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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TIG 20] 에픽게임즈 "1인 개발 UGC 시대 왔고, 온다"

음주도치 (김승준) | 2025-05-02 19:11:21

2025년 현재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양대 엔진은 언리얼과 유니티입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임 그래픽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테크 데모 영상을 실사와 구분해 내는 게 유행이었던 때도 있었죠.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듭니다. 육안으로 최상위 그래픽의 품질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요즘, 이제 비주얼의 혁신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편, 게임 씬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큰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PC 콘솔로 출시 플랫폼을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에서부터, '이탈리안 브레인롯'처럼 숏폼과 SNS 등에서 빠르게 뜨고 지는 유행이 수명은 짧아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까지. 이용자의 이목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느냐의 싸움에서 모두 고민을 안고 있는 상태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씬의 현황과 화두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특집 기사를 선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양대 엔진사를 모두 만나기 위해, 지난 3월 유니티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에픽게임즈 코리아와 2시간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비전문가인 소규모 창작자들도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이미 왔고, 올 것"이라 강조했는데요.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를 만나, 게임 씬의 뜨거운 주제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한국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주고 받은 영향들"

Q. 디스이즈게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먼저 해주신다면.


A.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 사람이 꿈이 다양할 수 있잖아요. 저는 여러 전공을 하면서 학교를 세 군데 정도 다녔어요. 컴퓨터 쪽도 해봤었고, 자동차 만드는 전공도 해봤고, 마지막에는 경영학과를 졸업하면서 마케팅 광고 쪽 공부도 했었고요. 방송국 PD, 예능 PD도 몇 번 시도를 해봤었고요. 


그러던 중에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론칭하려고 한국 지사를 설립할 때 첫 번째 사원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서 플레이스테이션 론칭하는 일을 했었고요. 그 다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 론칭하려고 한국에 엑스박스 팀 구축할 때 들어가서, 론칭 멤버로 일을 했고요.


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게임 다이나믹 애드버타이징이라고, 게임 내 동적 광고 사업을 하는 회사를 인수했었는데, MS가 외부에서 APEC(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을 하던 시기에, 이 사업을 론칭하는 일을 했고요. 


어떻게 보면 PS, Xbox, 매시브라는 게임 내 광고 플랫폼 세 가지가 전부 다른 일인 것 같지만, 플랫폼 입장에선 국내 게임 개발사들, 퍼블리셔들과 가깝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 이력이 있다 보니, 에픽게임즈 창업자 중 한 분인 '제이 윌버'라는 분이, 2008년 겨울쯤에 한국에 출장을 와서 한국 지사를 세우고 싶다는 국내 인터뷰를 하셨던 걸 보고, 에픽게임즈 본사에 제가 그 일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었죠. 그렇게 에픽게임즈 지사 설립에 조인하게 됐고요.


2008년 11월 15일에 출고된 디스이즈게임 기사.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지사 설립 타당성 검토를 언급했던 제이 윌버입니다.

제가 에픽게임즈에 16년째 다니고 있는데, 아마 외국계 대표 중에서 오래 생존한 걸로 따지면 탑10 안에 들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평균이 2년 정도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2009년에 제가 에픽게임즈에 합류하면서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들었지만, 일단 외국 회사 중에서 한중일 중에 한국을 가장 먼저 지사를 세울 국가로 선정하는 걸 본 적이 없었어요. 항상 시장 규모 등에서 일본 중국에 밀리곤 했기 때문에, 그 다음이 한국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선택이 참 마음에 들었고요.


그때 당시 국내 회사들이 '언리얼 엔진 2'를 쓰는 곳들이 있었는데, 엔진에 대한 의견도 들어볼 수 있었어요. 크게 세 가지였는데, 언리얼 엔진이 "어렵고, 거만하고, 비싸다"는 것이었거든요. 가격은 계약 조건 협의나 커스텀해서 조건을 만들어드리면 해결될 것 같고, 거만하다는 건 영어로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생긴 오해가 아닐까 싶었고요. 어렵다는 건 기술 지원 같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당시엔 UDN이라는 개발자 네트워크에 질문을 올리면, 저희 게임 엔지니어들이 틈틈이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었지 전담 서포트 조직은 없었거든요. 에픽게임즈 조직이 150명 안팎일 때 제가 합류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은 전담 서포트 조직을 두고 시작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시작하자고 했었죠. 에픽게임즈의 아시아 최초가 아닌, 해외 최초 지사가 한국 법인이거든요.


저희가 국내 개발사들에게도 피드백을 많이 들으면서 작업을 했고, 덧붙여서 한 것이 언리얼 엔진 툴을 본사에서 만들었던 핵심 멤버 중 하나가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서 살고 있었어요. 지금은 본부장인 잭 포터인데, 첫 번째 직원으로 같이 시작하면서 한국 게임사들이 원하는 기능이나, 엔진이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런 부분들을 추가로 개발하는 일도 했었죠.


