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취재

[TIG 20] 20년 장수 게임 '서든어택', "글로벌 사랑 받는 IP 되고싶다"

퀴온 (한지훈) | 2025-05-02 09:56:48

“20주년을 넘어 30주년, 그 이후까지 사랑받는 IP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FPS 게임 <서든어택>이 올해 서비스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서든어택>이 한국을 대표하는 FPS 게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국산 FPS 게임 중 현재까지도 유저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국산 FPS가 또 어디 있을까요? 20주년을 맞이한 디스이즈게임이 마찬가지로 20주년을 맞이한 <서든어택>을 만났습니다.

<서든어택>이 출시됐던 2005년은 한국에서도 FPS 게임 열풍이 불던 때입니다. 그간 많은 게임이 명멸했고, 중국이나 튀르키예(터키)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끈 국산 FPS도 있었죠. '국민 게임'의 칭호를 획득한 국산 FPS는 <서든어택> 하나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끗발’ 날렸던 국산 FPS 게임들은 종적을 감췄고, 새로운 국산 FPS 게임의 등장도 뜸해졌지만, <서든어택>만큼은 건재합니다. 그렇게 <서든어택>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격동의 한국 게임 시장에서 무려 20년 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를 듣기 위해 <서든어택>의 20살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김태현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그는 다른 어떤 FPS 게임보다도 <서든어택>을 좋아하는 진정한 ‘서든러’이자, 10년 넘게 FPS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한국 FPS의 유행부터 시작해 해외 시장 도전에 이르기까지, <서든어택> IP의 ‘롱런’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넥슨 SA 스튜디오의 김태현 디렉터



Q. 디스이즈게임: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서든어택>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서든어택>팀에 합류하셨나요?


A. 김태현 디렉터: 2014년 말 <서든어택> 팀에 합류했습니다. 햇수로는 올해로 11년 째네요.



Q. <서든어택> 이전에 <울프팀>이라는 FPS 게임 개발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FPS 게임 개발 경력이 상당히 긴데, FPS 장르를 좋아하시는 건가요?


A. 기본적으로 캐주얼한 게임을 좋아해요. RPG처럼 롱텀으로 시간을 계속 쏟아야 하는 게임 보다는 짧은 플레이에서 피지컬로 승부를 겨루는 대전 격투 게임이나 FPS 게임 같은 걸 좋아합니다. 게임 개발에 처음 입문하게 된 계기가 당시 윈디소프트의 <겟앰프드>였어요. 그 게임을 진짜 좋아했죠.



Q. 최근에는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셨나요?


A. 요즘은 슈터 장르 게임만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제일 많이 하는 건 <서든어택>이고, 이 외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2>(이하 CS2). 1.5 버전 때부터 했었는데,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서든어택>이랑 똑같아요. 크로스헤어에 적이 들어왔을 때 쏘면 무조건 맞습니다. ‘히트스캔(Hitscan)’이라 부르는데,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했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Q. 그렇다면, FPS 게임 개발자로서 어떤 게임이 좋은 FPS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좋은 게임이 많아서 선뜻 답하기는 어려운데… 우선 전투의 정밀함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정말 전투를 정밀하게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고요. 대중성 측면에서 보면 <CS2>가 좋은 게임이죠. 슈터 장르로 범위를 넓혀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게임 중에는 <포트나이트>가 좋은 게임이고, <발로란트>도 글로벌에서 현재 트렌드에 맞게 포지셔닝을 정말 잘 한 케이스에요.


