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내 작품이 도용됐다" 유니티 어셋 훔쳐간 사연... NFT는 무법지대인가?

우티 (김재석) | 2022-01-04 16: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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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FT로 디지털 아트와 게임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자신의 어셋이 도용됐다"는 개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았다.

 

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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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이 도용됐다" 유니티 어셋 훔쳐간 사연... NFT는 무법지대인가? (현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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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개발자 송용성(순순) 씨는 2021년 2월 유니티 어셋 스토어에 <스펌>(SPUM)이라는 도트 캐릭터 생성기를 출시했다. 게임 시작 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하듯이 프로젝트에 쓰일 도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플러그인으로 스토어에서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유니티에서 <스펌>을 구매한 회사 및 개인은 천여 명에 이른다. 


지난 12월, 송 씨는 당황스러운 일을 마주했다. 한 <스펌> 이용자가 그에게 "이런 NFT 게임이 론칭된다"며 일러주었는데, 그것이 <스펌>을 도용한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원칙상 <스펌>의 구매자라면 유료 콘텐츠를 제작해서 판매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런데 이들은 자체 NFT를 발행해서 제3자들에게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니티 어셋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스펌>으로 만든 캐릭터들 (송용성 씨 제공)

이 게임은 '데드 나이츠'라는 프로젝트다. 소개에 따르면 "메타버스 세계의 8비트 게임"으로 현재 초기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며 (도용에 의한) 독특한 도트 그래픽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에겐 게임 캐릭터의 NFT로 제작해 판매하고 투자자에게 귀속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근거지를 남기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서 메시지를 걸면 베트남어로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이뿐 아니라 이들 일당은 유튜브에 자신들이 만든 것처럼 캐릭터 제작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오리지널 작품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다. 송 씨는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니티 측 소프트웨어 사용권 동의(EULA)를 위반한 것으로 해석하고 대응을 시작했다. 먼저 유니티 어셋 스토어 측에 사실을 알리고, 일당에게는 저작물 도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원래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라이선스 관련 권한을 일부 유니티가 대행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유니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방향이 달라진다. 송 씨는 연말연시 기간 중 벌어진 일로 유니티 측 대응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고, ​'데드 나이츠' 일당에게 부당한 이용을 중단하라고 거듭 알렸다. 그러나 일당은 송 씨를 디스코드를 차단하고, 항의 댓글을 삭제하는 등 무시로 일관했다.

송 씨는 기자에게 "디자인 저작권을 뺏긴 것뿐 아니라 어셋을 구매해서 자신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천 명이 넘는데 엄한 사람들이 그걸 NFT로 팔아버리면,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그 디자인을 자신이 독점하는 것으로 착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본인뿐 아니라 "같이 작업한 디자이너도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데드 나이츠'의 홍보 영상 갈무리. 가운데 캐릭터는 <스펌>을 이용한 것이다.

 

# 앞으로도 이러면 누가 어셋 만들어 올리나?

 

<스펌>은 수천 개의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는 '생성기'로 기능하고 '데드 나이츠' 일당은 캐릭터만 찍어내서 경매에 올려 이익을 편취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무 정보 없이 <스펌>을 구매한 이들은 자신의 게임에 쓰인 디자인이 NFT로 만들어져 거래될 수 있는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데드 나이츠'는 9,999개의 캐릭터를 한정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또 일당은 게임에 쓰일 알트코인으로 솔라나 네트워크를 쓰는 DKM(Death Knight Metaverse)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을 출시하기 전부터 NFT를 한정 판매하고, 관련 거래에 사용될 코인을 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유튜브는 '데드 나이츠'가 송 씨의 <스펌>을 도용한 것임을 인정하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그러자 이들 일당은 송 씨에게 사과하고 동업을 제안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또다른 비디오 플랫폼 비메오(Vimeo)에 같은 영상을 게시했다.

게임 생태계에서 이같은 어셋 스토어 도용 사태가 계속 이루어진다면 '누가 어셋을 판매하려 들겠냐'라는 물음을 던져볼 만하다. 자신의 어셋을 판매해서 엔진에서 널리 쓰인다고 해도, 그것이 외부로 빠져나가 NFT화되어 거래하면, 그 가치를 온전하게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사례에서도 <스펌>은 '데드 나이츠' 캐릭터 생성기로 기능하는 셈이다.