사진은 2003년 출시작 <리니지 2>. 국내 게임 중 언리얼 엔진 2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처음 시작해서 하게 된 일들이 많아요. 2010년엔 언리얼 엔진 브랜드로 컨퍼런스를 처음 열었는데, 제가 알기론 모든 엔진 브랜드 중에서도, 심지어 에픽게임즈 본사에서도 없었던 일었거든요. 원래는 KCG(코리아 게임 컨퍼런스)에 여러 회사들이 들어가서 세션 발표를 하는 식이었는데, 저희가 아예 언리얼 엔진만 전용으로 하는 컨퍼런스를 만들자고 해서 언리얼 서밋을 2010년에 처음 했고, 당시 250분 정도가 와주셨어요.


처음에는 잘 나가는 회사의 잘 나가던 프로젝트만 저희 엔진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 팀원들을 다 와달라고 오시라고 하면서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후엔 이런 행사를 다른 지사와 미국 본사에서도 하면서 전 세계적인 행사가 됐죠. 그래서 뿌듯함도 있고요. 이후에 일본에서 언리얼 페스트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됐고,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언리얼 페스트라는 행사까지 오게 됐습니다.


제가 제 소개를 하다가 회사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긴 했지만요(웃음). 언리얼 엔진 5에 와서 더 그렇지만 언리얼 엔진 4부터 게임이 아닌 업계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잖아요. 앞서 예능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했던 시기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광고 마케팅, 영화 쪽도 좋아해서, 언리얼 엔진을 통해 여러 업계와 만날 수 있던 경험도 참 좋았어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언리얼 엔진 도입이 많이 되고 있고, 자동차 업계에서도 언리얼 엔진이 적극 도입되면서 국내의 큰 회사들도 저희와 오래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제가 에픽게임즈에 16년째 있을 수 있던 것도,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언리얼 엔진이 지원하는 업계가 넓어지면서, 대리 만족처럼 어깨 너머로 여러 업계의 작업 방식을 배울 수 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어요. 연상호 감독님 같은 분들과 언제 만나뵙고, <지옥> 후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어요.(웃음)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게임 운영도 해보고 싶었는데 <포트나이트>, <파라곤> 같은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그 일도 하게 되고, 다른 업계에서 하는 일들을 간접 혹은 직접 경험하게 되는 기회도 얻게 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요.


에픽게임즈가 만들어 서비스했던 액션 MOBA 게임 <파라곤>

Q. 정말 많은 일을 해오셨네요. TIG가 2005년 3월 14일 창간 이후로 20주년을 맞았는데, 에픽게임즈와 언리얼 엔진은 그보다 더 긴 시간 업계의 흐름을 직접 겪어온 산증인이잖아요. 언리얼 엔진의 변천사를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박성철 대표: 1991년에 처음 설립됐으니​, 에픽게임즈 본사의 역사는 30년이 넘었네요. 제가 2009년에 한국 지사 설립할 때만 해도, 외부에선 저희를 벤처 느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도 십몇 년이 된, 조용하게 오래 간 회사였거든요. 한국 지사 설립도 에픽의 역사에서 큰 부분이니까, 그 당시의 변화가 가장 답변드리기 좋은 부분일 거 같은데요.


초기에 <언리얼 토너먼트> 등의 게임을 만들면서, 비슷한 장르의 슈팅 게임들에선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시작이 됐었는데, 한국에서 언리얼 엔진을 엔씨소프트와 같은 회사들이 MMORPG에 접목했잖아요. 그게 처음엔 굉장히 충격이었거든요. 본사에서 봤을 때, 엔진 자체가 넓은 지형 표현보다는, 사각형 X(엑스)자 구도 안에서 1인칭 슈터에 맞는 엔진으로 만들었는데, 이게 MMO의 넓은 지형을 만드는 데 쓰였으니까요. 엔진 개조를 많이 해서 사용한 사례들이었죠.


그래서 한국 지사를 설립하면서 저희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잘 듣고 하나하나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태도로 시작했어요. 언리얼 엔진 3를 한국 지사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라이선싱을 했는데, 국내에서 MMO 게임이 주류였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MMO 회사들이 원하는 건 큰 오픈월드였거든요. 


그런데 당시 크라이텍의 크라이 엔진은 야외 지형에 굉장히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크라이 엔진을 적용한 회사들이 좀 있었죠.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같은 게임이 그랬죠. 그래서 니즈와 트렌드에 맞게 언리얼 엔진을 대응시킬 수 있게 '랜드스케이프'라는 기능을 저희가 만들었죠. 언리얼 엔진 3 끝자락에 가서는 모바일게임이 성장하는 때였는데, 그때 저희가 <인피니티 블레이드>라는 AAA 그래픽의 모바일게임을 공개했잖아요.


2010년 공개 당시 이목이 집중됐던 <인피니티 블레이드>입니다.
 

이후에 언리얼 엔진 3 끝자락에 액션스퀘어, 지금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대표님이신 김재영 대표님이 <블레이드>라는 게임으로 모바일 MMO에서 언리얼 엔진 잘 활용해주시기도 했죠. 그때는 사실 언리얼 엔진 3가 모바일게임에 딱 적합하진 않았었는데 힘든 시간 들여서 만드셨거든요. 저희는 AAA 모바일게임이 한국에서는 뜰 거라고 판단했고, 언리얼 엔진 3 지원으론 한계가 있으니, 언리얼 엔진 4에서는 코드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만들었어요.


