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만드냐고요? 나와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뻔한 말만 하는 것 같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정말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2007년 4월 개발에 들어간 액션 MORPG <드래곤네스트>를 만드는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이은상 대표다. 알려진 일정에 비해 개발 기간이 길어진 <드래곤네스트>는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시간은 쏜 살처럼 흘러간다. 2007년 4월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설립하고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에 착수, 그해 가을 게임이 공개되었고, 2008년 지스타에서 체험판을 최초로 선보였다. 올해 5월에는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도 진행했다. 이제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흘 동안 두 번째 CBT를 앞두고 있다.
이은상 대표는 “개발 기간 예측이 틀렸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개발을 직접 하지 않을 경우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원하는 모양새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그가 얻은 것은 “재미없는 게임은 말이 안 된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진리, 그리고 “사람”이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사람들과 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사람들과는 잘 만들 자신이 있다.”
이은상 대표가 꼽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최대 수확이다. 그는 지금의 스탭들과 10년, 20년 후에 옛날을 추억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게임을 같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일정이 늦어지는 대목에서 무작정 떳떳하긴 어렵다. “그래서 (신작은) 다 만들고 공개하는 것 같다”는 이 대표는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인데,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 해서) 솔직하게 반성도 한다”고 말했다.
2차 CBT의 최강 보스 만티코어와의 전투 장면.
지금 아이덴티티 게임즈는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완성도 목표와 “적절한 시기의 론칭”이라는 현실 사이의 절충선을 찾고 있다. 이 대표는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했는데 재미없으면 안 된다. 부끄럽지 않은 게임이 되어야 한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질문을 처음으로 되돌렸다. “(개발 기간 연장에 대해) 내부 반응은 어땠는가?”라는 물음에 이 대표는 “시기를 놓치면 끝이다. 선점 효과는 무시 못 한다”는 날이 선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래도 그는 개발진과 함께 “왜 이렇게 가야하고, 왜 이것이 중요한지” 끊임 없이 소통을 시도한다고 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개발진이 “더 완성도를 높이자”고 따라와 주는 게 고맙다는 이 대표.
액션 MORPG가 콘텐츠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 대표는 “반복으로는 결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드래곤네스트>는 ‘참신한 새로움’과 ‘반복하는 재미’를 적절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2차 CBT에서는 레벨 24까지의 콘텐츠가 공개된다. 레벨업은 30까지 가능.
아이덴티티 게임즈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은 ‘콘텐츠의 순환’이다. “어떻게 같은 맵을 다시 돌게 만들 것인가?”보다 PvE와 PvP,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발 기간이 늘어난 이유도 콘텐츠의 순환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언젠가) 유저들은 콘텐츠가 부족할 때가 올 거고, 그럴 때 게임 안에서 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 그것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드래곤네스트>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고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번 2차 CBT에서는 24레벨까지, 7일~9일 정도 즐길 콘텐츠 분량이 담겨 있다고 한다. 물론 캐릭터를 하나만 키울 때의 이야기고, 개인에 따라 편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작업된 분량은 이것의 5배라고 한다. 론칭 때는 2차 CBT 콘텐츠의 최대 10배까지 준비될 예정이다.
갑자기 머릿속이 바빠졌다. 캐릭터를 하나만 키운다고 가정하고 2차 CBT의 콘텐츠를 7일 분량으로 보면, 최대 10배는 70일 분량이다. 그때 이 대표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오픈하고) 70일을 버틸 수 있는가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콘텐츠의 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 CBT의 콜로세움에서 8:8까지 PvP가 가능하다. 향후 16:16까지 구현될 예정.
콘텐츠 순환의 일부분이 될 PvP가 2차 CBT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 대표는 PvP의 재미는 자신한다며 “<드래곤네스트>의 PvP를 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확실히 될 것이다. 유저들이 아케이드 게임처럼 난투극을 벌이면서 화끈하게 놀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나올 PvP도 콘텐츠 순환의 일부분이다. 이 대표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오픈을 위해 준비하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사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오픈 베타는 언제쯤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은 꺼내지 못 했다. ‘개발 기간을 늘린다는 것의 무게’를 아는 듯한 이 대표에게 ‘또 한번의 약속’을 강요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의 말과 표정에서 머지않은 시간에 <드래곤네스트>가 세상에 나올 것임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덴티티 게임즈가 추구하는 <드래곤네스트>의 핵심가치는 ‘경쾌한 액션’이다. 이 대표는 “누구나 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임,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라 풀리는 게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이번 대규모 2차 CBT를 주목해 보자.