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에게 친숙한 공간 PC방. 그곳에서 게임만큼 매번 게이머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PC방 관리 프로그램’이다. 게이머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남은 사용시간과 내야 할 요금을 알려주는 존재일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PC방 업주는 물론 크고 작은 게임사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PC방 관리 프로그램이다. 대체 PC방 관리 프로그램이 무엇이길래 게임사까지 관심을 쏟는 걸까? PC방 관리 프로그램 전문업체 ‘플레이팩토리’의 정승윤 대표가 말하는 PC방과 PC방 관리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 PC방 관리 프로그램 연재 ☞ 1화, 가계부를 넘어 매체까지, PC방 관리프로그램의 진화 [원문보기]
※ 지난글 보러가기 ☞ 2화, 엔씨소프트와 네이버의 신화에는 PC방이 있다 [원문보기]
■ 게임보다 애드웨어가 많다?! 아수라장 PC방
PC방 관리프로그램이 '가계부'에서 '운영 툴'로 거듭나는 것을 이야기 하려면 당시 PC방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엔씨소프트와 NHN 두 기업은 2000년 초반부터 PC방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PC방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최소 05년까지의 PC방 컴퓨터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었습니다. IMF 당시 급격히 늘어난 PC방은 갑작스런 실업으로 자영업으로 전환하신 '아버님'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당시 PC방 컴퓨터는 최소한의 관리조차 사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복구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유·무료 관리 프로그램의 차이를 모르는 PC방 업주가 시장의 60%를 넘었던 시기였습니다.
유저의 입장에서 살펴본 PC방은 어땠을까요? 인터넷이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에 가면 부팅이 끝나자마자 광고가 기본 3 ~ 4개는 떴었습니다. 윈도우 작업표시줄에는 듣지도 못했던 바이러스 백신이 몇 개씩 구동되고 있는데다 좋은 컴퓨터 사양도 무색하게 PC는 버벅거리기 바빴습니다.
조금 과장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보다는 조금 덜한 바탕화면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당시에는 한참 해킹이 이슈가 되던 시기라, 유저들은 PC방에 앉으면 스스로 바이러스 백신 하나는 추가로 설치하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몇몇 고수들은 직접 애드웨어를 지우고 브라우저 설정을 바꾼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PC방에 갈 때마다 이런 작업을 하고 게임을 접속하는 것은 너무 힘든 노릇이었습니다. 때문에 PC방 유저들 사이에선 이런 무성의한 PC방 운영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역으로 PC방 업주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부족한 지식을 보충해 줄 툴의 필요성이 절실했습니다.
PC방 마케팅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임사도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게이머들은 항상 해킹의 위험성이 도사리는 PC방에 마음 편히 게임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등록하는(≒가입) 것을 꺼렸고, 막상 PC방에 가서도 애드웨어의 광고 때문에 PC방 마케팅의 효율도 점점 떨어졌습니다.
즉, 당시 PC방 고객과 업주, 게임사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체계적인 운영·관리툴이 필요한 시점이었으며, PC방 관리프로그램 회사로선 시장의 필요에 반응해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PC방 시장 현황과 게임사, PC방 손님, PC방 사장님의 고민거리를 정리한 도표.
■ 가계부에서 '관리'프로그램으로
05년 미디어웹은 한게임에 새로운 제안을 구상합니다. 당시 NHN은 고포류(고스톱·포커) 위주의 한게임을 변화시키고자 PC방에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던 시기였습니다.
핵심 내용은 미디어웹에서 PC방 관리프로그램 가맹점을 확보하면 그 확보된 관리프로그램을 온라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당시 한게임과 미디어웹은 2000년 초반의 다양한 협력관계에서 한게임의 PC방 총판 업무를 주로 수행하던 관계로 관계가 축소되었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한게임의 성장을 견인한 미디어웹에겐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02년, 3,000개까지 설치되었던 관리프로그램이 1,000개 미만으로 감소하여 본업인 관리프로그램의 점유율에서 시장 4위에 불과했습니다. 낮은 시장점유율 때문에 관리프로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고 한게임과의 협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를 위해 미디어웹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회계 프로그램에 불과했던 관리프로그램을 진일보시켜 시장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 이였습니다. PC방에 이전까지 직접 사람이 설치하고 관리하던 바이러스 백신, 복구, 가상드라이브, 게임 자동 설치·패치 등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운영의 묘를 살리도록 지원한 것입니다.