언리얼 엔진 3에서 언리얼 엔진 4로 넘어가는 포팅이 어렵고, 연결설이 적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요. 대신 저희가 태생적으로 더 넓은 범위의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 덕에 모바일게임을 만들기 훨씬 좋은 환경이 됐죠. 한국 개발자들이 원하는 바를 제일 가까이에서 듣고 빨리 개선해서 직접 반영을 했던 거예요.


당시 그게 저희의 큰 강점이었던 게, 해외 엔진 회사들 중에 엔진 개발팀 일부가 한국에 있는 경우가 없던 시기였어요. 모바일 쪽 엔진 개발은 잭 포터 본부장이 리드한 채로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이런 대응이 가능했죠. 실제 AAA 모바일게임 데모도, 서울에서 이름을 따온 <프로젝트 소울>을 한국 지사 팀이 만들어서 샘플로 공개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쓰게 했고요. 앞서 소개해드린 '랜드스케이프'도 저희 의견으로 저희가 만든 걸 전 세계에 공개했던 것처럼요.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서 전 세계에서 쓰게 된 사례가 많이 있었어요. 넥슨이 <퀴즈퀴즈(큐플레이)> 부분 유료화 모델을 처음 도입한 것도 오래됐는데, 엔진 사업에도 최초로 도입해서, 소수의 개발사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할 때만 쓰던 엔진이, 성공하면 로열티를 나눠 갖고 그 이전엔 사용은 전부 공짜로 모두가 쓸 수 있는 모델을 도입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부분 유료화 모델과 되게 흡사하거든요. 그래서 엔진 사용 유저도 확 늘어나게 됐고요.


언리얼 엔진 5에 와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발전, 획기적인 수준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많이 알고 계시는 나나이트와 루멘이 있는데요. 나나이트는 가상 지오메트릭 기술을 이용해서 폴리곤 제약 없이, 폴리곤을 많이 쓰면서도 가볍게 돌릴 수 있는 기능이고요. 루멘은 다이나믹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인데, 여기에 또 추가로 절차적으로 콘텐츠를 자동 생성해주는 PCG(프로시저럴 콘텐츠 제너레이션)으로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는 데 방점을 뒀죠.



▲ 나나이트 세계의 루멘 기술을 공개했던 언리얼 엔진 5 공개 당시의 데모 영상


이런 고품질의 기술을 하드웨어 사양을 많이 쓰지 않고도 할 수 있게 했던 거예요. 실사인지 언리얼인지 맞추는 영상도 있곤 했는데, 저도 잘 못 맞췄거든요.(웃음)


이런 기술이 자연스럽게 TV, 영화, 자동차 쪽으로도 가게 됐습니다. 언리얼 엔진 5는 파이널 픽셀 자체가 실사 같은 수준을 원하는, 프리렌더(미리 제작된) CG만 들어갈 수 있던 곳에서, 퀄리티는 같으면서 실제로 만드는 시간은 줄어들고, 리얼 타임이라 수정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도 진출했죠.


한국 지사가 생긴 이후로, 언리얼 엔진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적으로 변화가 굉장히 많았는데, 2023년에는 저희가 UEFN(Unreal Editor for Fortnite,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이라는, 언리얼 엔진 기능으로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돼서 <포트나이트>의 섬(아일랜드)으로 배포할 수 있는 기능도 만들었습니다.


최적화를 통해서 이런 기능들이 더 넓은 디바이스에서 쓰일 수 있게 했고, 개발에 전문적인 경험이 없는 분들도 크리에이터로서, 전문가들이 만든 수준에 못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까지 할 수 있게 됐어요. TIG가 20주년을 맞이하는 기간 동안 언리얼 엔진은 이런 변화를 겪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

Q. 많은 발전 과정을 언급해주셨네요. 지난 20년 동안 게임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봐도 변곡점이 많았거든요. 앞서 유니티는 모바일 혁신을 예시로 들어주셨지만, 에픽게임즈는 또 생각이 다를 것도 같아요. 지난 20년 사이 게임 산업에서 어떤 변곡점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에픽게임즈는 그런 업계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나요?


A. 박성철 대표: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한국에서 부분 유료화 모델이 처음 개발된 게, 지난 20년 사이 가장 큰 변곡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콘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거의 잡고 있었고, PC 패키지 시장은 불법 복제 등의 문제도 많았기 때문에, 1세대 국내 개발사들은 보람 있게 건전한 업계에서 일한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한 1.5세대쯤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이 모델이 한국, 중국은 확 퍼져 나갔지만, 에픽게임즈 같은 경우도 AAA 패키지 게임들 위주로 만들던 회사였잖아요. 미국에서도 한국 게임을 가져다 서비스하는 퍼블리셔들은 있었어도, 주류 회사들이 F2P(프리 투 플레이)를 하던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저희가 체질을 바꿔서 <기어즈 오브 워> 다음에 <파라곤>을 만들었는데, 누구나 무료로 받아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죠.