개인적으론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리즈가 좋은 FPS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힘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유저들이 전술적으로 진영을 갖추고 교전 포인트에서 부딪혀서 치열하게 싸우는 게 좋아요. <오버워치>나 <발로란트> 같은 경우는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해서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동하는 전략도 가능한데, 여기엔 그런 게 없잖아요. 서로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거기서 제대로 맞붙는 데서 오는 재미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2>



# 한국에서 FPS 게임이 전성기를 맞았던 이유


Q. 한때는 한국에서도 온라인 FPS 게임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과거 <카르마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스페셜포스>가 국민 FPS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 지금은 <서든어택>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죠. 이렇게 한국에서 FPS 게임이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FPS 게임에서 특히 중요한 게 팀워크인데, 이 부분에서 한국 FPS 게임은 PC방의 발전과 같이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FPS 게임은 RPG보다 짧은 호흡으로 누가 어떤 상황인지 소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처럼 연락할 수단이 없으니까 PC방에서 나란히 앉아서 같이 게임했어요. 특히 저희 게임은 앞에서 말한 힘싸움을 전략적으로 풀어가는 게 핵심인 게임인데, 이런 부분에서 저희 게임이 한국 PC방 성장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다들 헤드폰으로 게임 소리 듣고, 디스코드로 서로 얘기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게 없어서 PC방이 엄청 시끄러웠어요. 옆에서 <스타크래프트>하는 소리 들리고, <워크래프트> 하는 소리 들리고. (Q. “파이어 인 더 홀!” 소리도 엄청 많았죠.) 맞아요. 그런 흐름을 정말 잘 탄 것 같아요. 스피커로 게임하면서 바로 옆 사람과 소통하는 게 게임의 재미를 배가할 수 있었던 그 환경이야말로 캐주얼한 FPS 장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과거엔 PC방에서 친구와 스피커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Q. <서든어택>이 올해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A. 사실 <서든어택>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FPS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이 부분은 넥슨이 가진 장수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오래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지금 내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에 이런 요소를 추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반영하고 녹여낼 수 있는 것이 장수 게임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넥슨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서비스했다면 <서든어택>이 20주년을 맞고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Q. 국산 FPS 게임들이 공유했던 특징 같은 게 있나요?


A. 개인적인 개발자 입장으로 말씀드리면 사실 국내에서 슈팅 게임을 개발한 사례들을 보면, 엄청나게 디테일하거나 현실성 높은 게임을 만든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당히 재미를 줄 수 있는 포인트를 잘 담아낸 게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너무 개인적인 생각이라 다른 개발자들에게 혼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서도 중요한 점은 비록 현실적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현실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고민을 늘 해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서비스했던 게임 중에 <울프팀>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건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거든요. 사람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해서 싸우는 FPS 게임인데 완전히 비현실적이지만 나름의 현실적인 부분들도 있었어요.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튀르키예 쪽에서는 국민 게임 반열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늑대인간으로 변신해 싸울 수 있었던 게 특징인 <울프팀>.


Q. 해외에서는 FPS 게임이 주류 장르로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선 그 인기가 비교적 적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FPS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한국에서 FPS 게임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A. 제가 신작 FPS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없고, <서든어택 2> 론칭하기 전에 그 프로젝트 개발을 잠깐 같이했던 정도는 있지만, 완전 제로에서부터 쌓아올렸던 경험은 없어서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네요.


사실 슈팅 장르 게임 중에 국내에서 잘 된 게 별로 없어요. 이 장르를 고집해서 이걸 개발하고 있는 분들 자체가 적어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죠. 서로 주고받거나 위에서부터 계속 이렇게 내려오거나 하는 것들이 많지 않고요.


그래서 이걸 보고 배울 개발자들이 되게 적어요.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니?”를 물어보고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어렵다는 게 FPS 장르의 개발자로서 제일 힘든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신작 개발 욕심은 없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떤 스타일의 FPS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으신가요?


A. 저는 <서든어택>이라는 프로젝트가 정말 재밌어요. <서든어택>이 되게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을 때 조직 안에서도 이탈이 좀 있었거든요. 그때도 그냥 계속 “어떻게 다시 이 프로젝트를 사랑받게 할 수 있을까”, “우리 게임이 과거처럼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생각만 계속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거라서, “누가 새로운 신작 해볼래?” 제안해도 “난 지금 <서든어택>도 재밌는데”라고 답할 거 같습니다.


다만 최근에 저희가 <서든어택 제로 포인트>(이하 제로 포인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작을 만드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서든어택>이라는 IP로 라이브 서비스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게임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도 많이 얻고 있습니다.