05년 당시 관리프로그램의 복구시점(백업이미지) 관리 화면.
당시만 해도 PC방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하려면 매니저가 직접 자리마다 옮겨 앉으며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결과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복구 역시 자리마다 돌아가며 복구 시점을 지정(백업)하거나 복구를 실행시켰죠. 이러한 절차를 관리프로그램에 '녹여' 카운터 프로그램에서 실행버튼 만으로 손쉽게 매장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05년부터 CD-Key Changer, 바이러스 백신, 게임 자동 설치 및 패치, 컴퓨터 원격관리, 데이터 복구, 간편 결제 등 현재 관리프로그램의 근간을 이루는 기능들이 속속 기획되고 포함되기 시작합니다. 매장 운영에 효율성이 증진되면서 PC방 업주와 매니저는 조금 더 매장 시스템에 관심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대규모 패치를 받느라 시간 단위로 기다리는 유저들도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관리프로그램의 발달로 PC방에 갈 때마다 패치 화면을 볼 일이 적어졌다.
물론 이런 변화가 바로 시장에 안착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PC방 사장님들은 프로그램의 편의성보다는 회계기능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신제품의 성장세는 느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한 번 편한 것에 익숙해지면 뒤로 돌아가지 못하듯, 이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견고한 성장이었습니다. 결국 미디어웹은 이로 인해 현재 PC방 관리프로그램 시장 1위로 자리잡게 되었고, 다른 관리프로그램도 제각각 관리기능의 강화를 시작합니다.
미디어웹의 뒤를 이어 1~3위 업체들도 관리프로그램에 매장 운영·관리 기능들을 포함시키자, PC방에서 운영 목적으로 사용되던 각종 소프트웨어와 PC방 손님이 이용 중에 설치되던 각종 애드웨어들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리프로그램의 진화는 PC방 광고시장과 게임사들의 순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PC방 관리프로그램 '피풀'의 게임 자동 설치·패치 화면
■ 피망 보드게임 2위 성장의 원동력
과거 관리프로그램이 접하는 PC방 광고시장은 열악했습니다.
광고의 주요 창구였던 무료 관리프로그램(무료로 사용하는 대신 광고를 허용하는 버전) 사용비율은 40%에 불과했고 관리프로그램의 광고기능도 웹브라우저를 이용한 시작페이지·팝업광고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좁은 시장에 너무 많은 경쟁자가 있는 것도 부진의 원인이었습니다. 관리프로그램 외에도 수시로 튀어 나오는 각종 애드웨어와 팝업광고는 관리프로그램의 광고효율을 떨어트렸습니다.
하지만 관리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먼저 관리프로그램에 애드웨어나 팝업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PC방 손님들이 원치 않는 광고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곧 PC방 광고시장에서 관리프로그램의 광고 점유율을 올려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관리프로그램의 광고기법 발달, 개발사들의 적극적인 무료 관리프로그램 배포 등은 PC방 광고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웠습니다.
무분별한 애드웨어, 툴바 등으로부터 PC를 보호하는 것도 관리프로그램의 기능 중 하나다.
관리프로그램 업체의 재편도 시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전에는 중소 개발사 여럿이 고정된 PC방 시장에서 자리싸움을 했지만, 05년 이후부터는 소수의 선도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합니다.
광고주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개발사 여럿에 자금을 뿌리는 것보다 소수의 선도업체에 집중하는 것이 광고효율도 높고 피드백도 용이하기 때문이죠. 이 결과 PC방 광고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됩니다.
PC방 광고시장이 커지자 그 영향은 게임업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피망 보드게임의 성장은 좋은 사례입니다. 당시 웹보드게임 분야에서 만년 3위의 네오위즈(=피망)는 09년 미디어웹과 손을 잡고 PC방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당시 네오위즈가 사용한 광고기법은 관리프로그램 클라이언트에 피망 보드게임의 ‘대형 바로가기 아이콘’을 배치한 '바로가기 배너'와 ‘사용자 영역 플레시 오버랩’이란 방식이었습니다. 관리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전에는 생소했던 홍보방법이었습니다.