<파라곤>의 사례에서부터 <포트나이트>까지 부분 유료화는 에픽게임즈에게도 큰 영향을 줬어요. 상대적으로 미국의 다른 주류 회사들보다는, <파라곤>에서 경험을 해보고 <포트나이트>로 성공을 시켰기 때문에, 글로벌 커뮤니티가 모두 게임을 공짜로 받아서 즐길 수 있게 하면서 성공한 시작점이라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분 유료화가 한국에서 서양으로 영향을 끼친 사례였다고 하면, 반대로 크리에이터가 게임을 만드는 트렌드는 서양에서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옛날처럼 퍼블리셔가 다 만들어서 정해진 대로 유저들이 즐기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유저들이 참여하는 UGC(유저 제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이 서비스에 유저들도 적극 참여하는 그런 게임 문화가 지난 20년 사이의 트렌드 중 또 굵직한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포트나이트>도 '포크리'(이전 명칭은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라는 간단한 툴도 만들었었고, UEFN에선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세상이 됐죠. 크레이이터들에게 저희 매출의 상당 부분을 나눠주는 모델을 만들었고요.


이 두 가지가 지난 20년 사이 가장 큰 트렌드가 아닌가 싶어요. 하나는 한국에서 시작하고, 하나는 서양에서 시작해서 서로 오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UEFN 안에서 크레이이터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하고 수익도 내는 생태계를 즐기고 있습니다.

Q. 안 그래도 <포트나이트>의 UGC 생태계와 관련해서 제가 최근에 쓴 칼럼도 있었습니다. "트랄랄레로 트랄랄라"와 "퉁퉁퉁(중략)사후르"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와 같은 '이탈리안 브레인롯'이라는 밈(meme)이 최근 틱톡, 릴스, 쇼츠 등에서, 특히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인데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브리 프로필 사진 유행은 알고 계실 것 같고요.


SNS에서의 이런 트렌드 주기가 3주, 4주 안팎으로 매우 짧기도 하고, 메인 게임사들이 적극 활용하기엔 유치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는지, 관련 게임 콘텐츠가 공식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처럼 유저 제작 콘텐츠가 활성화된 플랫폼에선 '이탈리안 브레인롯'으로도 게임이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졌거든요. 게이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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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성철 대표: 여담이긴 하지만, 저희 <포트나이트>도 제일 트래픽이 많았던 게 저희가 직접 만든 콘텐츠가 아니었고,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 때 <옥토 게임>이라고 유저가 UGC로 만든 게임이었거든요. 저희가 한참 오랜 시간 들여서 만든 게임보다 더 트래픽이 나온 경우였죠. (웃음)


물론, 회사 게임 광고에 UGC를 써서 광고를 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겠죠. 서비스가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마케팅 부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게임사 전체에서는 UGC를 잘 활용해볼 필요가 있어요. 레고로 뭘 잘 만들지 보다 레고를 만들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거죠.


<포트나이트> UGC 중 이탈리안 브레인롯 검색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게임사들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서 론칭하는 방식으로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너무 짧은 주기의 유행임에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처럼 UGC 생태계가 활성화된 곳에서는
유저들이 발빠르게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즐기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의 섬(유저 제작 콘텐츠) 중 하나인 <옥토 게임>입니다.

※ 편집자 주: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모두 해외에 본사를 둔 회사들의 게임이기 때문에, 인터뷰 당일(4월 29일) 기자와 박성철 대표는 국내 게임사들도 이런 UGC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같은 29일 오후, 크래프톤은 실적 발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에 언리얼 엔진 5를 접목해 실사 그래픽으로 전환하는 작업과 동시에, UGC 생태계를 도입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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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발전이 한계에 다다른 건 아닐까요?

Q. 앞서 언급해주시기도 했지만 실사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수준의 뛰어난 그래픽이 언리얼 엔진의 큰 강점이기도 하고,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게임 홍보 문구에도 '언리얼 엔진 5 사용했다'는 게 자랑처럼 쓰이기도 하니까요. '우리 게임 그래픽 좋아요'와 같은 말처럼 쓰이고 있죠.


그런데 한편으론 그래픽이 너무 발전하다 보니까, 더 고품질의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콘솔 또는 소프트웨어가 나와도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차이를 잘 못 느끼는 경우도 늘어났어요. 이런 시점에 언리얼 엔진이 앞으로 추구해 나갈 그래픽 발전 방향성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어떤 장점이 또 부각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박성철 대표: 언리얼 엔진을 보고 실사와 구분이 안 되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씀해주신 건 일단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저희는 지속적으로 그래픽 퀄리티의 한계를 극복하고 넘어서는 노력을 계속할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플랫폼을, 크로스 플랫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프리렌더 같은 그래픽을 낮은 사양에서도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게 하는 부분이 핵심인 것 같거든요.


그래픽만 좋게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런데 프레임 안 나오고 사양 너머에 있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언리얼 엔진 5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루멘, 나나이트를 추가한 것이고,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도 개발 툴을 어떤 개발자들이든 쉽게 쓸 수 있게 하고 있고요. 