# 위기를 기회로


Q. 2016년 <오버워치>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쟁쟁한 경쟁작들이 출시되면서 <서든어택>도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았었는데요.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A. 2016년에 <오버워치>가 나왔고, 이듬해에는 <배틀그라운드>까지 글로벌에 성공하면서 IP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뼈 아픈 시기가 그때 다 도래했었죠.


극복의 핵심이라면, 원래 <서든어택>이 잘하던 걸 하자는 마인드였던 거 같습니다. 이전에 넷마블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다가 넥슨으로 넘어왔을 때가 게임의 최전성기였어요. 일일 동시접속자가 40만 명을 넘겼던 때였는데, 당시 저희 전략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자” 였어요. 유저들이 기존에 재밌게 즐기시는 콘텐츠는 그대로 두고, 최대한 다른 게임에 없고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게 당시 전략이었죠.


그러다 말씀하신 시기가 오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는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선 기존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던지는 것보다는 “기존에 하고 있는 걸 더 잘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Q. ‘서든패스’ 도입도 말씀하신 전략 변화의 일환이었나요?


A. 맞아요. 이전에는 게임 내에 어떤 게임을 해야 할 지 제시하는 미션이나 퀘스트 같은 콘텐츠가 별로 없었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어요. 이걸 하나로 통합한 게 서든패스인거죠. 유저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할 목적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여기에 맞춰서 게임 로비 같은 UI를 전체적으로 개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전략의 변화가 기존에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 다시 게임에 돌아오게 만든 계기가 된 거 같아요. 폭파미션을 좋아해서 폭파미션만 계속하는데도 재밌게 즐길 수도 있고, 랭크전에서 실력을 겨루기도 하고. 예전에는 폭파미션을 두세 판, 새로운 콘텐츠를 두세 판 플레이했다면, 이때부터는 좋아하는 폭파미션만 대여섯 판 플레이하는 거죠.


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전략을 찾다가 유저분들이 좋아하는 걸 재미있게 계속 즐길 수 있도록 만들자는 전략을 갖추게 됐고, 이 전략이 유저들에게 잘 전달돼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서든패스가 막 도입되던 시기에는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사실 서든패스가 처음부터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어요. 처음에는 유저들에게 서든패스가 익숙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서든어택>의 큰 축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습니다.


유저분들은 잘 모르시는데, 사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서든패스를 출시할 때마다 퀘스트의 밸런스나 패스 레벨을 올리는 방식 등을 매번 바꿔서 적용했습니다. 유저들한테 반응이 좋은 거는 키우고, 반응이 없는 건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서든패스가 거의 숙제 같은 느낌이라서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현재는 여러 시도 끝에 적절한 밸런스를 잡았죠.



Q. 사실 <서든어택>하면 연예인과의 컬래버레이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연예인 컬래버 캐릭터를 꾸준히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연예인 콜라보 캐릭터는 이제 <서든어택>의 근간이 되는 서비스 모델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이걸 어떻게 잘 유지해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옛날에는 연예인 그룹이 데뷔하면 <서든어택> 캐릭터로 나오는 게 되게 큰 일이었어요. 서로 윈윈이었죠. 이렇게 연예인이 게임 속에 캐릭터로 등장하는 건 국내에선 <서든어택>이 원조거든요. 이게 저희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잘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앞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개발팀 내에 각 분야별 직군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요. 저희끼리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재밌는 콘텐츠를 개발해 출시해도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개발자의 취향이랑 유저들의 취향이 일치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개발을 오래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사실 잘 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선 꾸준히 다양한 콘텐츠를 출시하는 게 중요한데, 막상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출시하면 유저분들이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끼리는 정말 수도 없이 테스트해서 잘 다듬어졌다고 출시한 콘텐츠가 유저들한테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비판받기도 하죠.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항상 느낍니다.



