 그것이다. 이를테면 3-1, 3-2, 3-3, 3-4...... 식으로 순서대로 게임이 잘 진행되던 도중 3-5와 3-6을 생략한 채 갑자기 3-7로 넘어가버리는 식이다. 워낙이 정신 사나운 게임이다보니 현재 레벨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게임을 이어나가다보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으며,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더 짧게 느껴지는데 있어 이 점이 일조를 한다.
더군다나 레벨을 클리어한 이후에도 '계속'과 '재시작'만 존재할 뿐, 레벨 선택 화면으로 나가는 메뉴가 없어 이 점도 조금 불편하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이자 편의성 부족이라 개발사 측의 빠른 인식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속도가 워낙 빠른 게임이라 더욱 플레이 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것도 있긴 할 것이다.

종종 몇몇 스테이지를 뛰어넘어 버린다. 주인공 성질머리가 대단히 급하단 걸 반영한 것일지도
샷건 캅 맨은 지옥 소탕 및 사탄 체포, 샷건이라는 거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소재를 슈팅 플랫포머 장르로 잘 풀어낸 매력적인 인디게임이다. 이동과 처치를 동시에 수행하는 특유의 샷건 컨트롤과 보조 무기를 동시에 활용해 극한의 화력과 속도를 추구하는 게임 플레이로 슈팅 플랫포머 게임으로써 마땅히 갖춰야 할 미덕을 제대로 갖추고 있으며, 이를 위한 치밀하면서도 절도 있는 레벨 디자인, 다양한 기믹과 매커니즘의 적절한 도입,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사탄과의 최종 보스전 또한 돋보인다.
엔딩 기준으로 3시간, 모든 목표 달성 기준으로 5시간에서 6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 타임이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슈팅 플랫포머 장르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게임으로 추천할 만하다.
살짝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내 친구 페드로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주었던 데드토스트 엔터테인먼트가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는 게임이기도 하고, 동시에 거친 악동과도 같은 이미지를 지닌 디볼버 디지털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만드는데 기여를 할 만한 게임이기도 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경파한 느낌, 혹은 요즘 쓰는 표현으로는 상남자 같은 느낌의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앞으로도 데드토스트 엔터테인먼트와 디볼버 디지털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샷건 캅 맨(Shotgun Cop Man)
8.4
/ 10
한줄평
간지폭풍 샷건점프, 절도 넘치는 지옥 소탕 대작전
장점
- 화끈한 화력과 빠른 이동을 겸하는 샷건 조작
- 보조 무기와 샷건을 동시에 활용하는 스타일리쉬 아킴보 액션
- 치밀한 구성의 절도가 넘치는 레벨 디자인
단점
- 반동으로 인해 헷갈릴 수 있는 샷건 조작
-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질 수 있는 플레이 타임
- 일부 레벨을 생략해버리는 치명적인 오류

-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1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