사용하는 과정도 더 쉽게 해서 아이디어 많은 일반 크리에이터들도, 전문가 집단 이상의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 가볍게 나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포트나이트>도 그래서 재밌는 점이, 여러 스타일의 캐릭터들이 한 번에 다 나오잖아요. 이번에 '오타니'도 실사풍도 만들고, <포트나이트> 스타일, 아니메 스타일도 나오고 하면서 한 공간에 2D인 캐릭터도 같이 놀고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상식을 깬 것 같거든요. 그만큼 언리얼 엔진이 여러 스타일의 그래픽, 카툰풍이든, 극도의 사실적인 그래픽이든, <포트나이트>는 또 디즈니 스타일에도 가까우니까,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다 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이 40대, 50대가 많은데, 실제 서비스를 쓰는 엔드 유저와의 간극을 좁히려면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만들고 놀 수 있어요"라고 하면서 크리에이터들에게 파워를 주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프로페셔널 게임 개발자라도 사랑 받지 못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의미가 없거든요. 메인 타깃 유저들은 항상 젊은데 말이에요.


▲ 같은 오타니 쇼헤이 컬래버레이션이지만 그래픽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게 접목된 사례들이 <포트나이트> 안에 있습니다. 



Q. 다양한 플랫폼 지원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해주셨는데, 요즘 AAA 규모, AA 규모의 게임이 나오면 최적화 관련된 말도 많이 나오는 편이거든요. 이런 부분에서는 언리얼 엔진이 가진 강점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A. 박성철 대표: ​최적화는, 간단한 게임을 만들 때 그에 딱 맞는 엔진보다 저희가 가볍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의 엔진 버전도 그렇고, 팀 스위니 대표도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개발자들과 크리에이터들에게 접근성이 좋게, 가볍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개발 전체 방향에서 항상 가져가고 있고요. 


모바일게임에서 AAA 수준으로 만들었을 때는 언리얼 엔진이 절대 더 무겁지 않거든요. 기본 태생이 그런 엔진이고, 한국에 있는 모바일게임 회사들과도 가깝게 일하면서, 최적화 팀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랜드스케이프' 만든 개발팀이 한국에 있어서 언리얼 엔진의 모바일 부분 최적화를 담당하고 있고요. 한국에는 삼성이라는 가장 큰 스마트폰 제조사도 있잖아요. 미리 스마트폰 받아서 최적화도 하고 있기 때문에, AAA 그래픽의 모바일게임은 언리얼을 많이 채택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대작 모바일게임들, 그래픽이 중요한 모바일게임들은 크로스 플랫폼으로 플레이되는 PC 버전도 만들잖아요. 이 차이가 크게 안 느껴질 정도로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들이 G-STAR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몬길 스타 다이브>나 <게임 오브 쓰론> 같은 게임들 보면, 언리얼이 여러 플랫폼에 최적화를 잘 했기 때문에 크로스 플랫폼 지원도 쉬워서 채택이 수년째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포트나이트> 자체도 여러 플랫폼에 다 최적화된 상태에서 저희가 먼저 하는 걸 보여드린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희가 크라이텍이나 하복과 경쟁했던 시절에도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인데요. 엔진 회사가 실제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과 엔진만 만드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개발자분들이 실제로 PC 콘솔 모바일 다 지원해야 할 때 생기는 애로사항이, 경험 없이는 정확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서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저희가 <포트나이트>를 언리얼 엔진 4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서비스 중간에 언리얼 엔진 5로 갈아탔어요. 유저들이 업데이트 받았더니 엔진이 5로 교체된,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던 거거든요. 이걸 저희가 먼저 해서 멀쩡하게 돌아가는 걸 보여준 거죠. 한국에서도 지금 서비스 유지하면서 엔진 교체를 한다는 회사들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포트나이트>를 언리얼 엔진 5로 바꾼 당시 공개한 이미지 쇼케이스 사진


루멘, 나나이트 기술도 모두 적용됐습니다.


Q. 그렇네요. <마비노기>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언리얼 엔진 5로 교체하고 있기도 하죠.


A. 박성철 대표: ​저희가 먼저 보여드렸기 때문에 엔진 교체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는 것도 있거든요. 이런 부분이 저희 강점이라고 볼 수 있죠. 


최적화 부분도, 모바일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매출 상위 게임들을 보면 40% 정도가 저희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요. 경쟁사 엔진도 쓰이고 있는데, 중국 게임들인 경우가 많아요. 한국 시장과 개발자 커뮤니티는 대작이 될 만한 게임을 모바일로 낼 때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고, 중국은 그렇지 않으니까 국내 매출 순위권에 들어오기도 하는 상황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더 넓은 플랫폼에서 더 가볍게, 개발하는 단계에서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엔진도 가벼워지고, 엔진을 쓰는 방법도 개발하는 방법도 쉬워지게 하는 것입니다. 



▲ <마비노기>가 언리얼 엔진 5로 교체하는 '이터니티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한 프리뷰 영상.

기자도 해당 쇼케이스 현장에 있었는데, <마비노기> 유저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습니다.