Q. 그렇다면 혹시 현재까지 개발한 콘텐츠 중에 제일 좋아하는 모드는 무엇인가요?


A. 지금은 서비스하지 않는 모드인데 ‘진짜를 찾아라’라는 콘텐츠가 있었어요. 슈팅게임이 아니라 2.5등신 캐릭터들이 나와서 숨바꼭질하는 모드에요. 유저들은 맵에 있는 봇들 사이에서 봇인 척하고 숨어있으면 ‘브레드’라는 술래가 숨은 유저들을 찾는 거죠.


처음에는 개발진 내부에서도 이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이 현실적으로 생긴 캐릭터들이 총을 쏘는 게임인데, 이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았으니까요.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개발 초기에는 게임 내 봇들의 AI를 정말 똑똑하게 설정했어요. 봇이 사람 같아야 티가 잘 안 날 것 같아서 그랬는데, 막상 봇이 너무 사람 같으니까 재미가 없어진 거에요. 숨는 사람은 대충 숨어도 티가 안나고, 찾는 사람은 사람이랑 봇 구분하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AI를 적당하게 바보로 만들고 이제는 사람들이 봇을 연기하게 만들었어요.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점프를 한다든지, 잘 가다가 갑자기 옆으로 걷는다든지 하는 봇들의 이상한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콘텐츠가 됐죠. 덕분에 출시 당시에는 되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유저분들이 정말 많이 즐겨주셨고, 저도 정말 좋아하는 모드였어요.


그러다 이 모드에서 심각한 버그가 발견됐는데, 기술적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됐어요. 캐릭터들이 몸을 계속 부딪치면 엔진의 물리 시스템 때문에 캐릭터가 하늘로 올라가 버리는데, 이렇게 올라간 캐릭터를 술래가 잡을 수가 없는 거에요. 처음에 유저들이 많이 플레이할 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모드를 즐기는 유저들이 줄면서 버그가 전파되니까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드를 삭제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진짜를 찾아라 모드. 옆에 있는 캐릭터들은 전부 봇이다.


Q. 오프라인 행사나 유튜브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예전에 라이브 중에 정말 큰 실수를 해서 지금도 저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마 첫 번째 오프라인 실시간 쇼케이스 현장이었던 것 같은데, 디렉터가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오니까 유저분들이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질문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당시에는 저희가 핵을 쓴 유저들을 전부 영구 정지시키지 않고, 영구 제재와 기간 제재를 혼용했어요. 유저들이 왜 그러냐고 채팅으로 질문을 주시길래, 제가 또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해서 제 생각을 말씀을 드렸죠.


핵 중에는 게임 클라이언트를 직접 건드리는 핵이 있고, 이보다 낮은 수준의 핵이 있어요. 클라이언트를 건드리는 핵은 말 그대로 게임에서 유저를 신으로 만드는 핵입니다. 캐릭터 위치를 바꿀 수도 있고, 캐릭터를 강제로 죽게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는 게임을 그냥 승리시켜버릴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이에요. 반대로 이보다 수준이 낮은 핵은 일종의 도구 수준이죠.


이렇게 핵마다 경중이 다르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유저분들이 보시기에 핵은 다 똑같은 핵이지 경중을 나눌 이유가 없는 거에요. 저는 제가 유저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도 이 문제를 철저히 개발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마음 먹고, 넥슨 안에 있는 온갖 부서와 논의해서 기간 제재를 없애버리고 핵은 무관용으로 영구 제재하는 방향으로 바꿨죠. (Q. 유저분들의 반응은 좋았나요?) 정확히는 “잘 모르더니 이제야 노력한다”고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웃음).



Q. 핵 이야기가 나왔으니, <서든어택>은 지난 20년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습니다. 길로틴 프로그램도 도입했고, 최근에는 유명 안티 치트 프로그램인 EAC(Easy Anti-Cheat)도 도입했는데요. 효과가 있던가요?


A. 핵 문제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은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하는 행위를 엄청나게 많이 기록하고, 그중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들을 선별해서 이러한 행위를 한 유저를 핵 사용자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에도 이걸 내부에서도 하고 있었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EAC를 도입한 것이고요.