09년 당시 피망포커의 플래시 오버랩 광고 화면. 사용자 영역에 마우스를 올리면 플레시가 활성화된다.
관리프로그램의 '사용자영역'이란, PC방 요금 확인이나 기타 서비스 이용 등의 이유로 유저들이 자주 보는 장소입니다. 그런 위치에 이벤트가 안내될 정도로 큰 바로가기 배너와 새로운 광고소재를 배치한 결과, 피망 보드게임의 신규유저는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물론 이 결과에는 웹보드게임 특유의 낮은 진입장벽과 고포류 게임들은 공개적인 온라인 광고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한 몫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피망 보드게임은 만년 3위에서 벗어나 웹보드 게임 분야 2위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넥슨 플러그의 탄생 비밀? 게임사의 관리프로그램 도전기
PC방 관리프로그램과 PC방 광고시장의 영향력이 커지자 대형 게임사도 하나 둘 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사의 접근은 주로 ▲ 관리프로그램 자체개발 ▲ 관리프로그램 개발사 제휴계약 ▲ 관리프로그램 개발사 인수의 3가지 형태를 띄었습니다.
게임사의 관리프로그램 개발은 지금까지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접근법입니다. 이 방법은 게임사가 관리프로그램(≒광고)을 직접 배포·서비스 함으로써 자사 게임을 지원하고 경쟁 게임을 견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십 수년간 변화해온 관리프로그램은 국내 굴지의 게임사라도 쉽게 개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형 게임사와 퍼블리싱 회사들이 수 차례 시도하였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05년 말에 론칭 된 넥슨의 게임 유틸리티 ‘넥슨 플러그’도 원래는 PC방 관리프로그램 개발 시도 중에, 방향을 선회한 케이스입니다.
넥슨 플러그는 본래 PC방 관리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다.
여담이지만 넥슨도 PC방 시장과 관리프로그램의 가치를 대해서 잘 이해하고 그 활용방법을 여러 가지 방향으로 구상했던 업체입니다. 혹시 <카트라이더> 론칭 당시 PC방에서 루찌 두 배, 빨간 풍선 이벤트를 기억하시나요? 재미있게도 당시 넥슨은 PC방인지 집인지 구분할 수 있는 빌링 시스템(인증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PC방에만 선별적으로 프리미엄 혜택을 줄 수 있었을까요?
넥슨은 카트라이더 게임 실행 시, PC방 관리프로그램 프로세스를 확인하여 ‘게토’, ‘네띠모’, ‘MDSE’ 등이 실행되고 있으면, PC방으로 인식하고 프리미엄 혜택을 줬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유저들이 이 사실을 알고 집집마다 관리프로그램을 설치해 관리프로그램 업체들이 당황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카트라이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고, 자체적인 관리프로그램도 구상할 수 있었죠.
06년 이후 게임사들이 관리프로그램 개발사와 제휴계약을 맺기 시작합니다. 그 시작이 앞서 말씀 드린 한게임과 미디어웹입니다. 이전까지 미디어웹은 한게임 PC방 총판업무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때 이후로 주 사업방향이 전환됩니다.
엔씨소프트는 07년 게토 시리즈로 유명한 에이씨티소프트과 제휴계약을 체결하였고, 1년 뒤에는 CJ E&M(넷마블)이 이지클릭과 계약을 맺습니다. 이 시기 게임사와 관리프로그램 개발사의 계약은 광고물량을 일부를 독점하는 형태의 구속력이 약한 형태였습니다.
최근에는 게임사의 접근이 보다 본격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CJ E&M은 2010년 NHN의 동반자였던 미디어웹을 인수합니다. 관리프로그램으로 득을 봤던 네오위즈 또한 11년 게토의 개발사 에이씨티소프트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PC방 관리프로그램과 PC방 광고시장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프로야구매니저 온라인>과 <팡야>로 유명한 엔트리브 소프트가 PC방 게임 패치업체인 ‘카니패치’를 인수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최근에는 게임사가 관리프로그램 개발사의 경영권 자체를 장악해, 직접 시장에 진입하게 된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두 업종의 결합이 수 년 뒤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업종 중 하나의 미래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 둘의 연합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보다 예측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PC방 관리프로그램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