Q. 이 질문도 이어지는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모바일 씬에서의 마케팅 경쟁을 피해 PC 콘솔에 도전하고 있고, 정부 지원 사업 기조도 바뀌면서 인디 개발사들도 PC 콘솔 도전을 하는 곳이 많아진 추세입니다. 저희 매체는 이를 '모바일 엑소더스'라 부르며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개발 트렌드를 엔진사 쪽에서도 많이 느끼시는지 궁금하고, PC 콘솔 개발에 맞춘 준비도 늘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박성철 대표: ​일단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모바일 엑소더스'까지는 아닌 것 같고, 플랫폼 다변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해외 시장은 콘솔 위주였고, 해외 모바일게임은 아직도 우리나라처럼 AAA 모바일게임이 많진 않은 상태예요. 그리고 한국 시장은 콘솔이 너무 좁고 PC가 거의 주류였다가, 모바일이 또 주류가 되었다가 다시 지금은 다변화가 일어나는 거라고 보거든요.


​모바일이 너무 레드오션이 돼서, 출시 후 주목 받기 위한 마케팅에 말도 안 되게 큰 비용을 쓰지 않으면 묻혀버리고, 이런 게임의 홍수 속에서 예산이 많지 않은 개발자들은 낙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돈이 있는 회사들도 출혈 경쟁을 해야 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국내에서 불균형하게 적었던 콘솔이 블루오션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죠. 매출이 꼭 더 나오는 시장은 아닐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개발사 회사로서 또는 개발자 자체로의 역량과 포텐션을 주목 받기에는, 한국에서 만드는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게임은 이전엔 정말 없었으니까, 회사의 역량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는 것 같고요. 잘 됐을 때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명성과 인지도도 생기기도 하고요. 


오히려 반대로 콘솔 게임을 만드는 일본 회사라면, 일본에는 AAA 모바일게임이 적어요. 그러면 지금이 언리얼 엔진으로 한국에서처럼 AAA 모바일게임 만들어볼 찬스가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역으로 한국 회사라면, 다들 하는 PC 모바일이 아니라 콘솔로 다변화하는 게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게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 플랫폼을 가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이 돼요. 각 플랫폼의 장단점이 있잖아요. <검은 신화: 오공> 같은 게임 때문에 F2P가 아닌 패키지로 다시 가는 분위기가 커지기도 했지만, PC나 콘솔로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을 보여주고 크로스 플랫폼으로 모바일에서도 그게 돌아가는 걸 보여드리면, 하이 퀄리티라는 인상은 있는 상태에서 모바일처럼 돈을 쓰기도 하는 사례도 있죠.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저희가 멀티 플랫폼에서 물 흐르듯 잘 지원하는 기조로 엔진을 설계했기 때문에​, 지금의 트렌드를 보면 언리얼 엔진 5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통적으로 언리얼 엔진은 콘솔 지원에 강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시 콘솔 도전을 많이 하시는 걸 저희는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죠. 


또 에픽 온라인 서비스(EOS)라는 게 있는데, 이 서비스가 큰 회사가 아닌 곳이 크로스 플랫폼 게임을 만들 때도 기본 바탕이 되는 부분을 저희가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라서,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자들 입장에선 크로스 플랫폼 지원 예전 같으면 큰 벽이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쉽게 만들었죠. 


PC 출시작들도 많은데, 에픽게임즈 스토어(EGS)에서도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론칭을 했어요. 경쟁 스토어 대비 부족한 부분들도 인지하고 있어서, 하나하나 늘려가며 개발해서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고, 개발자들의 비즈니스 조건은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더 좋은 면도 있거든요. 


론치 에브리웨어 위드 에픽이라는 프로그램을 올해 초에 저희가 발표했는데, 다른 플랫폼과 저희 에픽게임즈 스토어 플랫폼에 동시에 출시하면, 로열티를 5%에서 3.5%로 줄여주는 제도고요. 여기서 말하는 로열티는,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게임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의 로열티는 원래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스토어서 나온 것에 대해 받는 로열티를 다시 깎아주는 것을 말합니다.


에픽 퍼스트런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으로 내시면 처음 6개월의 매출은 수익 공유 없이 100% 전부 개발자에게 드리고, 나우 온 에픽은 다른 플랫폼에 이미 출시한 게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넘어오면 6개월 동안 또 수익 보장해드리는 제도예요.


<포트나이트>에서 저희가 파는 아이템 매출의 40%를 크리에이터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해요. 실제로 UGC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포트나이트>에 머무르는 유저들도 비슷한 비율로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공정한 거죠. 


편집자 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가장 최상위 매출, 참여도를 달성하고 있는 게임 중엔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이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유니티로 만들어졌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개발 엔진과 관계 없이 호요버스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에픽게임즈 스토어 이용자 중 <원신> 유저가 많은 만큼, 업계에선 <원신> 스타일의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이 론칭 플랫폼을 고려할 때,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함께 고민해보는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합니다. 장르 팬 층이 스토어 특색을 만들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Q. 스토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게이머들에겐 '무료 게임 배포'할 때 많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고, 개발자 친화적인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잖아요. PC 콘솔 개발 트렌드 속에서 스토어 규모도 커지고 있는 중인가요?


