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취재

테라의 세계에 소리의 생명을 불어넣다

나인테일 (최의형) | 2009-10-20 14:06:29

아주 오래전 고전 명작 영화로 꼽히는 <전함 포템킨>을 본 적이 있었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시절이었지만 무성 영화였던 <전함 포템킨>을 보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영상에서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대사와 아귀가 맞지 않는 영상을 본 경험이 있는가? 소리가 녹음되지 않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영상에서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을 것이다.

 

<테라>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진이 <테라>에서 사운드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는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는 테마 음악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테라>의 세상에 소리라는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사운드팀의 정해영 파트장을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나인테일


<테라>의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블루홀 스튜디오 정해영 파트장.

 

동영상 로딩중...

<테라>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OST 모음.(들으면서 인터뷰를 읽어 보세요.)

 

TIG> 게임 사운드를 정의한다면?

 

정해영 파트장: 게임 사운드는 게임 내 사물과 캐릭터에게 일종의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게임에 소리가 없다면 재미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간단한 예로 무성 영화를 들 수 있다.

 

게임 사운드는 사물이 부서지는 소리, 캐릭터의 발걸음 소리부터 스킬의 효과, 음성에 이르기까지 게임 내 모든 것들에 관여한다.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게임이 한층 화려해지고 실감나게 변하는 것이다.

 

 

TIG> <테라> 사운드팀 업무는 어떤 것인가?

 

사운드 팀은 테라에 들어가는 모든 소리를 담당한다. 음악을 기획하고 사운드 이펙트를 구축하고 디자인한다. 사운드 이펙트 디자인이란 구축된 소리를 직접 게임에 적용해서 물체나 사물, 캐릭터에게 현실적인 생명감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TIG> <테라>의 음향 효과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테라>의 경우 바람이 부는 소리, 옷깃이 스쳐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 유저들이 쉽게 신경 쓰지 못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음향 효과가 적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는 물론이고 몬스터의 타격음까지 그 몬스터에 어울리는 것으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다. <테라>를 플레이하게 되면 한 번쯤 주의 깊게 소리를 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IG> <테라>의 음향 효과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테라>의 모토가 그렇듯 최대한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는 소리를 구축하려고 애썼다. 여러 영화의 음향 효과를 참고하며 <테라>에 맞는 소리를 찾아 나갔다.

 

음성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성우들이 게임 내 동작들을 취하며 그에 맞는 대사를 연기했다. 성우들의 체형도 게임 캐릭터와 가장 흡사한 체형을 선택해 게임 내 음성이 최대한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신경 썼다.

 

 

TIG> <테라>의 배경은 상당히 다채롭다. 이것이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는가?

 

그렇다. 일단 배경 음악이라는 것이 배경과 어울려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배경 음악이 배경과 어울리지 않으면 그냥 음악일 뿐이다. 또한, 지역의 특색에 따라 효과음이 다르게 적용되기도 했다. 간단한 예로 초원과 늪지대의 발걸음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다.

 

 

TIG>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이 있는가?

 

포포리의 사운드 구현이 가장 어려웠다. 포포리와 어울리는 사운드를 찾기 위해 팀원들이 뒤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번 2차 CBT에서는 총 여덟 가지의 포포리 커스터마이징이 추가될 예정이다. 강아지, 고양이, 너구리, 팬더, 햄스터 등 MMORPG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이다. 특성에 맞는 효과음 찾기 위해 각종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동물 다큐멘터리를 수없이 봤다.

 

 

TIG>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음악이 있는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음악이 참 좋았다. 오케스트라 풍의 웅장한 배경 음악과 주점에서 흘러나오는 소음과 뒤섞인 연주 소리, 거리의 잔잔함 가운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등 판타지의 세계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본다.

 

 

TIG>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게임 음악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게임 음악 분야는 불과 몇 년 전에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뒤늦게 발전해 왔다. 아직은 게임회사의 직종 중 게임 음악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대형 개발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바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블루홀의 <테라>도 게임 내 음악의 비중을 크게 두고 투자를 많이 한 경우다.

 

 

TIG> 게임 음악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소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내 게임 교육기관이나 대학의 영상 음악 학부에서 커리큘럼이 제공되고 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배우는 기본 지식이 기초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관련 공부를 착실히 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TIG> 우리나라에서 게임 음악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무엇보다 실무에서 직접 현장 체험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직 많은 프로젝트가 외주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음악 디자이너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음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신입 사원을 채용하여 역량을 키우는 개발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더 늘어나고 새로운 인재들을 채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져서 게임 음악 디자이너의 전문성이 더욱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TIG> 게임 사운드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욱 고급화되는 게임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게임 사운드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본다.

 

게임 사운드는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분야다. 음식에 비교하면 하나의 양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게임 사운드가 더욱 발전한다면 유저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샐러드를 주문했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소스가 뿌려져 나온다면 더욱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