NFT의 발행과 거래가 유행하면서 앞으로 게임 어셋 스토어에서 저작물을 가져가는 사건이 다른 곳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스토어에 어셋을 올린 사람들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자기 상품이 모종의 NFT 프로젝트에 도용되었을지 모른다. 유니티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대응에 관해 "해당 사실에 대해서 인지했으며 현재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유니티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어셋 도용이 먼저 문제가 되고 움직임에 나서는 업체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유니티와 언리얼에 입점한 신티(Synty)라는 유명 어셋 업체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의 FAQ에 "사기(Scams)로부터 자사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NFT 또는 블록체인의 커스텀 라이선스를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NFT/블록체인 관련 입장을 밝힌 유력 어셋 회사 신티

 

 

# 권리 소진 원칙이냐, 라이선스 거래냐

 

이번 사건에서는 NFT의 민팅(Minting, 발행) 자체에 타인에게 권리가 귀속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고, 그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침해를 다루어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고전적인 '권리 소진 원칙'을 적용하면, 이 문제는 복잡해진다. 중고 물품 거래처럼, 최초에 판매가 완료되면 그 권리는 소진된 것으로 본다. 출판사가 독자의 중고 서적 거래를 막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만약에 이 사건이 법정에 간다면, 디지털 자산에 해당하는 게임 엔진 스토어의 어셋 플러그인을 권리 소진 원칙을 적용하는 매매인가, EULA의 적용을 받는 라이선스 거래인가로 볼 것인가가 쟁점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티가 채택한 EULA

'라이선스 거래'의 경우 프랑스에서 일어난 2019년 스팀 중고 게임 소송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소비자들은 다른 중고 물품처럼 스팀 게임도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밸브는 소비자에게 실제 게임이 아니라 라이선스를 대여한 것이라고 맞섰다. 당시 법원은 소비자들이 스팀에서 산 게임을 중고 거래가 가능한 ‘디지털 상품’으로 보고 소비자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밸브는 항소했고 이에 따라서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스펌>과 '데드 나이츠'처럼 어셋 스토어의 플러그인을 사용한 이번 일을 라이선스 거래로 인정한다면 법리를 다툴 만하다. 보수적인 권리 소진 원칙을 적용하면 일당이 <스펌>을 재활용하는 꼴이 되는 것이므로 상황이 복잡해진다. 일당이 유니티 어셋 스토어에서 정당한 값을 치르고 플러그인을 구매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데드 나이츠' 일당이 NFT 발행과 경매 등의 방법을 예고한 부분은 예상과 달리 큰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NFT라는 디지털 자산은 기호에 따른 수집(과 투자)일 뿐 특별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특정 NFT를 보유한다고 해도, 원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미르4 글로벌>의 캐릭터 NFT를 낙찰받아서 게임에 요긴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개인이 위메이드로부터 현행법이 규정하는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Update 22-01-04 18:25]

 

법무법인 온새미로의 이병찬 변호사는 "송용성 대표가 개발하여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플러그인에 만들어둔 프리셋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도용하였다, 그리고 ('데드 나이츠' 측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면 송 대표에 대한 저작인격권 침해는 확실해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유니티 에셋스토어의 영문 약관을 모두 검토해야 결론을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언급한 다음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할 권리 자체에 대하여 소진의 개념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이며, 이는 채권으로 취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데드 나이츠'의 스크린샷

 

# NFT는 무법지대? 저작권 개념 분명히 정리하고 가야

 

디지털 자산을 수집하고 경매하는 NFT는 올해도 뜨거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급성장하는 시장의 규모만큼 무단 도용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며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픈씨 등 거대 NFT 플랫폼은 도용 사례에 대해서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지만, 비교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군소 NFT 마켓이나 '데드 나이츠'처럼 자체 플랫폼을 여는 경우 어떤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게임 생태계보다 일찍 NFT와 권리 문제를 겪은 미술계​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작년 8월, 오픈씨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따라서 '슬픈 개구리'로 이름난 페페의 NFT를 삭제시켰다. 발행자는 "인터넷 밈에서 영감을 받았은 프로젝트이며,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오픈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작자 매트 퓨리는 자신의 작품이 오용되는 것에 반대하며 '슬픈 개구리는 죽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한국의 한 경매사가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등 한국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NFT로 만들어서 경매에 부치려다 유족과 화백의 재단 측 반발을 받고 계획을 무산시켰다. NFT로 만드는 작품의 진위 여부는 물론 작가와 유족 측의 허가를 일절 받지 않았다는 것이 취소의 이유였다.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건용 화백의 NFT화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모 미술투자 기업이 작가의 신체드로잉 영상을 NFT로 변환해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전에 화백에게 어떤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이건용 화백은 "작가의 참여나 허락도 구하지 않는 몰염치와 몰이해의 사기 행태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 측은 "작가가 작업할 당시 모습(비디오)을 NFT로 제작한 것"이라며 작가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며 맞섰다.

권태현 미술평론가는 "NFT가 미래에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있는 그대로 사용할 게 아니라 기술이 가진 복잡한 양면성을 함께 고민하고, 그 맥락을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박수근 화백의 <농악>(1962). NFT 발행과는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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