A. 박성철 대표: ​스토어 유저 수는 2023년의 2.7억 명 대비 늘어나서 2024년엔 2.95억 명 이상이 됐고요. 개발자 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도 88:12의 비율을 가져가고 있으니까, 저희 운영비에 엔진 결제 수수료 더한 정도의 굉장히 줄여서 만든 모델이거든요. 앞서 소개해드린 에픽 퍼스트런, 론치 에브리웨어 위드 에픽, 나우 온 에픽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요.


​또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모바일 스토어도 론칭을 했거든요. PC와 매킨토시, 모바일 이 3개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운영되는 멀티 플랫폼 게임 스토어가 돼서, 개발자들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스토어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2024년 결산 자료.
유저들 입장에선 무료 게임 배포가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전문가가 아니어도 창작자가 되는 시대


Q. 포스트 코로나 시기로 넘어오면서, 게임 업계의 한파가 길어지고 있는데요. 에픽게임즈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겨울나기 등의 준비는 하고 계실 것 같아요. 


A. 박성철 대표: ​저희 회사가 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개발자들 크리에이터들의 에코 시스템은 언리얼 엔진이 담당하고 있고, 게임사 중 하나로서 <포트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팬데믹 기간은 사실 게임사들에게 모두 좋았던 시기였죠. 그 뒤로도 언리얼 엔진은 유저나 스태프들이 줄어드는 것 없이 사실 계속 성장하고는 있어요. 그 배경에 여러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게임 씬이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먼저 해보면, 기존 방식으로 하는 회사들이 힘든 건 맞는 것 같고 몇몇 승자들만 남는 것도 맞는 것 같은데, 다만 개개인이 작은 규모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길은 더 많이 열린 것 같거든요. 꼭 전문 게임 회사에 있지 않더라도, 더 사랑받는 게임이나 콘텐츠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어서, 저희는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개발자 친화적인 BM, 에픽 온라인 서비스로 더 쉽게 크로스 플랫폼 지원하는 기능들을 보강했죠.


이게 기존의 구조에 큰 변화가 있는 거지, 여전히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고, 그 사람들이 줄었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즐기는 콘텐츠의 제작 과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이에 맞춰서 엔진이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취미로 만드는 사람들 학생들까지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언리얼 엔진 사용자 숫자 등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포트나이트>도 비슷하지만 다른 단계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서로 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잖아요. 그 방향으로 서비스를 잡은 후에, 포스트 팬데믹 이후로도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때마다 저희가 업데이트를 하거나 하면 올 타임 레코드를 경신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포트나이트>의 인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해외에서 대박 났다가 조용한 게임이 아니라 사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본보다 더 높은 기록을 계속 세우고 있어요.


<포트나이트>라는 플랫폼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손쉽게 자신의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이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큰 규모가 됐기 때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IP 컬래버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모든 콘텐츠를 다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나랑 안 맞는 콘텐츠가 없기는 되게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요. 스포츠 스타, 음악, 만화까지 IP 컬래버레이션은 앞으로 더 많이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지점들이 저희가 팬데믹 이후에도 겨울나기라고 할 만한 부분을 극복해온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외국 유저들뿐만 아니라 한국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IP 컬래버레이션 등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진격의 거인>이나 <나루토> 같은 IP 외에도
스타워즈, 디즈니, 마블, 미쿠까지 다양한 협업이 있었습니다.

Q. 한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포트나이트 발리스틱>(공식 1인칭 모드)이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했어요.


A. 박성철 대표: ​러시아에서 서비스가 안 되던 건 몰랐네요. 저희랑 같은 이유는 아닐 것 같고요. 오늘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1인칭 슈팅 게임 한국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많이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잖아요. <포트나이트 발리스틱>은 <포트나이트> 기존 게임과는 또 완전히 다른 게임인데, 저희가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를 모아서 좋은 소식을 한 번에 조만간 전해드리고 싶었거든요.



Q. 따로 뭔가를 준비 중이시군요?


A. 박성철 대표: ​그냥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웃음) 저희가 꼭 강조드리고 싶은 건, 한국 지사를 전 세계 지사 중에서 가장 먼저 설립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에픽게임즈는 한국 시장을 절대 포기할 일이 없고요. 한국 시장에서 언리얼 엔진은 전 세계 어느 시장이랑 비교해도, 미국 본토의 턱 끝까지 따라올 정도로 굉장히 잘 하고 있거든요.


개발자 시장은 그런 반면, 콘텐츠를 즐기는 시장은 또 균형이 안 맞는 측면도 저희가 인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포기하는 일 없이 한국에 제대로 올 인(All In)하는 태도는 바뀐 게 전혀 없으니, 관심 가져주시면 저희가 적절한 타이밍이 됐을 때 좋은 소식으로 또 말씀을 드릴게요.


한국에서도 조만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 한국에서도 <포트나이트 발리스틱>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목소리가 댓글 반응에서도 있었는데, 좋은 소식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Q. 2025년 내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게임 업계에서 어떤 이슈나 트렌드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보시나요?


A. 박성철 대표: ​개발 과정과 게임을 배포하는 과정에 대한 엔트리 배리어가 계속 낮아질 거라고 봐요. 그리고 로열티나 수익 배분 모델도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고요. 



