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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본 블록체인 게임, '돈 복사' 사태로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퀴온 (한지훈) | 2025-05-07 18:31:33

일본의 한 블록체인 게임에서 ‘돈 복사’ 사태가 발생해 게임의 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디라이즈 라스트 메모리즈>의 개발사 에니시(enish)는 지난 24일 자사의 암호화폐 ‘GEEK’이 가상화폐 거래소 Gate.io에서 상장폐지되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9일에는 비트겟(Bitget)에서도 상장폐지가 이뤄졌으며, 현재 에니시는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 내 일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디라이즈 라스트 메모리즈>는 서브컬처 스타일의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 <뱀파이어 서바이벌>의 로그라이크 액션에 수집형 RPG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내에서 암호화폐를 획득할 수 있으며, 지난해 9월 거래소 상장 이후에는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도 가능했다.

<디라이즈 라스트 메모리즈>의 스팀 페이지 스크린샷

게임은 유명 성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출시 초반 유저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시스템 내 허점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게임에 대한 평가는 급변했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게임의 엄격한 출금 제한이었다. 게임은 화폐 가치 유지를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수의 이용자만 선착순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설정했으나, 일부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전 기회를 독점하면서 불만이 고조됐다. 이에 운영진은 출금 한도를 10배로 확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화폐의 유통량도 10배로 늘면서 화폐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이후 이어진 운영진의 대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심각성을 더욱 키웠다. 당시 운영진은 환전 가능한 화폐(GEEK)를 인게임 전용 화폐(xGEEK)로 교환할 경우 추가 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문제는 추가로 지급된 화폐(xGEEK)로 게임 내 NFT를 구매할 수 있으며, 이렇게 구매한 NFT를 다시 판매하면 환전 가능한 화폐(GEEK)를 이전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최대 1.4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돈이 돈을 낳는 순환이 발견된 것이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유튜버가 정리한 돈 복사 구조.
암호화폐로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한 후, 해당 재화로 NFT를 구매해 판매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운영진은 이후에도 약 1.2배의 수익 창출이 가능한 NFT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고, 과도한 생산량으로 인해 결국 암호화폐의 가치는 단 한 달 만에 1/10까지 떨어졌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개발사는 게임 내 경제 회복을 위해 올해 1월 다시 출금 제한 조치를 도입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는 무너진 이후였다.

현재 게임의 암호화폐인 GEEK은 주요 거래소에서 모두 상장 폐지되어 실질적인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다. 개발사 에니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사들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 개발사는 2024년 말 실적 발표에서 당해 7억 4,500만 엔(약 72억 3,9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9년 연속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해당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 추이 (이미지 출처: 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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