EAC가 도입된다고 해서 바로 핵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EAC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핵 문제를 잘 잡아낼 수 있게 된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서든어택> IP,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다" 


Q. <서든어택>이 계속 장수하기 위해서는 신규 유저를 꾸준히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에 신규 유저 풀은 잘 유지되고 있나요?


A. 저희 게임의 누적 가입자가 2천만 명이 넘는데, 20대이신 분들은 대부분 과거에 <서든어택>을 플레이하셨잖아요. 이제 신규 유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10대가 아니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10대 유저분들이 <서든어택>을 하는지 보면, 다들 <발로란트>를 주로 즐기시고 있죠.


이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신규 유저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쟁작이 워낙 쟁쟁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고민 중인데, 저희가 보기에 <서든어택>은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노후화된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거든요. 그래서 그래픽 업그레이드도 도전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에서 말씀하신 <제로 포인트>가 그 대안처럼 보이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제로 포인트>는 해외 시장에서만 서비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서비스할 계획이신가요?


A. 처음에는 그럴 계획이 있었는데, 현재는 <제로 포인트>는 해외에서만 서비스하는 쪽으로 고려하고 있고, 국내에는 <제로 포인트>의 리소스를 그대로 <서든어택>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Q. 앞서 언급하셨듯 해외 시장은 <CS2>, <발로란트>, <콜 오브 듀티> 같은 탄탄한 팬층을 가진 IP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도전하기로 결정하신 계기는 무엇이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서든어택>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저희는 <서든어택>이라는 IP가 가진 파워가 막강하다고 생각해요. 비단 <서든어택>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서든어택>이라는 IP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주얼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업그레이드해서 해외 시장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사실 앞서 해외 유저들을 대상으로 <제로 포인트>의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다행히 그 결과가 좋게 나왔고, 이 정도면 잘 준비해서 론칭해도 되겠다고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해외는 이미 굵직한 게임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CS2>와 <발로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 두 게임은 자금 관리가 필요해서 매 라운드마다 온전히 자신의 피지컬을 계속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각 팀원들이 자금을 쌓아서 충분한 스펙을 갖춘 뒤에 크게 한 번 싸우고, 다시 정비해서 크게 싸우고, 이걸 반복하는 방식이에요.


반면 <서든어택>은 내가 세팅한 장비가 매 라운드 유지돼서 온전한 피지컬로 싸울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짜여진 전략과 전술을 유저들이 매 라운드마다 활용할 수 있죠. 이 부분에서 <서든어택>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게임보다 훨씬 라이트하게 피지컬 싸움을 즐길 수 있는 거죠. 이 부분을 해외 유저분들이 좋아하셨고, 더 많은 해외 유저들이 이를 재밌게 즐겨주실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 출시 준비 중인 <서든어택 제로 포인트>.
익숙한 맵과 좋아진 그래픽이 눈에 띈다.


Q. <서든어택>의 디렉터로서 지금 가지고 계신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A. 단기적인 고민이랑 장기적인 고민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일단 단기적인 고민은 올해 <서든어택>이 20주년을 맞았는데 이걸 유저분들과 어떻게 해야 잘 즐길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20주년이 가진 의미가 크니까,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서 개발팀과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게 단기적인 고민이고요.


장기적인 고민은 어떻게 해야 <서든어택>으로 30주년, 그 이후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앞에서 <CS2>를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역사를 보면 하나의 IP가 어떻게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게임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1.6 버전에서, <컨디션 제로>, <소스>까지 이어지면서 게임의 생명이 계속 연장됐거든요. 여기서 더 한 층 더 발전된 <글로벌 오펜시브>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현재는 <CS2>까지 넘어와서 이 IP에 탄탄한 미래도 있다는 걸 보여줬죠.


저희 게임도 단순히 현재 <서든어택>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비주얼 업그레이드에 도전하고, 이후에도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계속 이어가면서 <서든어택> IP가 나아갈 미래를 유저분들께 보여 드리고 싶어요. 이 IP가 계속 유지돼서 앞으로도 많은 유저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끝으로 지금까지 <서든어택>을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0주년 기념 콘텐츠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팀 모두가 오랜 기간 계속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계속 믿고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