Q. 그러면 1인 개발자도 늘어나는 방향이 되겠네요.


A. 박성철 대표: ​그렇죠. 언리얼 엔진 같은 툴도 더 쓰기 쉬워지고 해서, 1인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성공하는 기반이 더 만들어지지 않을까 깊어요. 그게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



Q. 게임 매체가 업계에서 하는 역할도 있는데, 디스이즈게임을 포함한 게임 미디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A. 박성철 대표: ​요즘 '~며든다'는 말이 종종 쓰이곤 하는데,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게 참 좋은 거라고 보거든요. 기자분들의 역할도 그런 면에서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중요한 트렌드는, 기자님도 공감하시다시피, 크레에이터가 드라이브해서 만드는 콘텐츠의 게임들이 미래로 보이는데, 한국에서 이​런 플랫폼과 콘텐츠가 잘 안 나오고 있는 게 걱정도 되고 하니까, 이런 사례들이 많이 커버됐으면 좋겠어요.


앞서 기자님 쓰신 칼럼 말씀해주신 것처럼, 매주 바뀌는 트렌드에 대해서 빠르게 반응이 일어나고,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등에서 유저들이 만든 콘텐츠가 반향을 일으킨 사례도 많으니까요. <오징어 게임> 당시에 <옥토 게임>이 <포트나이트> 기존 콘텐츠보다 트래픽이 더 나왔다더라-하는 것들이 TIG 같은 매체에서 더 자주 회자되면, 국내 게임사들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하고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번 하면 또 빠르게 하니까요.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대해서, 시리즈의 형태도 좋고, 커버가 되면 업계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징어 게임 2>가 넷플릭스에서 큰 화제를 됐을 때도 
<포트나이트> 안에서 유저 콘텐츠인 <옥토 게임 2>가 나와 많은 사람들이 즐겼습니다.

복장과 공간, 콘셉트의 재현이 눈길을 끌었던 <옥토 게임 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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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재현도 상당한데?" 포트나이트에서 유행하는 '오징어 게임 2' (바로가기)


Q. 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게임 업계의 양대 엔진으로 자리잡은 만큼,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에픽게임즈의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박성철 대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서 언리얼 엔진이 성공적으로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이터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물리적으로 저희보다 훨씬 큰 중국, 일본 시장보다 한국이 언리얼 엔진 개발자 커뮤니티가 되게 활성화되어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요.


게임뿐만 아니라 논게임 사례도 말씀드리면 몇 장에 걸쳐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에서 언리얼 엔진이 사용된 경우가 진짜 많아요.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곳도 많고요. 최근에 한 번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사례 중 하나가 <킹 오브 킹스>​라는 영화 혹시 아시나요?


<킹 오브 킹스> 공식 포스터

Q. 미국에서 엄청 흥행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죠?


A. 박성철 대표: ​네.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불모지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이걸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었고 미국에서 <기생충>보다 더 성공을 한 <킹 오브 킹스> 같은 사례가 더 주목 받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한국에서 지난 20년 동안 언리얼 엔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몇 곳만 쓰던 엔진이 지금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니까요.


이제는 프로 개발자들의 열정 같은 것이, 약간 더 캐주얼한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레벨까지 끌어내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으로의 계획에도 계속 있고요.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한국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게 전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는 걸 돕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저희가 가진 플랫폼은 <포트나이트>거든요.


<포트나이트>가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너무 유저가 없으면, 유저들의 테이스트를 이해를 못하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약간 예전 국내 콘솔 시장하고도 비슷한 것 같아요. 10년, 20년 전에 국내 콘솔 개발자들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느낌으로, 한국 유저 기반이 적으니까 혼자 상상해서 미국 일본 콘솔 시장이 크다는데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뭘까-하고 만들었거든요.


이 분들이 쉽게 도전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선 성공한 플랫폼 중 하나지만 <포트나이트>가 한국에서 유저 기반을 확대를 시켜서, 언리얼 엔진으로는 활성화된 한국의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포트나이트>로 캐주얼하게 콘텐츠 만들어서 해외로도 나가는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포트나이트> 커뮤니티를 재활성화시키는 그런 일을 한국에서 더 신경써서 하고 싶어요. 에픽게임즈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고요.


그래서 잘 지켜봐주시면, 저희가 그 동안 했던 기상천외한 컬래버레이션 외에도, 해외 게이머 타깃이 아니라 한국 게이머들도 열광하고 자부심 느끼며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컬래버레이션 많이 준비해서 좋은 소식으로 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언리얼 엔진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에 감사드리고, <포트나이트>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환경이니까, 저희가 한쪽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에코 시스템을 만들려면 투자를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언리얼 쓰시는 분들 굉장히 많은데, 의지만 있으시면 그 분들이 UEFN에 쉽게 뛰어드실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저희가 지금 <포트나이트> 국내 유저도 많이 못 만든 상태에서 뛰어들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고요. 이 부분을 잘 만들어서 국내 유저가 늘어나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 같아요. 이런 지점들이 향후 에픽게임즈가 한국 시장에서 보는 미래 계획이자 목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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